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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등산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2017년 5월로 시작된다. 당시에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산을 넘어갈 수 있는 타테야마쿠로베알펜루트[立山黒部アルペンルート, https://www.alpen-route.com ]를 처음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단순히 교통수단만을 이용하기에는 아까우니 중간에 해발 2,450m로 가장 높은 무로도[室堂]에서 해발 3,003m인 오야마[雄山] 등산을 계획하였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등산에 신경을 쓰지 못하였다. 5월에는 무로도로 진입하는 도로 옆으로 설벽이 있는 눈의 계곡(雪の大谷, 유키노오타니)으로 유명하다. 설벽이 있다는 건 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낮다는 의미인데 운동화 신고 점퍼 하나만 입고 올라왔으니 눈으로 온통 덮인 산을 올라가는 건 무리여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겨우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무로도터미널[室堂ターミナル] 부근만 돌다가 다시 내려갔다.

 


   시간이 지나서 우리나라에서 높다는 한라산과 설악산 등산을 무사히 끝내고 나서 이전에 올라가지 못한 걸 만회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설산에 올라가는 건 힘드니깐 아예 눈이 없다는 8월로 날짜도 고정하였고 준비를 시작하였다. 다만 8월은 태풍이 지나갈 수도 있고 비가 내릴 수도 있으니깐 날씨가 좋기만을 기대하였다.


   어느덧 날짜가 되었다. 출국하는 날에는 우리나라로 상륙하는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문자를 항공사로부터 받아서 불안하기는 했지만 무사히 갔다. 태풍이 지나가면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 법. 역시 등산을 하려는 날짜에는 날씨가 좋았다.


   토야마[富山]에서 아침에 출발해서 토야마지방철도[富山地方鉄道, https://www.chitetsu.co.jp ], 타테야마케이블카[立山ケーブルカー, https://www.alpen-route.com/enjoy_navi/vehicles/#sec1 ], 타테야마고원버스[立山高原バス, https://www.alpen-route.com/enjoy_navi/vehicles/#sec2 ]를 타고 올라가면서 타테야마를 이루는 산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기대가 커졌다.

 


   한여름이라서 기온이 높다고 하지만 이곳은 해발 2,000m가 넘어가는 장소이다. 무로도터미널[室堂ターミナル] 부근에는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었다. 기온이 18℃ 정도로 선선하였다. 등산신고서를 제출하고 팸플릿 하나를 챙겨서 햇빛이 강하므로 선크림을 바르고 나왔다. 여행 이전에 등산 경로를 미리 결정하여 놓기는 하였지만 소요 시간만 알 수 있었고 거리는 알 수 없었다. 경로는 아래 그림에 표시하여 놓았다.

 


   등산 시작부터 우리나라 산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산에 나무가 없고 풀과 바위가 노출되어 있다보니 오늘 등산을 할 경로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등산하는 과정에서도 등산로가 보이고 바위가 많은 구간에는 페인트로 바위에 표시를 해 놓아서 길을 잃을 염려는 높지 않았다.

 


   무로도터미널 부근에는 산책로라서 포장이 잘 되어 있다. 무로도산장[室堂小屋, http://www.murodou.co.jp ]부터는 등산로이므로 등산에 가능한 장비를 가진 사람만이 갈 수 있다고 안내가 되어 있다. 오르막이기는 하지만 포장된 길이라서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경치를 즐기면서 천천히 갔다.

 


   중간에 만년설이 등산로 바로 옆에 있어서 얼음을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 얼음이 맞고 차가웠다. 다만 만년설 아래에는 텅 비어있다. 즉 얼음이 땅 위에 쌓여있는 게 아니라 아래는 녹아서 얼음이 땅 위에 떠 있는 상태이다. 모르고 올라가면 푹 꺼지게 되므로 위험할 수 있겠다.

 


   오야마로 가는 중간 지점에 해당되는 이치노코시[一ノ越]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이치노코시산장[一の越山荘, http://tateyama-1nokoshi.in.coocan.jp ]이 있다.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오야마이고 남서쪽으로 올라가면 죠도산[浄土山]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야마로 올라가고 바위로 된 등산로이다 보니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정상까지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의 대청봉과 중청봉 사이에서 이런 걸 볼 수 있는데 여기는 등산로 전체가 이렇다. 잠시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남쪽으로는 끝도 없이 내려간다.

 

   여기서부터 오야마까지는 해발고도가 300m나 차이가 나고 거리는 0.6km 정도여서 우리나라 산들의 어려운 구간과 맞먹는 급경사이다. 다만 사람들이 많아서 줄서서 올라가다 보니 내 속도를 모두 낼 수 없고 쉬엄쉬엄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바위가 무성한데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을 바위에 다른 페인트 색으로 칠하여서 구분하여 놓았다. 어느덧 이치노코시도 아래에 있고 오야마가 바로 앞까지 왔다.

 


   다테야마의 주된 봉우리인 오야마에는 오야마신사[雄山神社, http://www.oyamajinja.org/minehonsha.htm ]가 있다. 신사 건물에서는 기원을 할 수 있고 주변에서는 식사를 하면서 쉬는 사람들이 많다. 해발고도가 3,000m가 되어가니 서쪽으로는 규모가 큰 고젠사와빙하[御前沢氷河]가 있다.

 


   오야마에서 가장 높은 장소는 토하이료[登拝料]라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이 좁다보니 인원을 제한해서 오르내리게 하고 있으며 큰 짐을 가져갈 수 없고 토리이[鳥居] 이전에 보관해야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는 그러니 30분 넘게 기다려서 700엔의 입장료를 내니 입장권과 신사 이름이 적힌 방울을 준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산에는 곰이 있어서 곰의 접근을 줄이려면 방울이 필요한데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정상에 올라가면 잠시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고 신사 직원인 칸누시[神主]가 의식을 진행하였다.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듣기는 어려웠는데 일반적인 기도처럼 가사 평안하고 건강하고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는 만세 삼창을 하고 내려갔다. 이곳은 난간이 없으므로 괜한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다. 사진이라서 실감이 나지 않으나 떨어질까 무서워서 바닥에 앉아서 찍었다.

 

   오야마에서 내려와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오난지야마[大汝山]로 향하였다. 여기서부터는 등산객의 숫자가 줄어들어서 한산하다. 오난지야마 정상으로 가는 길은 아무런 표시도 없고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바위에 올라가면 표식만이 있다. 무슨 이유인지 돈 내고 올라가는 오야마와는 차이가 크다. 오난지야마 정상에서는 쿠로베댐[黒部ダム, https://www.kurobe-dam.com ]에 의해서 만들어진 쿠로베호[黒部湖]가 보인다. 오난지야마에서 내려오면 오난지휴게소[大汝休憩所]가 있다.

 

   그 다음으로 있는 봉우리는 해발 2,999m인 후지노오리타테[富士ノ折立]이다. 아무런 표시도 없고 올라가는 길도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바위로 되어 있다보니 바위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그래서인지 정상에는 아무런 표식도 없다. 그래도 산 이름도 있는데 너무 한게 아닌지.

 

   이어서 능선을 따라서 내려간다. 바위로 되어 있는 등산로여서 바위 자체는 미끄럽지 않다. 작은 돌과 흙이 많아서 미끄러질 수 있어서 걸음걸음 조심해서 가야 했다. 길 양쪽으로는 급경사가 이어진다.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고 오후가 되면서 안개가 심해진다. 햇빛만 비치면 더운데 안개는 시원하고 피부가 타지 않으므로 나쁘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만년설은 바람의 영향이 약한 산의 동쪽에 많이 남아있다.

 

   라이쵸사와[雷鳥沢]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분기점에 도착하였다. 그냥 내려가기는 아쉬워서 가까운 마사고다케[真砂岳]에 올라갔다. 해발 2,861m인데 정상에는 돌만 쌓아놓았을 뿐 아무런 표식이 없다. 인터넷에서 미리 보았을 때에는 작은 표식이 있었는데 겨울에 눈이 많이와서 유실되었는지?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서 계속 이어지지만 오늘 내려가야하는 나에게는 여기까지만 가기로 하고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로 역시 눈으로 보이고 앞에 가는 사람이나 뒤에서 오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산로 왼쪽으로는 풀이 자라고 있다. 하산로는 온통 돌과 흙인데 경사까지 급해서 미끄러웠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해서 가서 거리에 비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눈이 쌓여있는 계절이라면 미끄럼 타고 내려가면 좀 더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멀리서 보이던 라이쵸사와캠프장[雷鳥沢キャンプ場]이 가까워지고 다 내려가니 길이 좋아지면서 조금이나마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쇼묘가와[称名川]을 건너가면 라이쵸사와캠프장이다. 이곳에는 더위를 피해서 캠프를 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무로도터미널까지는 2.1km를 더 가야하고 오르막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고 계단도 잘 되어 있다는 정도이다. 45분만에 가야 토야마로 돌아가는 마지막 타테야마고원버스를 탈 수 있기에 힘을 내어서 갔다.

 

   중간에는 지고쿠타니[地獄谷]라고 해서 이산화황 가스가 분출되는 지역이 있고 인도는 그보다 한참 위의 산 중턱으로 이어진다. 엔마다이(エンマ台)에서 지고쿠타니를 볼 수 있는데 갑자기 눈이 따가웠다. 바람을 타고 이산화황 가스가 눈으로 들어갔다. 닦아내고 계속해서 갔다. 이산화황이 나오기는 하지만 온천도 나와서 사실 눈으로 덮이는 겨울에도 여기는 땅이 보인다.

 

   안개 속으로 무로도터미널이 보이고 무사히 도착하였다. 비조다이라[美女平]로 가는 타테야마고원버스 막차 출발 5분 전이었다. 버스 타고 50분을 가야하므로 화장실에 갔다가 버스승강장으로 가니 직원이 빨리 타라고 독려하고 다른 일행이 없는지 물어본다.

 

   이렇게 하여서 올해의 소망 목록 중의 하나인 해발 3,000m급 등산은 무사히 끝냈다. 우리나라에서 여러 산을 올라가 보았지만 해발 2,500m가 넘는 산들은 여러 가지로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서 이번 등산에서 걱정하였던 고산병은 나에게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무로도터미널에서 나와서 처음 걸었을 때에 약간 졸린 정도였다. 오야마까지 올라가는 동안에 등산객이 워낙 많아서 줄 서서 가야했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내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게다가 능선 등산로는 온통 돌이 많아서 미끄러워서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적으로 2km/h 이상은 나오는데 그보다 속도가 떨어졌다. 오야마에 올라가면서 산소를 가지고 간다던지 고산병 약을 먹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 방문일: 2023년 8월 12일
  작성일: 2023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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