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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역에서 나와서 게쿠를 둘러봅니다.

 

 

 

 


11. 1월 27일 - 토요케오미카미[豊受大神]를 모시는 이세진자의 게쿠[外宮]

 

   우리는 평일 오전에 이곳에 와서인지 한산하였다. 1월 1일에는 새해 소원을 비는 사람이 매우 많아서 JR동해와 킨테츠에서 심야 시간에 이곳까지 임시열차를 운행한다고 한다.

 

 

   게쿠로 가는 길은 전형적인 관광지의 모습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길에 양쪽으로는 숙박 시설과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중간중간에 기념품 판매소도 보인다. 오전이라 손님들을 맞을 준비로 바쁘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도 많이 있다.

 


   걸어서 5분 정도면 게쿠 앞의 버스정류장이 있다. 나중에 나와서 둘러보지만 규모가 꽤 크다. 새해 첫날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길을 건너면 바로 게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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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쿠[外宮, http://www.isejingu.or.jp ]에서는 쌀을 비롯한 의식주의 은덕을 베풀어준다는 도요케노오미카미[豊受大御神]를 모시는 신사이다.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에 아마레라스오미카미의 식사를 주관하는 신으로 이곳에 모셔졌다.

 

   이 신사에 대한 신화는 다음과 같다. 제21대 유랴쿠[雄略] 일왕은 어느 날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御神]의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아마테라스오미카미는 ‘나 혼자서는 안심하고 식사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몹시 불편하오. 그러니까 식사를 비롯한 의식주를 주관하는 도요우케노오미카미를 단바노쿠니[丹波の国](현재의 쿄토부 북부)로부터 나의 근처로 맞이해 나를 시중들도록 해 주시오’라고 유랴쿠일왕에게 고했다. 꿈에서 깬 유랴쿠천황은 아마테라스오미카미의 신탁을 받들어, 이세에 훌륭한 궁을 세워 도요우케노오미카미를 맞이했다.

 

   지금도 이 신사의 미케전에서는 신찬을 바치는 제사가 신사가 생긴 이후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과 저녁에 이루어지고 있다. 나이쿠와 마찬가지로 20년마다 한 번씩 새로운 건물로 이동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1993년 10월 5일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계산을 해보면 2013년이 되면 다시 이사를 가게 된다. 게쿠는 본전에 해당되는 정궁 이외에도 4개의 별궁으로 이루어져 있다. 4개의 별궁은 각각 타카노미야[多賀宮], 츠키노미야[土宮], 츠키요미노미야[月夜見宮], 카제노미야[風宮]가 있다. 츠키요미노미야는 게쿠 내에 있지 않고 약간 떨어져 있다. 위치는 이세시역 바로 북동쪽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방문하지 못하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신사 입구이다. 짧은 다리인 히오케바시[火除橋]를 넘어가야 하는데 다리에는 좌측통행이라고 나와 있다. 사람들이 많을 때가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우리가 갔을 때에는 정말 한산하였다. 커다란 토리이[鳥居]가 있다. 토리이 뒤로는 키가 큰 나무들의 숲이 있고 아래로 자갈로 된 길이 있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안내판과 함께 정궁으로 가는 길을 알 수 있다. 중간에는 신사이므로 손과 입을 씻는 테미즈샤[手水舎]가 있다. 우리는 참배의 목적은 아니지만 손과 입을 씻었다. 아침에 정신없이 먼 거리를 이동하였으므로 긴장을 풀기 위해서이다.

 

 

   자갈길을 따라서 천천히 걸어갔다. 신사 자체는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반감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신사보다는 깨끗하게 잘 가꾸어진 자연을 보는게 방문의 목적이다. 물론 일본인들은 이런 자연을 움직이는 신에게 자신과 가족의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약간의 기대가 더 있을 것이다.

 

   밝은 나무색으로 되어 있는 건물들이 나타났다. 신사의 기도 접수와 기부금을 받고 각종 부적 등을 판매하는 카구라덴[神楽殿]이다. 우리하고는 상관없으므로 그냥 통과하였다. 정궁 바로 앞에서는 별궁으로 가는 길과 나누어진다. 정궁을 가장 나중에 보기로 하고 별궁으로 향하였다. 별궁은 평지인 자갈길이 아니라 돌로 만든 계단을 약간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가장 먼저 만난 건 카제노미야이다. 카제노미야에서는 농경에서 중요시되는 바람과 비를 관장하는 신인 시나츠히코노미코토[級長津彦命]와 시나토베노미코토[級長戸辺命]를 모신다. 별궁이라지만 사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크지는 않다. 작은 집 하나에 입구 쪽으로 확장하여 마당을 넓게 하였다. 사람들은 마당 입구에서 신에게 기원을 한다. 집의 안쪽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안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 마당 앞에서 보면 집의 입구가 보이는데 문이 닫히어 있고 특유의 문양이 있다. 신사마다 이 문양에서 약간의 차이가 보이지만 전문가가 아닌 우리에게는 암호와 같다.

 

 

   다음으로 간 곳은 츠치노미야이다. 츠치노미야는 게쿠가 자리잡은 대지를 관할하는 신인 오츠치노미오야노카미[大土乃御祖神]를 모시고 있다. 게쿠에 있는 시설 중에는 가장 안쪽에 있는데 땅을 관리하기 위함이 아닌가 여겨진다. 지도 상으로 보면 게쿠는 꽤 넓은 지역을 차지하지만 대부분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으로 특별 관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군사보호구역처럼.

 

 

   조금 더 올라가면 마지막인 타카노미야가 있다. 타카노미야는 활발한 기능을 하는 신인 토요게오미카미노아라미타마[豊受大御神荒御魂]를 모신다. 일본인들은 신도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서 서로 반대 성향의 신에 대하여 같이 제사를 모셔왔다. 평온한 기능을 하는 니기미타마[和御魂]를 모시는 정궁과 반대이므로 항상 같이 제사를 지내왔다. 그런 관계로 타카노미야는 별궁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제 다시 내려와서 정궁으로 갔다. 불행히도 정궁은 다른 별궁보다는 규모가 훨씬 크지만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사람들이 적다고 몰래 찍을 수는 있겠지만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있으므로 괜한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다. 잡혀서 우리나라 방송에 일본 신사에서 도찰하던 여행객이 잡혔다고 나오면 좀 그렇지 않은가?

 

   정궁은 안의 모습을 살짝 볼 수 있다. 물론 극히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안에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간혹 오고간다. 신의 제사를 수행하는 칸누시[神主]이다. 안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고 입구 쪽의 건물에서 하루 밤을 자야한다고 한다. 세속적인 생각을 없애기 위하여 이곳에서 목욕하고 식사를 하여 몸을 깨끗이해야 한다. 마치 무균실에 들어가기 위하여 온몸을 소독하는 것처럼 신의 세계에 들어가는 건 무언가 엄숙함이 있다.

 

 

   이렇게 하여 게쿠는 모두 둘러보았다. 천천히 신사를 빠져 나왔다. 역사적으로 우리와는 나쁜 인연이 있지만 신사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장소이다. 신은 자연에 있는 걸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사를 빠져나와서 게쿠 입구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다음으로는 '나이쿠[內宮]로 향하는 미에교통[三重交通] 버스'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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