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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베니아(Slovenia)에 있는 동안 헝가리와의 국경과 가까운 호도스(Hodoš)에 갔다 왔습니다. 국경과 가까우니 무언가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을 걸로 기대하였습니다. 당연히 헝가리 철도 차량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도스로 가는 철길은 슬로베니아에서도 제법 오래 달리는 노선입니다. 수도인 류블랴나(Ljubljana)에서 4시간 정도 걸립니다. 처음에는 전철화된 복선 노선을 달리다가 프라게르스코(Pragersko)에서 전기기관차에서 디젤기관차로 바뀝니다. 이 과정에서 20분 가량 정차하므로 일부 승객들은 역 건물로 가서 식사를 한다던지 음료수를 마시며 쉽니다.

 

   쉬면서 출입문에 붙인 이정표를 찍었습니다. LED 행선판으로 된 신형 차량도 유럽에는 많이 있지만 오래된 객차의 경우에는 아직도 이렇게 출입문에 이정표를 붙입니다. 서유럽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니다. 물론 객차에 따라서 행선지가 다른 경우가 있으니 탈 때 항상 확인하여 보아야 합니다.

 

 

   중간에 바뀐 디젤기관차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점점 전기기관차에 밀려서 수가 줄어든 특대형이었습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슬로베니아철도(Slovenske železnice, SŽ, http://www.slo-zeleznice.si )의 약칭을 붙여서 SŽ 664 디젤기관차입니다. 슬로베니아로 분리되기 전인 유고슬라비아(Yugoslavia) 시절에 도입된 기관차입니다. 성능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특대형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외관이나 주행시 소리는 거의 동일하였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발전차 없이 객차를 연결하여 달릴 수 있습니다. 

 

 

   동유럽에서는 아직도 컴파트먼트(Compartment)로 된 객차가 많이 있습니다. 이 열차는 모두 컴파트먼트더군요. 작게 1등실이 있기는 한데 그것도 컴파트먼트 2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자전거 보관 장소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시설에서 2등실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1등실 타는 승객이 적은 모양입니다. 서유럽과는 달리 냉방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우면 창문을 열어야 합니다.

 

 

   한참을 가서 목적지인 호도스역에 도착하였습니다. 헝가리(Hungary)와의 국경역이어서 역명은 슬로베니아어와 헝가리어로 같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선로는 많지만 승강장은 하나밖에 없고 슬로베니아 국기와 유럽연합 국기가 걸려 있습니다. 역 광장도 한산하기만 합니다. 승강장이 하나이니 이걸 나누어서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한쪽에서는 헝가리 열차가 정차하고 다른 쪽에는 슬로베니아 열차가 정차하여 동일홈 환승을 하는 듯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해외에서는 흔한 선로 사용 방법입니다. 

 

 

   국경이니깐 상대방 국가에서 싼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커다란 쇼핑몰이 있을 걸 기대하였는데 작은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우체국 하나 있고 매점도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마을을 가끔씩 지나다니는 차량 중에선 헝가리 번호판을 단 경우가 있어서 이곳이 국경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헝가리와 슬로베니아 모두 셍겐 조약(Schengen Agreement) 대상국이어서 국경에서 여권 검사 없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는 열차를 탔습니다. 이번에는 이 노선에서 하루에 1왕복만 있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Budapest)에서 출발하는 열차입니다. 그런데 도착하는 걸 보지 못하였는데 차량은 이미 들어와 있습니다. 승객은 전혀 없이.

 

 

   앞에서 탄 열차의 디젤기관차를 그대로 연결하였는데 이 역에서는 전차대가 없는지 운전실이 뒤에 있는 상태에서 갑니다. '장폐단'이라고 하지요. 회송되는 객차가 있어서 모두 7량이 되었는데 별 문제 없이 객차에 전원 공급까지 하면서 가더군요. 동유럽에서는 장폐단으로 가는 걸 가끔씩 보았는데 이들이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경춘선 같이 겨우 2시간 가면서 전차대 갔다 오고 기관차 반대 방향에 붙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게 엽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량만 있고 승객이 없는 이유는 헝가리 쪽 구간에서 버스 대행 수송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국경까지 왔지만 헝가리 차량은 하나도 보지 못하였고 승객들이 갈아타는 시간과 버스 속도가 기차보다 느려서 지연되어 출발하는 걸 피할 수 없었습니다. 유럽은 국경마다 차이는 있지만 출입국 수속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열차가 드물고 대행 수송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가 여행하는 동안 절반 가까이는 지연되어서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열차도 전철화 구간이 시작되는 프라게르스코(Pragersko)에서 전기기관차로 교체를 합니다.

 

 

   교체된 전기기관차는 SŽ 342 차종입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전기기관차입니다. 이렇게 하여 다시 수도인 류블랴나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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