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건물에서 쫓겨난 강아지의 절규가 울리는 중앙선 북영천역(北永川驛)

   영천을 지나는 중앙선 철길은 바로 가면 경주로 가게 되어 있어서 영천역에서 진행 방향을 바꾸어야 대구선으로 갈 수 있다. 과거에는 영천역에서 기관차를 반대 방향에 붙여서 대구선으로 향하였지만 대구선과 바로 연결되는 영천삼각선이 개통되면서 일부 열차는 바로 대구선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렇게 운행하는 경우에는 영천역은 통과하지 않아서 영천에는 정차역이 없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해결을 위하여 중앙선과 영천삼각선이 분기되는 위치에 있었던 북영천신호장이 북영천역(北永川驛)으로 되어서 여객 열차가 정차하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북영천역은 영천삼각선을 통과하는 열차 위주로 정차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서울까지 연결되는 열차가 정차하는 영천역에 비해서는 승객이 훨씬 적었다. 1992년에는 새로 역 건물을 신축하였지만 줄어드는 열차와 승객 앞에서는 어쩔 수 없어서 2004년에 무배치 간이역으로 바뀌었다.

 

 

   영천역에서 내려서 북영천역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는 않지만 도로에는 전혀 이정표가 없다. 영천 시가지를 조금 벗어났다고 느껴지는 장소에 북영천역이 있다. 말 그대로 영천의 북쪽에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처음 본 북영천역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무인역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여객 열차가 하루에 4회 정차하고 있는데 역 건물은 다른 회사에 임대하여 주었다. 무인역이 된 설움 때문일까? 들어온 회사의 이름이 '다인(多人)'으로 추측하여 본다.

 

 

   이 역은 여객 열차가 정차하고 있기에 건물 입구에는 안내문이 있다. 올해(2009년) 1월에 붙은 게시판이지만 다른 글을 보니 작년에 임대가 되었다고 한다. 역인줄 알고 승객들이 자꾸 들어와서 생긴 게시판이다. 그런데 옆의 안내촉지도는 왜 그대로 두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무인역에는 나의 방문을 알리려는 듯 절규하는 소리로 짖어대는 강아지가 건물 출입구 바로 옆에 있다. 줄로 묶여 있어서 행동 반경이 엄청 제한된다. 상황을 보니 모든 걸 좁은 공간에서 해결하는 것 같다. 옆에는 승강장으로 통하는 입구가 있어서 열차가 정차하는 때에는 승객들이 오가는데......

 

 

   강아지의 집이 어디 있을까 하여 주변을 보니 역 건물 옆에 있다. 역 건물을 임대하여 주면서 밖으로 쫓겨난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역 건물 앞에서 비를 피할 장소 없이 저렇게 묶어 놓는 건 동물 학대로 보인다.

 

 

   원래는 역 건물을 지나서 승강장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지만 건물을 임대하여 주면서 새로 통로를 만들었다.

 

 

   승강장으로 가는 길 밑에 있는 맨홀에는 과거 철도청 시절의 마크가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곡선 터널 마크이다.

 

 

   북영천역에는 선로가 2선이 있는데 남쪽에서 영천삼각선이 분기된다. 아래 첫번째 사진에서 왼쪽이 중앙선, 오른쪽이 영천삼각선이다. 그렇지만 승강장은 선로 하나에만 있다.

 

 

   북영천역에는 우리나라 다른 역에서는 볼 수 없는 양식의 이정표가 있다. 현재 정차하는 열차가 모두 동대구역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하기 때문에 아예 남쪽은 영천역은 없고 봉정역만 적어 놓았다. 북영천역의 영문 표기는 지금의 로마자표기법에 맞게 바뀌었지만 '북영'을 붙이고 '천'은 따로 떨어뜨려 놓았다. 영천의 북쪽이라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영천'을 붙여야 하는데.

 

 

   북영천역에는 비바람을 막아 주는 대합실이 있다. 역 건물을 임대하여 주면서 이게 역 건물의 역할을 이어받았다. 창문에는 시각표를 게시하여 놓았고 지붕에는 역명판이 설치되어 있다.

 

 

   영천역과 비교하여서는 초라한 모습이지만 현재는 강릉역과 동대구역을 오가는 무궁화호가 계속하여 정차하면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영천역과는 걸어서 약 30분 정도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