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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중앙선을 타고 경북 북부까지 올라갔다. 경상북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이고 북부 지역은 산이 많고 인구가 적어서 가기 힘든 오지가 많다. 그러한 자연 환경 덕분인지 몰라도 유교 문화가 잘 보존된 지역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가면 경주까지는 동해남부선이고 이후로는 중앙선이다. 대부분의 열차가 영천역에서 대구선을 거쳐서 대구로 빠지기 때문에 경북 북부로 갈 수 있는 열차는 하루에 4회에 불과하다. 역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신호장이거나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영천역 다음으로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역은 1시간이 걸려서 도착할 수 있는 의성역(義城驛)이다.

 

 

 

 

   의성역은 1면 2선의 승강장을 갖추고 있으며 방향에 따라서 정차하는 선로가 다르다. 이외에도 화물 승강장이 있으나 비어 있고 풀이 자라고 있다. 반대쪽에는 석탄을 나르는 화차가 대기하고 있고 옆으로는 석탄이 쌓여 있다.

 

 

   의성역의 이정표에는 경주 방면의 다음 역은 탑리역이고 영주 방면의 다음 역은 단촌역이라고 나와 있다. 의성을 대표하는 탑리오층석탑이 있는 탑리역에는 현재 일부 무궁화호가 정차하고 있으나 단촌역은 모든 열차가 통과하고 있어서 실질적인 다음 역은 안동역이다. 폐역까지 포함한다면 경주 방면으로는 비봉역이고 영주 방면으로는 업동역이다. 경북 북부의 중앙선 구간은 이렇게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 얼마되지 않고 정차역이 연속적으로 있는 경우는 없다. '의'에서 'ㅡ'가 위에 있어서 잘못 익성으로도 보인다.

 

 

   의성역 승강장에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대합실이 있다. 중간에 승강장 높이를 높였는지 대합실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경사로가 있다. 하루에 14회 열차가 정차하지만 가격으로는 경쟁력이 있고 서울, 대구, 영주, 안동을 제외하고는 운행 회수에서는 버스보다 우위에 있다.

 

 

   의성역 건물은 하얀색으로 칠해 놓았고 2층 높이이지만 실제로는 단층이고 천장이 놓게 되어 있다. 매표소에는 창구 하나만 있고 자동발매기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의성역에는 KTX가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지도 않지만 대합실 곳곳에는 KTX 사진을 붙여 놓고 동대구역에서 KTX와 환승할 수 있는 시각표를 게시하여 놓았다. 부산으로 갈 때에는 동대구역에서 KTX로 환승하면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리고 운임에서도 조금 비쌀 뿐이지만 서울로 간다면 KTX가 약간 빠르지만 돌아서 가니 운임은 2.5배 가량 비싸진다. KTX를 전혀 볼 수 없으니 체험 삼아서라도 한 번 타보라는 뜻 같다. 지금은 지하철이 흔하지만 1974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지하철이 서울에서 개통되었을 때에는 지방에서 오면 한 번쯤 타던 필수 코스 아니었던가?

 

 

   의성역에는 커다란 맞이방이 있다.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맞이방에서 열차를 기다린다. 냉방이 되어서 시원하고 정수기가 있어서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다. 곳곳에 정수기가 설치되어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우리나라는 물 인심에서는 세계 최고이다. 내가 가 본 나라 중에서는 그리스(Greece)가 우리나라 다음으로 물 인심이 좋았다. 맞이방에는 작은 나무와 함께 전통 생활 도구를 전시하여 놓았다. 부산경남지사가 아닌 역으로는 드물게 의성역에는 자체 스탬프가 설치되어 있다. 스탬프의 내용으로 보아서는 의성군에서 만든 듯 하다.

 

 

   의성역 앞에는 그늘이 있는 파고다와 경찰서가 있다. 덥고 습한 날씨여서 파고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냉방이 가동되는 맞이방 이외에는 이런 더위에는 속수무책이다.

 

 

   의성역에서 조금 걸어나오면 의성에서 가장 번화가인 역전사거리이다. 여기서는 의성군 곳곳을 연결하는 농어촌버스를 탈 수 있다. 정류장 위에는 시각표가 붙어 있는데 의성군 홈페이지(https://www.usc.go.kr/page/1326/1367.tc )에서도 시각표를 대략적으로 보여준다.

 

 

   도로를 따라서 약 180m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의성시외버스터미널이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어르신들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의성에는 병원이 유난히 많다. 의성시외버스터미널도 병원 건물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매표소와 승차권 자동발매기가 설치되어 있다. 개찰구 위에는 시각표가 적혀 있는데 대구, 구미, 안동으로 가는 버스가 많다. 의외로 부산, 울산, 경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각각 2회에 불과하여 기차보다 적다. 2008년에 부전~영주 간의 무궁화호를 새로 신설한 이유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의성역은 중앙선 개량에 따라서 공사가 시작되면서 2023년 12월부터는 새로운 건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승강장도 2면 4선으로 확장되었습니다(관련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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