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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본선 산선의 설경 구경을 떠나 볼까요?
34. 2월 8일 - 하코다테본선[函館本線] 산선(山線)의 설경(上)
열차의 사진을 찍고 바로 탔다. 우리가 탄 차량은 키하 150系이다. 1량 편성이었고 원맨(ワンマン)이었다. 산선 구간에는 키하 40系, 키하 150系, 그리고 키하 201系가 운행되고 있다. 이 중에서 키하 201系는 오샤맘베[長万部]까지는 오지 않고 란코시[蘭越]역까지만 운행된다. 재미있는 건 시각표를 보면 차량에 따라서 운행 시간에 차이가 있다. 키하 40系의 경우에는 다른 차량에 비하여 속도가 느리고 급경사를 오르는 능력이 떨어져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산선은 전철화가 되지 않은 오샤맘베에서 오타루[小樽]까지를 의미하는데 거리가 140.2km이고 모두 단선이다. 무로란본선[室蘭本線]을 경유하는 해선에 비하여 연선 인구가 적고 노선이 급커브, 급경사인 구간이 많다. 주변에 니세코산과 요테이잔[羊蹄山]을 비롯한 높은 산들이 있다. 현재 정기적으로 특급 열차는 운행되지 않지만 화산 폭발로 인해 해선이 불통되거나 관광 시즌에는 임시로 특급 열차가 다니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열차만 타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므로 경치가 좋은 노선 중의 하나이다.
No. 40 철도편 : 오샤맘베[長万部] 12:20→오타루[小樽] 15:14
열차번호 및 종별 : 2937D 普通, 거리 : 140.2km, 편성 : 키하 150系 1兩(ワンマン, キハ 150-16)
키하 150系 차내는 전형적인 시골 원맨 차량이었다. 차량의 양쪽 끝에 운전대가 있고 원맨 열차의 기본 장치인 운임함과 운임표가 있다. 좌석은 출입문 부근에는 롱키트이고 안쪽은 박스 시트인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2명이 앉는 박스 시트와 1명이 앉는 박스 시트가 있었다. 입석 승객들이 많이 탈 수 있도록 하고 승객들이 타고 내릴 수 있는 통로를 넓게 하기 위함이다. 일본 남쪽 지역의 원맨 차량은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JR홋카이도 차량은 1량 편성에도 반드시 화장실을 설치하여 놓았다. 화장실은 출입문 바로 앞에 있는데 크기는 작았다. 그래도 있다는 게 어디인가? 남쪽 지방은 겨울에도 눈이 잘 오지 않고 춥지 않으니 역에 오래 정차할 때 화장실에 뛰어갔다 오면 되겠지만 눈이 얼어 바닥이 미끄럽고 화장실도 제대로 되어 있는지 의심스러운 이 지역에서 나갔다 온다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다.
홋카이도에서 운행되는 키하 40系나 54系와는 달리 객실 출입문이 따로 없고 운전실 오른쪽으로 뻥 뚫려 있어서 전망 구경에는 다른 차량보다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출입구 부근에 앉은 승객들은 역에 정차하여 문이 열릴 때마다 찬바람을 맞아야 하지만 운전실 오른쪽에서 커다란 창문으로 설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친구는 박스 시트를 하나 차지하고 수면 모드로 들어가고 나는 점퍼를 위의 짐칸에 올려놓고 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아예 운전실 옆에 서서 갔다. 물론 역에 정차할 때에는 내리고 타는 승객들을 위하여 자리를 비켜주었다.
열차는 출발하여 단선 구간으로 들어간다. 오샤맘베까지 타고 온 하코다테본선과 같은 노선이지만 대부분의 열차는 해선인 무로란본선[室蘭本線]을 따라 운행하므로 열차 운행 계통 상으로는 다른 노선에 들어가는 것 같다. 산선에서의 첫 정차역인 후타마타[二股]역까지는 열차는 속도를 내어서 잘 달린다. 홋카이도 지역이 눈이 많이 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미 하코다테에 쌓인 눈과는 그 정도가 다르다. 승강장에는 승객들을 위하여 눈을 치워 놓았는데 치우지 않은 곳은 쌓인 높이가 거의 성인 사람 키와 비슷하다. 이 정도면 제대로 걸어갈 수가 없다. 열차는 산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천천히 오르막을 간다. 선로 양옆으로는 숲이다. 벌써부터 인가는 드물다. 역 간 거리도 길어서 평균적으로 8분마다 정차역이 나온다.
홋카이도는 날씨가 춥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달리 눈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역사가 반드시 있다. 물론 규모나 시설은 역마다 차이가 있다. 좀 이용객이 있으면 무인역이라도 시간에 따라 난방을 가동하기도 하지만 승객이 적은 역은 컨테이너 박스 하나를 개조하여 쓰고 있다. 넷푸[熱郛]역은 넷푸홀이라고 하는 마을 공동 시설을 역 건물과 같이 쓰고 있다. 일본의 시골 지역은 무인역이 많아 이런 식으로 마을 공동 시설과 역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민자 역사가 있기는 하나 도시 지역에서만 가능한 일이므로 시골 지역의 역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넷푸역과 다음 정차역인 메나[目名]역 사이는 거리가 꽤 멀다. 거리가 15.4km인데 그 정도 거리면 우리나라 기존선 구간에도 역간 거리가 그 정도인 구간은 드물다. 이렇게 역간 거리가 긴 건 중간에 산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행정구역도 바뀐다. 중간에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물이 있다. 방설 터널이 있다. 산 사이를 지나가는 노선의 특성상 눈이 많이 쌓이는 지점에는 인위적으로 터널을 만들었다. 눈이 많이 와도 결국 터널 위에만 쌓이게 되므로 철길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노선에 따라서 만든 재료는 차이가 있는데 최근에 만들어진 세키쇼선[石勝線]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만들었고 분기점에 주로 설치되어 있지만 이곳 하코다테본선은 철골 구조물이고 노선 사이에 있다. 눈을 막기 위한 목적이므로 위로는 틈이 없지만 옆으로는 망처럼 되어 있어서 빛이 들어온다. 혼슈의 타다미선[只見線]에서도 본 적이 있다. 이 글을 적으면서 橫須賀線113系님의 여행기(관련 글 보기)도 읽어보았는데 불통이 된 구간은 실제 산을 뚫고 지나가는 터널이 아닌 이 방설터널이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구간은 제설차량이 한 번 밀고 지나갔다.
집이 조금씩 보이면 메나역이다. 역 간 거리가 멀어서 16분이 걸렸다. 그러나 경사를 오르는 능력이 떨어지는 키하 40系를 타면 22분이 소요된다. 같은 보통열차지만 고개 하나 넘는데 심한 차이를 보인다.
역에 정차를 하지만 내리고 타는 사람은 한두 명 수준이거나 없다. 차내에는 20명 정도의 승객들이 있는데 변동이 없다. 복장으로 보아서 대부분 스키장에 가는 사람들이다. 메나역 다음 정차역인 란코시[蘭越]역에서는 조금 더 탄다. 열차시각표를 보면 란코시역을 종착역으로 하거나 시발역으로 하는 열차가 설정되어 있다.
고개 하나 넘었으니 이제는 계속 내리막길을 달린다. 키하 150系의 최고속도는 110km/h이지만 커브가 많은 구간이라서 60km/h를 유지한다. 중간에는 선로 작업 구간이 있었다. 운전사가 기적을 울리자 작업원들이 모두 일을 잠시 멈추고 손을 들어서 응수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지 열차가 지나가는 걸 지켜보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단체로 일치된 동작을 하니 멋있어 보인다. 이런 건 군대에서 중요시 하는 건데.
조용하던 객실의 사람들이 짐을 챙기고 좀 바빠졌다. 열차가 니세코[ニセコ]역에 도착하고 있었다. 서양 사람들도 여기서 내렸다. 한참을 가서 역다운 역에 도착하였다. 니세코역은 일본에서 드문 가타카나로만 된 역명을 사용하고 있다. 원래 역명은 카리부토[狩太]역이었지만 마을 이름이 1964년 니세코로 바뀐 후 역명도 이에 맞추어서 1968년 바뀌었다. 역 건물도 관광지에 맞는 모양이다. 증기기관차가 가끔씩 임시 열차로 운행되므로 역 한쪽으로는 전차대가 설치되어 있다. 불행히도 눈으로 덮혀 있는 이 겨울에는 어디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니세코 지역은 철길 앞뒤로 산이 있다. 서쪽으로는 니세코안네푸리산[ニセコアンヌプリ山](해발 1,308m)이 동쪽으로는 요테이잔[羊蹄山](해발 1,898m)이 있다. 우리나라 지리산보다 조금 낮은 요테이잔은 화산이어서 등산도 엄격히 제한되어 있고 멀리서 보는 것 이외에는 어떤 활동도 힘들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기차 안에서 본 산의 모습은 정상까지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크다. 날이 맑아서 정상에서 반짝이는 눈을 보면 정말 멋있을 것이다. 요테이잔과는 달리 니세코안네푸리산은 스키장을 중심으로 관광지로 개발되어서 외국인들도 많이 온다. 니세코 관광에 관해서 자세히 설명하여 놓은 우리말 홈페이지(http://www.nisekotourism.com )도 있는데 관심있으신 분은 방문해 보면 큰 도움이 되겠다.
열차는 계속 내리막길을 가고 작은 하천을 따라 간다. 하천은 이 추운 지역을 흐르는데도 얼지 않았다. 이 지역은 9월 4일 현재 기온이 13℃이므로 여름이 짧고 금방 끝나는 게 실감이 난다. 산과 산 사이는 점점 넓어져서 평지가 되고 송신탑과 큰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산선에서 가장 큰 쿳챤[倶知安]역에 도착한다.
다음으로는 '하코다테본선[函館本線] 산선(山線)의 설경(下)'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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