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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JR패스 마지막 날을 침대특급 나하를 타게 되어 끝이 납니다.

 

 

 

 


83. 2월 13~14일 - 침대특급 나하(なは)를 마지막으로 JR패스 이용 종료


   우리가 탄 츠야마행 열차는 톳토리에서 온 접속열차가 도착한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치즈역을 출발하였다. 로컬선 열차답게 열차 안은 정말 한산하였다. 승객은 겨우 8명이다.

 


No. 86 철도편 : 치즈[智頭] 19:25→츠야마[津山] 20:33
열차번호 및 종별 : 687D, 거리 : 41.5km, 편성 : 키하 120系 1兩(ワンマン, キハ120-329)

 


   열차는 천천히 치즈역을 출발하였다. 왼쪽으로 치즈급행선과 나란히 가다가 멀어졌다. 밤이 되었고 지나가는 곳이 시골이라서 밖은 정말 칠흑같이 어둡다. 조금 더 가니 왼쪽으로 하천이 보인다. 철길은 하천을 따라 간다. 오르막을 가는지 열차는 엔진 소리를 높이지만 속도는 늦다.

 

   키하 120系 차량은 JR서일본의 로컬선에서 널리 쓰인다. 특히 츄고쿠[中国] 지방의 로컬선에 많이 배치되어 있다. 이전에도 몇 번 탔는데 차량 내에는 대부분 롱시트이고 가운데 16석만 박스 시트가 있다. 화장실은 없다. 1,000엔 지폐가 새로 나오면서 운임상[運賃箱]이 새로 바뀌었고 같이 운임표도 새것으로 바뀌었다. 예전과는 달리 다음 정차역 표시에 영어도 같이 나온다. 이곳까지 오는 외국인은 드물겠지만 외국인 안내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이곳 지명에 약한 일본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치즈에서 츠야마 간의 구간은 노선명은 앞에 탄 구간과 같은 인비선이지만 특급 열차가 다니지 않아서인지 완전히 선로 상태가 달랐다. 앞의 특급으로 지나간 인비선은 대부분의 역에 교행 설비가 있고 열차도 자주 다니는 반면 이곳의 인비선은 나기[那岐]역과 미마사카카모[美作加茂], 그리고 키신선[姫新線]과 만나는 히가시츠야마[東津山]역에서만 열차 교행이 가능하였다. 또한 곳곳에 속도제한이 있어서 40km/h로 달리는 구간이 있고 심지어는 15km/h라는 엄청 느린 속도로 통과하는 구간이 있었다. 물론 구간에 따라서는 비나 눈이 올 때에는 제한속도가 더 낮아지는 곳도 있었다. 밤이라 멀리 볼 수는 없었지만 왜 곳곳에 속도제한 구간이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JR서일본에서 보선 비용을 아끼기 위하여 선로 상태가 좋지 못한 구간을 방치하게 되어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JR서일본은 외국인 주주가 많아서 이들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공공 기능보다는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게 여기므로 이런 노선들을 폐지하기를 원한다.

 

 

   1시간을 더 가서 츠야마역에 도착하였다. 츠야마역의 경우 인비선을 비롯하여 키신선, 그리고 츠야마선[津山線]이 연결되는 철도 교통의 요지이다. 역에는 츠야마철도부[津山鉄道部]가 있어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운행하는 열차의 차량기지가 있다. 역도 2면 4선으로 규모가 큰 편이다. 역 건물에는 직원이 있었다. 우리는 스탬프를 받고 오카야마행 열차로 갈아탔다.

 


No. 87 철도편 : 츠야마[津山] 20:38→오카야마[岡山] 22:00
열차번호 및 종별 : 965D, 거리 : 58.7km, 편성 : 키하 40系 2兩(ワンマン, キハ47-1128+キハ47-19)

 


   츠야마선은 오카야마와 츠야마 간을 연결하는 JR서일본의 지방교통선이다. 같은 구간에 고속버스가 운행하고 있어서 경쟁이 붙어서 JR서일본에서는 쾌속 코토부키(ことぶき)가 약 2시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 일본 전국적으로 드문 주간급행인 츠야마(つやま)가 1왕복 운행되고 있다. 과거에 키하 58系 전용 차량으로 다닐 때에는 그린샤까지 연결되어 있었으나 차량의 노후화로 2003년 10월 키하 40系로 바뀌고 좌석도 세미크로스시트가 되었다. 급행 츠야마로 운행되는 차량은 아침과 저녁으로는 보통열차로도 운행된다고 한다. 우리같이 JR패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급행이라도 급행요금을 따로 부담하는 게 아니므로 관계없지만 현지인들의 경우는 소요시간 차이도 크게 없고 좌석도 같은데 많이 이용하는지 의문이다.

 

 

   이 열차도 앞에 탄 차량에 비하여는 승객이 많지만 그래도 한산하다. 오카야마에 가까워질수록 타는 사람들이 조금씩 있다. 밤이라서 밖의 경치는 역시 볼 수 없다. 중간에는 특이한 역사를 가진 역이 있다. 카메노코[亀甲]역이다. 역의 이름처럼 역 건물 앞으로는 거북이 얼굴이 나와있고 눈에는 시계가 있었다. 역에는 거북이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키하 40系는 운전실이 막혀 있다. 운전 장면을 볼 수도 없어서 자리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였다. 원맨 열차인 줄 알았는데 운전실에는 운전사가 2명 있었다. 그래도 원맨 모드로 운행을 하였다. 키하 40系 차량이지만 출입문에는 스위치가 있어서 내리거나 타는 승객은 이 스위치를 눌러서 출입문을 여닫는다. 일본에서는 지방에서 다니는 로컬선 열차의 경우 객차의 냉난방 유지를 위하여 정차역에서 스위치를 누르던지 손으로 문을 여닫게 하고 있다. 키하 40系의 경우 오래된 차량이라 보통 손으로 여닫는데 이 차량으로 개조되어 스위치를 누르는 형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카야마 이전의 역은 호카이인[法界院]역이다. 이 역 주변에는 학교가 많이 있어서 통학하는 승객들이 많아서 츠야마선 시각표를 보면 오카야마~호카이인 간을 오가는 열차도 있다. 급행 츠야마를 제외하고 모든 열차가 정차하고 츠야마선 중간에 있는 역 중 유일하게 미도리노마도구치가 설치되어 있다.

 

 

   호카이인역과 오카야마역 사이에는 디젤차의 차량기지가 있다. 차량기지를 지나면 수많은 승강장이 있는 오카야마역이다. 밤 10시. JR패스 이용시간이 겨우 2시간 남았다. 다음에 탈 침대특급 나하 출발시각까지는 54분이 남았다. 밤 늦은 시간이라 어디 구경할 곳은 없고 아직 팔지 못한 물건들을 저렴하게 떨이를 하고 있을 다이에(ダイエー)로 향하였다. 간단히 자기 전에 먹을 음식물을 사고 다시 오카야마역으로 되돌아왔다.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오카야마역은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원래 침대특급 나하는 8번 승강장에 정차하지만 역의 배선이 바뀌면서 5번 승강장에 선다. 중간 정차역인지라 나하를 타기 위하여 기다리는 사람은 우리를 포함하여 5명 정도 되었다. 열차는 제 시각에 오카야마역에 들어왔다.

 


No. 88 철도편 : 오카야마[岡山] 22:54→하카타[博多] 5:31
열차번호 및 종별 : 31 寝台特急 なは, 거리 : 463.7km, 편성 : 전기기관차+객차 7兩(6号車 オハ24-302)

 


   우리가 오늘 하루 밤을 보낼 장소는 침대특급 나하의 레가토시트(レガートシート)이다. 보통차 지정석이므로 추가 요금없이 이용할 수 있다. 좌석은 3열로 되어 있고 의자는 많이 넘어가고 발 받침대도 있어서 하루 밤을 보내기는 충분하다. 이미 차내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역시 숙박요금을 줄이면서 이동이 가능한지라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있었다. 일본인은 이 차량에서는 소수였다. 일단 오카야마 다이에에서 사 온 음식들을 먹어야 했다. 차량 한쪽으로는 휴게실이 있었으나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미 점령하였고 담배를 많이 피어서 굴뚝이라서 다른 곳을 찾았다. 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서 출입문 근처에 앉아서 먹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잠을 청하였다. 시끄럽게 떠드는 중국인들 때문에 짜증이 났다. 야간 열차인데 의자를 돌려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피곤해서인지 어떻게 잠이 들었다. 아침 5시가 넘은 시각에 차장이 깨워서 일어났다. 급히 씻고 짐을 챙기니 열차는 하카타역에 정차하였다.

 

 

   하카타역에 내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열차는 금방 문을 닫고 출발하였다. 일본 철도 여행의 출발지이고 항상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하카타역. 그러나 이른 새벽 시간이라 열차는 없고 승강장은 한산하였다. 이제 JR패스도 더 이상 쓸 수 없으니 빨리 승강장을 빠져 나가야 한다. 집표구에서는 나하를 탈 때 사용한 지정석권과 패스를 보여주니 그냥 통과되었다. 후쿠오카지하철을 타기 위하여 지하로 향하였다.

 

※ 2005년 10월 열차시각 개정에 따라서 현재 침대특급 나하는 침대특급 아카츠키(あかつき)와 연결되어 교토~토스 간을 운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나하의 편성은 축소되어 레가토시트가 없다. 그러므로 JR패스 이용시에 추가요금을 내지 않으려면 아카츠키의 레가토시트를 이용해야 한다.

 

※ 2008년 3월 열차시각 개정에 따라서 침대특급 아카츠키와 나하 모두 폐지되어서 교토 , 오사카~큐슈를 연결하는 침대열차는 모두 없어졌습니다. 그런 관계로 이 구간에서 JR패스로 추가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야간열차는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지하철과 치쿠히선[筑肥線]을 타고 바다를 따라 카라츠[唐津]로'가 연재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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