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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패스 사용 기간은 지나고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84. 2월 14일 - 지하철과 치쿠히선[筑肥線]을 타고 바다를 따라 카라츠[唐津]로
오늘은 귀국일이다. 오전에 잠시 오호리공원을 둘러본 후에 물건들을 사고 귀국길에 오른다. 지금까지는 패스를 사용하여 열차를 타고 구경을 하는데 집중하였다. 물건을 사는 것은 짐이 되어서 자제하여 왔으나 오늘은 돌아가는 날이니 그런 건 없다.
집표구를 나와서 중앙매표소를 보니 여행을 시작할 때의 기대감이 생각난다. 10일간의 여행이 이제는 끝을 향해 가고 있음을 생각하니 아쉽다.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일본에 자주 올 수 없는데 언제 다시 오려나? 아마도 1년 뒤가 되어야 할 듯.
지하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한 사람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영어로 물어보았는데 상대적으로 지리에 밝은 내가 답변을 해 주었다. 텐진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왔다. 나는 이곳은 JR의 역이고 장거리 열차(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를 타는 곳이므로 하카타역 지하에서 지하철을 타면 되고 우리도 그곳으로 가고 있으므로 따라오라고 하였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일본인은 아닌듯 하여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보았다. 물론 영어로. 그 사람의 답변이 “I'm Korean. Kankoku!!!” 이내 언어가 우리말로 바뀌었다. 우리도 대한민국 사람이고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 날이 되어 이곳으로 왔다고 하였다. 그 사람은 학회 참석차 교수님을 따라서 이곳 후쿠오카에 왔는데 아침의 텐진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호텔에서 빠져나왔다고 하였다. 나의 영어가 일본인들과 달라서 뭔가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카타역 지하에서 후쿠오카지하철을 탈 수 있다. 우리가 이용할 것은 지하철 1일 승차권이다. 창구 위주로 표를 파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하철의 경우에는 대부분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살 수 있다. 그런데 자동판매기 모두 1일 패스는 팔지 않았다. 개표구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판매한다고 하고 1일 승차권을 주었다. 평소와는 달리 나나쿠마선[七隈線] 개통을 기념하여 1일 승차권 가격이 100엔 싼 행사 기간이라서 그런 듯 하다. 개표를 받고 승강장으로 들어갔다.
No. 89 후쿠오카지하철편 : 하카타[博多] 6:06→오호리코엔[大濠公園] 6:16
열차번호 및 종별 : 423C 普通, 거리 : 4.4km, 편성 : 후쿠오카지하철 2000系 6兩(2号車 2011)
이번에 탄 차량은 2000系였다. 후쿠오카지하철의 1호선과 2호선은 중간의 나카스카와바타[中洲川端]역에서 갈라지고 있는 형태여서 1호선과 2호선 차량은 동일하게 조금 더 오래된 1000N系가 2000系와 같이 사용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JR치쿠히선[筑肥線]과 직통운행을 하는 차량은 2000系가 더 많다. 이 열차도 치쿠히선까지 가는 차량이다.
하카타역에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방 텐진역이었다. 이 사람은 떠났고 우리만이 남았다. 오늘 일정은 오호리공원을 둘러보고 지하철 3호선을 탄다. 남은 시간에는 지름신을 따라 다니게 된다. 지금까지는 계속 들고다녀야 하는 부담 때문에 지름신을 쳐다보지 않았다. 오호리공원역에 열차는 도착하였고 내렸다. 공원을 구경하기 위해 출구로 올라갔다.
그런데 시간이 아침 6시인데도 해가 뜨지 않았다. 겨울이라 해 뜨는 시각이 늦기는 하지만,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새벽 공원을 구경하는 건 좀 그렇다. 게다가 친구는 열차에서 잠을 설쳤는지 매우 피곤해하였다. 사실 더 피곤해야 하는 건 나인데. 어제는 오후에는 특급을 타지 않아서 쉬지도 못하고 돌아다녔는데. 친구는 해가 떠서 날이 밝아질 때까지 열차를 타고 다니자고 제안하였다. 나의 입장은 일본에 온 가장 큰 목적이 철도 답사인데 더 타자면 나쁠 게 없다. 그렇지만 후쿠오카지하철 노선은 짧아서 이 구간만 오가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으므로 JR 노선을 타고 카라츠[唐津]에 갔다오기로 하였다.
다시 지하철을 탔다. 이번에 오는 차는 후쿠오카지하철 1호선의 서쪽 끝인 메이노하마[姪浜]행이었다.
No. 90 후쿠오카지하철편 : 오호리코엔[大濠公園] 6:28→메이노하마[姪浜] 6:37
열차번호 및 종별 : 034003 普通, 거리 : 5.4km, 편성 : 후쿠오카지하철 1000系 6兩(6号車 1510)
메이노하마는 후쿠오카지하철과 JR치쿠히선의 경계역이다. 여기서부터 계속 가면 JR큐슈 노선이 된다. 내려서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역에는 교대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JR큐슈의 운전사가 있었다. 이 역은 두 회사 노선의 경계여서 승무원도 바뀐다.
No. 91 철도편 : 메이노하마[姪浜] 6:48→치쿠젠마에바루[筑前前原] 7:05
열차번호 및 종별 : 425C 普通, 거리 : 12.7km, 편성 : 후쿠오카지하철 1000N系 6兩(1号車 1515)
이번에 들어온 차량도 1000N系였다. 아직 새벽이라서 자리가 많았다. 친구는 잠이 들었고 나는 JR시각표를 보면서 일정을 짜기 시작하였다. 예상하지 않은 일정이 되면서 언제쯤 다시 돌아갈 수 있는지 대충 알아놓아야 한다. 오늘은 귀국하는 날인데 혹시나 배를 놓치게 되면 그로 인한 뒷일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금방 종착역인 치쿠젠마에바루역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다시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구름다리를 건너서 3량 편성인 JR큐슈의 103系 차량을 탔다.
No. 92 철도편 : 치쿠젠마에바루[筑前前原] 7:08→카라츠[唐津] 7:52
열차번호 및 종별 : 325C 普通, 거리 : 29.9km, 편성 : 103系 3兩(ワンマン, 4号車 クモハ103-1516)
치쿠히선에도 원맨 열차가 다닌다. 103系 3량 편성에서만 원맨이다. 그런데 다른 노선과는 차이가 있다. 보통 시골을 다니는 JR노선의 원맨카의 경우에는 운전실 쪽의 출입문으로 내리고 승객은 승차권을 보여주던지 운임을 내고 내리게 된다. 그러나 치쿠히선의 경우는 차장이 없고 운전사가 출입문 개폐까지 할 뿐 차량 안에는 승차권을 보여준다던지 운임을 내는 시설은 아예 없다. 물론 역에 정차할 때에는 모든 출입문이 열린다.
치쿠젠마에바루부터는 그래도 로컬선 분위기가 난다. 역간 거리도 조금 길고 노선은 단선이다. 반대쪽 하카타 방면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열차가 자주 다니고 있어서 교행이 가능한 역에서는 어김없이 하카타 방면 열차를 볼 수 있다. 교행을 하는 경우에는 시간이 딱 맞지 않으면 잠시 몇 분간 정차하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승강장에 나가서 바람을 쐬면서 몸을 잠시 풀어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경험하기 어려운 로컬선 여행의 여유이다.
이전에도 치쿠히선을 타 본적이 있지만 치쿠히선의 또 다른 매력은 바다를 따라 달린다는 점이다. 지하철 같은 차량으로 바다를 따라서 달리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상쾌하다. 구름이 조금 끼여있기는 하였지만 파도 없이 바다는 파도 없이 잔잔해서 오늘 귀국길이 편안하리라는 예상을 한다.
가끔은 통학생이 많이 타면서 입석이 생기기도 하였으나 전체적으로 출근하는 사람들과는 반대 방향이라 열차 내는 한산하였다. 도시가 보이고 열차가 고가 구간에 들어서면 카라츠에 가까이 왔음을 의미한다. 카라츠선[唐津線]과 합류하면 종착역인 카라츠역이다.
카라츠역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친구는 카라츠에 왔다는 징표를 남기려고 이정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정표 위에는 가시가 있다. 새들이 앉아서 이정표가 배설물로 오염되고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많아서인지 아예 앉을 수 없도록 가시를 박아놓았다. 새들과 같이 있는 역이 있는가 하면 여기처럼 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시설을 한 곳도 있다.
카라츠보다는 아침 바다를 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할 장소가 필요하였다. 카라츠 시내에는 그럴 곳이 없었다. 카라츠 시내로 오기 전에 있는 니지노마츠바라[虹ノ松原]역이 좋아 보여서 다시 돌아가는 열차에 탔다.
No. 93 철도편 : 카라츠[唐津] 8:14→니지노마츠바라[虹ノ松原] 8:21
열차번호 및 종별 : 324C 普通, 거리 : 5.1km, 편성 : 103系 3兩(ワンマン, 6号車 クハ103-1516)
금방 니지노마츠바라역에 도착하였다. 열차에서 내려서 역을 둘러보았다.
다음으로는 '니지노마츠바라[虹ノ松原]의 소나무 숲과 하얀 백사장의 바닷가 그리고 간이역'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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