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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지만 간단히 쇼핑을 하고 귀국길에 오릅니다.

 

 

 

 

 

88. 2월 14일 - 코비를 타고 귀국길에

 

   하카타역의 역 자체에는 크게 물건을 살만한 곳이 없다. 우리가 가는 곳은 역 바로 옆에 있는 하카타역교통센터[博多駅交通センター, 하카타에키코츠센타, http://www.f-kc.jp ]이다. 이곳은 말 그대로 교통센터이므로 1층과 2층은 버스터미널이다. 시내버스와 고속버스가 이곳에서 출발한다. 3층에서 8층까지는 상업 시설이 들어와 있다. 대형서점과 레코드점을 비롯하여 100엔샵과 전자제품판매점까지 위치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관심이 있는 건 대형서점과 100엔샵이다.

 

 

   특히 이곳에 있는 대형서점은 일본 곳곳과 해외에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키노쿠니아[紀伊國屋, http://www.kinokuniya.co.jp ]이다. 서점 안의 모습은 우리나라 대형서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을 충분히 놀라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보낼 수 있는 코너가 있다. 바로 철도 관련 도서 코너이다. 우리나라에는 나오는 책이 적어서 엄두도 못내지만 일본에서 철도에 관한 서적은 정말 다양하게 나온다. 월간 잡지도 철도 분야에 따라 나누어지고 시각표도 종류가 많고 크기와 수록범위가 다양하다. 이곳 코너에는 철도 관련 서적뿐만 아니라 DVD와 비디오테이프도 판매하고 있다. 갈 때마다 마구 지르고 싶은 충동을 주는 지름신과 가난한 너는 참아야 한다는 인내신의 전투로 마음 속이 복잡하다. 결국 그림 1305에 표지가 있는 책을 하나 구매하였다. 가격도 저렴하고 사진이 많고 무엇보다도 DVD가 들어있는게 매력이었다.

 

 

   아래층으로 가서 이번에는 100엔샵에 갔다. 우리나라보다 싸거나 구하기 힘든 물건을 주로 사는데 이번에는 수정액, 여러가지 필기구, 타이머, 노트 등을 구입하였다. 타이머의 경우에는 나의 전공 분야에서 실험을 하는데 많이 사용하는데 일반 가게에서는 판매하지 않아서 실험기구를 파는 회사에 주문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에는 이런 100엔샵에도 판매하고 있다. 물론 가격은 100엔이 아니고 제품에 붙은 이름은 요리용 타이머이다. 일본인들은 음식을 만들 때에도 설명서에 따라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는 모양이다. 노트는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A4의 크기로 된 노트는 보기가 힘들다. 게다가 A4 크기로 나오는 노트는 모두 스프링노트인데 실험노트는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스프링노트를 사용할 수 없다. B5 크기로 나오는 노트도 있지만 표나 사진이 많이 들어가므로 크기가 작아서 불편하다. 그렇지만 일본에는 두께가 조금 얇기는 하지만 스프링이 아닌 제본된 A4 크기의 노트가 팔고 있다. 일본에 갈 때마다 몇 권씩 사온다.

 

   여행과는 관계없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제본된 A4 노트가 판매되고 있다. 그 이유인 즉 작년 12월에 발생한 당시 서울대 수의대 교수였던 황우석 씨가 논문을 조작하여 이에 대한 파문이 일어나면서 학교와 학회 차원에서 실험노트의 체계적인 정리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면서 '연구 노트'라는 이름으로 교수와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일부는 매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실험이 아니더라도 기록의 중요성은 많은 분들이 잘 아시리라고 본다. 내가 이렇게 장문의 여행기를 쓸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내가 수첩 한 권 분량의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10일이면 꽤 긴 기간이므로 단순히 기억에 의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돌아온 후 얼마되지 않은 때에는 기억이 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잊어버리고 헛갈리지만 기록과 정리를 잘해 놓으면 얼마든지 다시 알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여행 과정을 상세히 기록을 한 이유는 기억을 해야한다는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연구에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노트를 상세히 적는데 그것도 같은 이유이다. 학창시절부터 암기 능력이 떨어져서 고생을 했는데 이게 적는 걸로 바뀌었다.

 

   100엔샵에서 여러 물건을 보고 있으니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이제는 항구로 이동을 해야 한다. 배로 여러번 일본을 오가면서 45분 전까지만 가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조금 더 있다가 출발하였다. 배 출발 1시간 20분 전인 오후 1시 10분에 100엔샵을 나왔다.

 

 

   하카타역을 뒤로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하였다. 버스 시각이 되었는데 버스는 오지 않았다. 버스가 늦는 모양인데 다음 버스가 도착하기까지는 약 20분 정도 남아있었다. 이렇게 되면 꽤 늦어질 수 있어서 항구 방향으로 뛰어갔다. 일본의 시내버스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뛰어가면 거의 버스와 같은 속도가 나온다. 게다가 하카타역 부근의 도로는 차가 많이 체증도 조금 심하고 신호등도 많다. 5분 정도 뛰다보니 항구로 가는 버스가 보인다. 버스정류장까지 다시 뛰어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No. 98 시내버스편 : 오쿠노도[奥の堂] 13:24→하카타항국제터미널[博多港国際ターミナル] 13:37
버스번호 및 종별 : 11 普通, 요금 : ¥180, 운영회사 : 니시니혼철도[西日本鉄道]

 

 

   버스 안에는 승객이 적다. 그나마 모두 중간에 내렸다. 우리가 타는 게 마지막 배이니 그럴 수 밖에. 다행히도 배 출발 45분 안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릴 때에는 얼마나 긴장하였는지 잔돈 계산이 잘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동전도 아니고 엔화 동전이라서 익숙하지도 않고 10엔이 잘 보이지 않아서 100엔을 잔돈으로 바꾼 후 버스 요금을 내고 나왔다.

 

   터미널 안에는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는 나보다 먼저 쇼핑을 끝내고 지하철을 타고 약간 내려와서 이곳까지 버스를 타고 왔다. 이유는 40엔을 아끼기 위함이다. 나는 지하철은 안탔지만 뛰어서 온 거리가 어느 정도 되어서 40엔을 아꼈다.

 

 

   좌석을 배정받고 터미널 이용권을 산 뒤 의자에서 앉아서 휴식을 취하였다. 지금은 안에 사람이 많아서 출국 수속이 조금 오래 걸리는 듯 하고 버스 안에서 긴장을 해서 안정을 찾기 위함이었다. 항구는 공항과는 달리 보안 수속이 간단하므로 수속에 걸리는 시간은 줄이 없으면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오후 2시 6분 출국 수속을 위하여 들어갔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면세 구역에 있으므로 순식간에 끝났다. 입국 때처럼 질문을 하거나 귀찮게 굴지 않는다. 면세 구역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도 거의 만석인 모양이다. 역시 오후 시간이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직 일본 땅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느낌이다.

 

 

   비틀이 오후 2시 15분에 먼저 출발하고 2시 20분 정도에 문이 열리고 배를 타러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지만 당연 설 필요가 없다. 선착순도 아니고 좌석이 지정되어 있으니깐. 늦게 나갔지만 일부 사람들은 배에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어슬렁거린다. 나도 배의 사진과 주변 사진을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끝나고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다.

 

 

No. 99 제트호일선편 : 하카타항[博多港] 14:30→부산항 17:25
편명 : KJ008, 거리 : 213.0km, 선명 : 코비 5호(파나마 국적)

 

   이번에 탄 배는 코비 5호였다. 다행히 좌석은 2층으로 배정받을 수 있었고 맨앞 줄이 아니어서 테이블을 꺼내어서 사용이 가능하였다. 선내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시 많았다. 배가 출발하자 사람들이 잠이 들어서 조용해졌다. 모니터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모노노케히메[もののけ姫, 원령공주]’가 방영된다.

 

 

   돌아가서 할 일을 생각하니 암담하기도 하고 여행 피로도 몰려와서 영화는 볼 수 없다. 게다가 아까 서점에서 산 책 내용이 궁금하였다. 책을 꺼내어서 우리가 여행한 코스를 복습하여 보았다. 정신없이 움직였지만 꿈같은 열흘이었는데 이제는 끝을 향하여 가고 있다.

 

 

   날씨는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고 바다에 파도는 거의 없다. 그런지라 배의 흔들림도 없고 순조롭게 운행되고 있다. 오후 5시 드디어 우리나라 땅이 보인다. 배는 부산항으로 들어가서 국제여객터미널로 향한다. 부산의 날씨 역시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고 하늘은 빨리 어두워지고 있었다. 정시인 오후 5시 25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최종편인 'KTX를 타고 서울로 복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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