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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야산까지 왔으니 바로 케이블카를 타고 되돌아갈 수는 없죠. 날씨는 좋지 않지만 오쿠노인과 단죠가람을 둘러봅니다.

 

 

 

 


52. 1월 31일 - 끝도 보이지 않는 곧은 삼나무 아래에 수많은 비석이 있는 오쿠노인[奥の院]


   코야산역에도 계속하여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코야산도 산인데 눈이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이기는 하지만 겨울에 어둡고 추운 날씨에 왔다는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왕 왔으니 볼 것은 다 보고 가야한다. 역에서 받은 한글판과 일본어판 지도를 번갈아 보면서 코야산의 가장 안쪽에 있는 오쿠노인에 먼저 가기로 하였다.


   코야산을 구경한 후에는 다시 이 역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무거운 가방은 짐이 된다. 또한 코야산 내에서는 많이 걸어야 하므로 역의 코인라커에 가방을 보관하기로 하였다. 300엔짜리 약간 큰 코인라커에 친구와 나의 가방 2개를 넣었다.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가방을 밀어서 라커 내에 빈 공간이 없게 하니 겨우 들어갔다. 힘으로 코인라커 문을 닫았다. 어떻게든 고정되어 있으면 하면 된다.


   코야산역 바로 앞에 버스터미널이 있다. 매표소가 있고 버스가 한 대 대기하고 있다. 반대쪽에는 주차장이 있는데 난카이린칸버스[南海りんかんバス, http://www.rinkan.co.jp ]만이 주차되어 있다. 이곳 코야산 지역은 난카이린칸버스가 독점하고 있다. 우리는 오쿠노인마에[奥の院前]로 가는 버스를 탔다.

 

 

No. 70 노선버스편 : 코야산역[高野山駅] 10:38→오쿠노인마에[奥の院前] 10:55
버스번호 및 종별 : 高野山內線 普通, 정상요금 : ¥400, 운영회사 : 난카이린칸버스[南海りんかんバス]

 

 

   코야산 내에서의 버스 요금도 결코 싸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스룻토칸사이패스가 있으니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버스 안은 한산하다. 우리가 팸플릿을 받고 코인라커에 가방을 보관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은 앞의 버스를 타고 떠났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간 날은 비가 오는 겨울에다 평일이니 관광객이 가장 적은 최악의 경우에 해당된다.

 

   코야산역은 코야산 마을과는 떨어져 있는데 난카이린칸버스의 전용 도로를 통해서 갈 수 있다. 이 도로는 난카이린칸버스가 소유하고 있는 사설도로로 걸어서도 갈 수 없으며 오로지 난카이린칸버스만이 지나갈 수 있다. 버스는 출발하였고 전용 도로를 따라서 간다. 다른 차량이 없기에 도로는 한산하다. 그렇지만 폭이 좁고 곳곳에 급경사가 있어서 속도를 많이 내지 못한다. 좌로 우로 계속 커브를 돌아서 약간 어지러웠다. 약 5분 정도 가니 전용도로가 끝나고 일반 도로로 진입한다. 물론 여기에는 난카이린칸버스의 직원이 있어서 다른 차량이나 도보로 진입하는 사람들을 막는다.


   이곳에 뇨닌도[女人堂]가 있다. 현재는 누구든지 코야산에 올 수 있지만 1872년까지는 여자들은 이곳을 통해서만 코야산에 출입할 수 있었다. 여자들은 험한 이곳을 통과하여 코야산에 들어왔다. 지금은 코야산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가장 먼저 정차하는 정류소가 있는 장소가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정류소 간의 거리가 짧고 코야산 마을이다. 도로 양옆으로는 수없이 많은 절들이 있다. 조금 더 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 센쥬인바시[千手院橋]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관광안내소가 있으며 버스끼리 상호 환승이 가능하다. 동쪽으로 가면 우리의 목적지인 오쿠노인[奥の院前]이 있고 서쪽으로는 다이몬[大門]이 있다. 여기는 절이 적고 주택가와 상점이 있어서 코야산의 중심지임을 알 수 있었다.

 

 

   버스는 동쪽으로 달려서 얼마 가지 않아서 종점인 오쿠노인마에에 도착하였다. 전구간을 탄 승객은 우리뿐이었다. 17분 탔는데 400엔이니 무척 비싼 요금이다. 그러나 우리는 스룻토칸사이패스만 카드 리더기에 통과시키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없지만 일본에는 패스나 일정액이 들어있는 교통카드를 이용하여 탈 때와 내릴 때 각각 리더기에 통과시키면 탄 구간의 요금이 자동적으로 정산되는 시스템이 발달되어 있다.

 

   버스에서 내리니 한기가 느껴졌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고 시간 산으로는 오전 11시가 되지 않았지만 하늘은 어두웠다. 이제는 걸어가야 하는데 참으로 암담하였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가기로 하였다. 우산을 쓰고 천천히 인적이 없는 길을 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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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코야산[高野山]에 관하여 간단히 설명한 후에 여행기를 계속하여 진행하고자 한다. 한자의 의미와는 달리 코야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없다. 코야산은 와카야마현 북부의 1000m가 넘는 8개의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고원을 총칭하는 명칭이다. 현재는 코야쵸[高野町, http://www.town.koya.wakayama.jp ]의 사찰 단지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앞의 여행기에서 텐리시[天理市]가 텐리교의 마을이듯이 코야산은 불교 중에서도 살아있는 동안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밋쿄[密教]의 본산이다.

 

   역사를 보면 코보다이시[弘法大師]로 불리는 쿠카이[空海]가 중국에서 불교 유학을 하고 일본에 돌아와서 코야산에 사찰을 세웠다. 이어서 시코쿠로 가서 사찰 88곳을 순례를 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밋쿄를 널리 퍼뜨리고 일본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최초로 중일 사전을 편찬하고 히라카나 문자를 만들었다. 또한 서예가로서도 존경을 받았다. 우리나라로 보면 ‘일본의 세종대왕’ 정도로 생각된다.

 

   쿠카이 사후에도 계속 코야산의 사찰 단지는 계속하여 커져서 계속하여 신도들을 끌어들였다. 죽은 사람의 유골을 쿠카이의 무덤 가까이 두는 게 유행하면서 이곳은 점점 묘지가 늘어나게 되었다. 오쿠노인이 묘지의 길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16세기에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세력 확장을 위하여 코야산의 승려들을 대량학살된 적도 있고 에도 정부에서 신도[神道]를 장려하면서 코야산의 승려들이 소유한 토지를 빼앗으면서 한때 위기를 겪기도 하였지만 지금까지도 일본 불교의 중심지로 남아있다. 110개의 사찰에 7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2004년에는 요시노[吉野]와 쿠마노[熊野] 지역과 묶어서 키이산지의 영장과 참예도[紀伊山地の霊場と参詣道]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록되었다. 우리가 간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쿠카이가 이곳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시코쿠 사찰 순례에서의 시작과 끝은 이곳 코야산에서 해야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 하지 않지만 코야산은 서양인에게는 사찰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슈쿠보[宿坊]로 유명하다.

 

 

   다시 여행기로 돌아가기로 하자. 오쿠노인의 참배로 처음에는 넓은 길에 등이 양쪽에 있었다. 그러나 길은 조금씩 좁아지면서 등보다는 묘지가 더 많이 보였다. 일본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돌비석만 있는 묘인데 끝도 없이 보였다. 돌비석이 모두 기둥 모양이고 비석 주위의 돌들도 모두 바르게 네모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약간은 삭막하여 보였다. 그나마 멀리 보이는 높고 곧은 삼나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는 계속 오고 길에는 끝이 보이지 않게 묘지가 이어진다. 게다가 관광객이 많이 오는지는 의문이 날 정도로 인적은 드물다. 날만 조금 어두우면 귀신이 나오기 딱 좋은 설정이다.

 

 

   절반 정도 가니 길이 바뀐다. 지금까지는 돌로 포장되어 있어서 비가 오지만 그래도 걸어가기에 좋은 길이었다. 이제부터는 포장이 되지 않은 흙길이다. 삼나무도 길 바로 옆에 있다. 물론 묘지도 계속하여 있지만 조금 낡은 느낌이 든다. 이곳의 묘지는 만들어진 게 좀 오래되는 모양이다. 길에는 눈이 얼어붙어 있고 일부는 얼지 않은 상태이다. 눈 녹은 물이 고인 곳을 피해서 천천히 계속하여 갔다. 날씨도 추워서 조금씩 몸으로 한기가 느껴졌다. 그래도 왔으니 조심해서 계속 갔다.

 

 

   드디어 건물이 하나 나타난다. 쿠카이가 입정한 뒤에 제자들이 지은 사당인 고뵤[御廟]가 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고뵤는 쿠카이의 무덤에 해당한다. 고뵤 안에는 쿠카이를 기리는 등불이 수없이 있다. 사찰이기는 하지만 신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신사와 비슷하게 생겼다. 물론 보살상이 있고 손 씻는 곳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신사와는 구별이 된다. 겨울이라서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얼어붙어 있어서 구경만 할 수 있고 크기가 다른 보살상에는 눈이 쌓여 있다. 수많은 등이 있는 토로도[燈籠堂]로 건너가는 다리인 고뵤바시[御廟橋] 아래에서는 물을 떠서 죽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지장보살상에 부어주지만 이런 추운 물이 얼어버리는 상황에서는 할 수 없었다.

 


   고뵤바시[御廟橋]를 건너면 수많은 등이 있는 토로도가 있다. 토로도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다. 토로도는 효녀 오테루[お照]가 바친 ‘가난한 여자의 하나의 등(貧女の一燈)’과 시라카와[白河] 일왕이 헌등한 시라카와등[白河燈]이 천년 이상 계속 불타고 있는 사당이다. 사당 내에서 수많은 등이 있다.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듯 한데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아마도 지금도 계속 숫자가 늘어나는 등에서 짭짤한 수입이 있으니 굳이 입장료까지 받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이 사당은 건물 안은 물론 건물의 지하와 주변까지 모두 등이 수없이 있었다. 등의 모양과 색으로 보아서 오래된 등에서부터 최근에 설치된 등까지 다양하였다. 온통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면 과연 이 등을 어떻게 유지 관리를 하고 있을까? 안에 촛불이 들어있다면 계속 타면서 초가 짧아져서 잘못하면 화재의 위험이 있고 그 많은 등의 초를 계속 관리하면서 교환하는 것도 엄청난 일이 된다. 자세히 등을 살펴보니 오래된 등은 안에 기름이 연소되면서 불을 밝히고 있지만 최근에 만든 등은 완전히 규격화되어 조립된 형태로 안에는 전구가 들어있어서 전기를 이용하여 불이 켜진다. 전기 공급만 계속되고 전구의 수명에 맞추어서 전구만 갈아주면 된다. 역시 일본은 겉으로는 오래된 느낌을 가진 게 많지만 자세히 보면 현대식으로 최첨단으로 관리되고 있다.

 

   토로도를 나와서 참배로를 되돌아간다. 이곳까지 올 때에는 목적지까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어서 길이 멀고 날씨가 춥게만 느껴졌지만 이제는 여유가 있었다. 계속 비가 내리고 있지만 천천히 걸어서 내려갔다.

 

 

   삼나무들은 매우 키가 크고 곧게 뻗어 있을 뿐 아니라 뿌리에는 이끼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세월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일본은 큰 전쟁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무 근처에는 역시 나무로 된 판들이 있다. 글자가 적혀 있는데 이정표인 것도 있고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 등의 금지문도 있다. 누가 관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쓰레기 없이 깨끗이 유지되고 있다.

 


   내려가는 도중에 보니 토요토미가[豊臣家]의 묘지도 있다. 이들도 쿠카이와 가까운 장소에 묻히기를 바랬는지 이곳에 묘자리를 마련하였다. 참배로에서는 약간 떨어진 위치에 계단을 통하여 올라가게 되어 있다. 묘자리도 다른 묘에 비하여는 규모도 크고 비석이 있지 않고 돌로 만든 조형물이 있다. 확실히 귀족들의 묘지는 무언가 평민과는 달랐다.

 

 

   계속 참배로는 이어지고 길이 약간 좁아졌다. 들어올 때와는 다른 길로 가고 있는데 코야산 마을 가운데를 향하여 가기 위함이다. 계속 키가 큰 삼나무에 길가에는 묘지가 이어진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조금씩 계속 내리고 있고 삼나무가 빛을 가려서 낮인데도 무척 어둡다. 사진을 찍을 때 흔들림 주의 표시가 나오기도 한다. 낮에는 보통 거의 나오지 않는데.

 

 

   역시 이 길도 시작점에 도달하면 묘지보다는 등불이 더 많아진다. 언젠가는 여기도 묘지가 더 많아질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에 죽은 사람의 묘지를 만드는 모습을 보지는 못하였으니 다른 어딘가에서 이루어지는 듯 하다. 길가의 양쪽에 있는 등불은 불을 밝히고 있는데 안에 모두 전구가 들어있다. 역시 안에는 현대 문명으로 되어 있다.

 

 

   이윽고 참배로의 입구에 해당하는 이치노바시[一の橋]가 나타난다. 이 다리를 건너면 삼나무숲과 무덤이 있는 참배로에서 벗어나서 현대로 바뀐다. 이치노바시 앞에는 버스정류장과 마을이 있다. 저 세상과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코야산의 다양한 사찰들의 모습'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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