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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시의 중심지인 사천읍이나 삼천포로 가는 사천선은 일부 구간만 남아서 화물 수송에 가끔 이용되지만 그게 사천시에 있는 철도의 전부가 아니다. 경전선이 사천시의 북쪽으로 지나간다. 다솔사역과 완사역(浣紗驛)이 있는데 모두 무인역이다. 현재 모든 열차가 통과하는 다솔사역과는 달리 완사역은 무궁화호가 하루에 5왕복 정차하고 있다.

 

   경전선이 버스가 기차에 비하여 빠르기는 하지만 간이역을 가기 위해서는 기차가 훨씬 낫다. 그러나 9월 말이 되면서 날씨가 선선해지고 북천역 코스모스 축제가 열리면서 경전선에서 보기 드문 만석이 되었다.

 

   완사역은 행정 구역 상으로는 사천시에 있기는 하지만 사천읍이나 삼천포 시내보다는 진주 시내로의 교통이 편리하다. 진주 시내에서 시내버스 96번과 좌석버스 390번(노선도 보기)이 1시간 간격으로 있다. 보통 하나의 선으로 표시되는 노선도와는 달리 중간에 나누어지기도 하고 종점도 여러 곳에 있다. 하지만 완사는 반드시 가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략적으로 기점인 판문동에서 매시 15분에 출발하는데 교통 체증이 없는 경우에는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는 매시 35분 정도에 지나가고 진주역과 진주고속버스터미널에는 매시 40분 정도에 지나간다. 기사의 운전 습관이나 교통 사정에 따라서 버스가 도착하는 시각에 차이가 날 수 있으니 10분 정도 미리 가서 기다리는 게 좋다. 노선도에서 알 수 있듯이 진주 시내를 한 바퀴 돌아서 완사로 향하므로 진주역 앞에서 탈 때에는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타야 한다.

 

 

   완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였다. 참고로 반대로 진주 시내로 나갈 때에는 매시 10분 정도에 버스가 도착한다. 근처의 가게의 유리창에는 사천시내버스 시각표가 붙어 있다. 가장 아래의 곤양터미널과 사천터미널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는 완사에 오지 않으므로 실제 하루에 7왕복만이 운행하고 있다. 사천시에 속하지만 진주시내버스가 더 많이 다니고 있다.

 

 

   타고 온 버스에서도 많은 승객이 내렸는데 완사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역사가 100년이 넘는 장으로 끝 자리가 1, 6으로 끝나는 날에 장이 열린다.

 

 

   1999년에 남강댐 보수공사로 완사 마을은 물론 완사역도 이전되었다. 이전에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완사 마을은 바둑판처럼 길이 나 있고 집이 있으며 완사역은 마을과는 떨어져 있다. 마을에서는 완사역으로 가려면 마을 입구인 2번 국도로 나가서 조금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이전을 할 때에 마을에서 바로 역으로 갈 수 있게 만들었으면 어떨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마을 가운데의 길을 가로지는 버스와는 달리 마을에서 떨어진 역은 그만큼 마을에서의 접근이 어렵고 관심이 적어지게 만들었다.

 

 

   이전되어서 만들어진 역이라서 입구가 넓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으나 마을과는 밭으로 분리되어 있다. 완사역 건물 앞에는 커다란 주차장이 있다. 대충 보아서는 30대 가까이는 여유있게 주차할 수 있을 듯 하다. 시골의 역이니만큼 주차장 한쪽에는 등나무 아래에 휴게소도 있기는 하나 역 건물에서 좀 멀리 있다.

 

 

   완사역 건물은 경전선의 다른 역과는 달리 凸자 모양으로 되어 있다. 넓게 퍼져 있기는 하지만 건물 자체는 크지 않다. 주차장이 넓어서 그런지 건물이 좀 왜소하는 느낌도 든다.

 

 

   완사역 대합실로 들어가면 아직 11년 정도밖에 되지 않어서 그런지 내부는 깨끗하다. 하지만 무인역이 되면서 매표소는 나무로 막아 놓았고 문도 잠귀어서 들어가지 못하게 해 놓았다. 의자는 밖에 빼 놓아서 승객들이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게 해 놓았다.

 

 

   반대편에는 시각표가 게시되어 있다. 무인역이 되었지만 화장실은 개방되어 있어서 이용할 수 있다. 벽에는 삼천포와 남해군 창선도를 연결하는 창선삼천포대교의 야경 사진이 붙어 있다. KTX 사진만 있는 것보다는 지역의 중요 관광지를 보여주고 있다.

 

 

   완사역 대합실은 천장이 2층 높이이고 창문이 설치되어 있어서 빛이 들어올 수 있어서 조명은 켜 놓지 않았지만 내부는 밝다. 사실 사람이 잘 없는 무인역의 경우에는 전력 낭비이므로 낮에는 조명을 꺼 놓는다.

 

 

   완사역은 무인역이기는 하나 명예역장이 배치되어 있다. 보수가 있는 건 아니고 엄청난 명예가 있지도 않지만 4: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이었다. 현재 명예역장은 철도팬으로 '소정리역부역장'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다. 전공인 기록관리학을 살려서 우리나라 각역의 승객과 화물에 대한 통계가 모두 수록되어 있는 철도역 데이터베이스(Railroad Station Database, http://www.stationdb.x-y.net )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블로그(http://blog.naver.com/invisibleone )에서 완사역 방문 예정일과 시간을 알려주고 활동기를 기록하였으나 겨울이 되어서는 흐지부지 되어 버리다가 2011년 5월부터 다시 재개하였다. 2010년 여름에는 뉴스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 유명 인사이다(관련 뉴스 보기).

 

   명예역장은 완사역 스탬프를 2개 제작하여서 하나는 진주역에 비치되어 있고 나머지 하나는 완사역에 있다. 완사역에 있는 스탬프는 명예역장이 있을 때에만 찍을 수 있다. 2010년에는 명예역장의 블로그에 공고가 되었지만 이후로는 활동이 뜸해서면서 1달에 1회 정도 일요일 낮에 볼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완사역에서 스탬프를 찍는 과정과는 매우 특별하다. 완사역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누구인지 통성명도 해야하고 스탬프를 찍는 모습을 명예역장이 사진으로 담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벌써 125개역 정도, 일본에서는 400개역 넘게 스탬프를 찍어 보았지만 이렇게 스탬프를 찍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내 모습이 나오기는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어서 명예역장 블로그에서 허락을 받고 가져왔다. 내가 4번째로 완사역에서 스탬프를 찍어 간다고 알려주었다.

 

 

 

   이설된 역이어서 구내도 다른 경전선 역과는 달리 무척 넓다. 승강장은 1면 2선으로 선로는 직선으로 쭉 뻗어있어서 신선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하지만 완사역에서는 경전선 복선 전철화 공사를 시작하면서 선로 옆에는 공사를 시작하였고 승강장을 만들고 있다. 공사 상황으로 보아서는 11년 밖에 되지 않은 현재의 승강장을 갈아업을 듯 하다.

 

 

   승강장과는 지하도나 육교가 없이 바로 연결되는데 휠체어 등을 탄 승객들의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하여 승강장 가운데는 내려가 있어서 턱이 하나도 없다. 긴 승강장 가운데에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대합실이 하나 설치되어 있다.

 

 

   승강장은 길지만 현재 완사역을 정차하는 열차는 4~5량 정도여서 역 건물에 가까운 위치에 정차하고 있다. 당시 철도청 예산이 아니라 남강댐 수몰에 따른 보상으로 지어져서 너무 통이 크게 짓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왕이면 선로만 놓으면 바로 복선으로 활용할 수 있게 지었으면 지금은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물론 당시에는 경전선을 개량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으니. 당시 공사를 하던 경부고속철도조차도 엄청난 공사비로 심하게 비판을 받던 시절이었다.

 

 

   1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완사역의 이정표는 녹이 슬어서 상태가 좋지 못하다. 이웃한 역은 열차가 더 이상 정차하지 않게 되면서 테이프로 붙여서 바꾸어 놓았다. 북천역 방면으로는 다솔사역이 있고 진주역 방면으로는 유수역이 있다.

 

 

   완사역에는 화물승강장도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겨우 6년만 쓰고 2005년에 화물 취급이 중지되었다. 화물승강장 앞과 주변에는 코스모스가 피어서 가을이 왔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승강장의 진주 방면 끝으로 가 보니 비석이 하나 있다. 내려가서 보니 경전선 남강댐 수몰지구 철도이설 노반공사 공사준공표지판이다. 유수역에서 다솔사역까지 5.052km 구간이 이설되었고 1994년 11월 2일부터 1999년 8월 10일까지 공사가 되었다는 사실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1990년대에 이설되어서 현재는 경전선의 다른 역과는 좀 이질적인 모습을 갖춘 완사역이지만 경전선 복선전철화로 계속하여 바뀌고 있어서 앞으로는 더 이상 경전선에서도 특별하지 않은 역이 될 것이다. 2010년 12월 15일에 경전선 복선전철화로 삼랑진에서 마산까지 개통될 예정으로 있고 한림정역은 이미 건물이 이전하였고 승강장도 새로 바뀐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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