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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은터미널에서 도로를 따라서 조금만 걸어가면 가은역(加恩驛)이 나온다. 언덕 아래에 있어서 찾기 힘든 문경역과는 달리 매우 찾기가 쉽다.

 


   작은 역이지만 광장을 갖추고 있고 열차는 다니지 않지만 건물 앞에 심어놓은 나무는 벌써 건물보다 더 높이 키가 컸다. 광장이 조금 넓어서 지역 주민들의 주차장 역할을 하고 있다. 저 주차장에서 내려서 기차로 갈아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구가 적은 이곳에서는 경제성이 없으니 어려운 상황이다.

 


   가은역 건물을 보면 오래되고 낡아서 일제시대에 지은 걸로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다. 가은역 건물은 1955년4월 8일에 만들어졌으며 가은선은 이후인 1955년 9월 15일에 개통되면서 열차가 운행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전쟁이 끝난지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시절에 지었다. 그래서인지 일제시대의 건물 양식을 그대로 닮았다. 삼각 지붕에 나무로 된 창문이 있다.

 


   가은역은 부속 건물이 따로 있고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장실은 개방되어 있었다. 물은 나오지 않지만.

 


   얼핏 보기에는 전형적인 시골의 작은 역 건물이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다. 가은역의 역명판은 폐역이 될 당시의 한국철도와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문경시(http://www.gbmg.go.kr )의 마크가 붙어 있다. 가은선이 폐선되면서 문경시의 자산으로 바뀌었고 당연 가은역 건물도 문경시 소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은역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 관계로 오래되었고 현재는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일부 역 건물은 문화유산이라서 새로 말끔하게 재건축을 하는 황당한 일이 있는데 여기처럼 차라리 방치하는 게 낫다. 그래도 오래된 건물이니 안전하게 유지가 될 수 있는 보수공사는 해야 하지 않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무언가 건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오래된 건물이라서 불편하여서 들어오는 걸 꺼리기는 하겠지만.

 


   가은역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방치기 맞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정면에서는 상태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지붕 일부는 날아가서 없고 창문은 열려 있다. 구조는 정면과는 달라서 처마가 있어서 직원들이 승객들의 승차권을 확인하러 들어가고 나올 때 비나 눈을 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건물 앞에 있는 나무에는 돌로 엉성하게 쌓아놓아서 당시의 어려운 상황이 드러나는 듯 하다.

 


   창문을 통하여 가은역의 대합실을 볼 수 있는데 나무 의자가 길게 늘어서 있고 타는곳 표시는 폐역 당시의 디자인으로 그대로 있다. 매표소 창구는 문경시 지도와 문경온천 안내판으로 가려져 있다. 대합실 지붕도 일부 떨어져 나가서 상태가 좋지 못하다. 대구선 동촌역처럼 폐역 당시의 시각표라도 있었으면 좋으려만.

 

 

   사무실도 창문을 통하여 볼 수 있는데 의자와 가구 몇 개만 남아있고 텅 비어 있는 상태이다.

 


   정면과는 달리 안쪽에서는 역명판이 조금 다르다. 문경시가 없고 1995년 여객 열차 운행 중지 당시의 한국철도 마크가 그대로 걸려 있다. 나무 지붕에 하나 붙어 있는 가은이라는 역명판은 과거의 모습을 추억하게 만든다.

 


   가은역 건물은 거의 방치 수준이기는 하지만 철길은 아니다. 공식적으로 폐선이 되기 이전인 2002~2003년에 공사를 하여서 많이 바뀌었다. 화물이 드나들던 장소는 승강장 턱만 남아있고 비어있는 땅으로 바뀌면서 지역 주민들의 텃밭으로 사용되고 철길은 하나만 새로 깔고 모두 철거가 되었다. 철길은 녹이 많이 슬어서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지만 자갈은 하얀색이어서 깔아놓은지 얼마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석탄 수송이 많았기에 가은역은 선로가 많고 여객이 타고 내리는 승강장도 있었다. 현재는 자갈도 얼마 남지 않아서 풀이 자라고 있고 승강장의 턱도 일부만 남아서 그것조차도 텃밭의 경계로 이용되고 있다. 과거 이곳이 석탄이 운반되었던 역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철길 하나가 가은역 건물 앞을 지나서 이어지다가 끝이 난다. 이 철길에는 승강장이 없어서 아직 공사는 마무리되지 않는 듯 하다.

 


   철길은 코레일 소속이 아닌 문경시 자산이다. 문경시에서는 문경선과 가은선에서 관광열차를 운행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많이 들어가고 수익성이 높지 않기에 아직 실행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듯 하다. 문경선 점촌역에서 주평역까지는 아직도 화물열차가 운행하고 있어서 코레일 관할에 있으므로 두 기관 사이의 협약이 필요할 수도 있겠고 문경선 일부는 장기적으로 중부내륙선에 편입될 예정으로 있어서 여러가지로 상황이 복잡하다. 섬진강 기차마을(http://www.gstrain.co.kr )에 이어서 기차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 방문일 : 2011년 5월 8일

  작성일 : 2011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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