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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본격적으로 후지산 등산이 시작되었다. 오전 9시가 되어가고 있다. 당일치기 후지산 등산은 버스 막차 시각에 쫓기는 측면이 있기에 직원이 막차 시각(18:45)을 확인하라고 하고 고산병 방지를 위해서 천천히 등산하라고 안내하였다. 작년 여름에 다테야마[立山] 등산(관련 글 보기)을 하면서 해발 3,016m까지는 내 몸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해당 높이까지는 정상 속도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일출을 보고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많아서 오히려 올라가는 등산객이 적다. 걷지 않고 로쿠고메[六合目]까지 말을 타고 오갈 수도 있다. 다만 말이 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그럴 때에는 바닥을 잘 보아야 한다. 무슨 이유인지 아무 곳에서 일을 본다.

 

 

   아직은 등산로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길은 포장만 되어있지 않고 흙이 깔려 있을뿐 넓고 경사도 거의 없다. 그렇지만 이즈미가타키[泉ヶ滝]에서 길이 나누어지면서 조금씩 오르막이다. 구름 때문에 햇빛이 비치지는 않는다. 멀리까지 볼 수 없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대신 덥지 않고 탈 염려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등산로는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나 쇠로 된 계단이나 다리는 거의 볼 수 없다. 대신에 화산 폭발을 대비한 대피 시설이 곳곳에 있어서 등산로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와는 별도로 화산 폭발 시에 용암이 흘러갈 수 있도록 마른 강도 준비되어 있다.

 


   로쿠고메부터는 하산로와 등산로가 분리되어 있다. 어느 길이든 급경사인 건 다르지 않다. 아무래도 올라가는 게 훨씬 힘들기에 등산로에는 곳곳에 산장과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올라가기에 좋도록 바위로 되어있는 길도 일부 있다. 우리나라 한라산 등산로처럼 등산로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줄과 기둥이 있다.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서 남은 거리와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풀은 드문드문 자라고 흙이 많아서 무너지지 않도록 인공적으로 지지대를 막아놓은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올라온 아래쪽과 계속해서 가야하는 위쪽까지 잘 보인다.

 


   계속 올라가면서 쉬고 싶기는 하였지만 산장 앞의 의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지나갔다. 산장 안에서 쉬는 건 유료라서 들어갈 수 없다. 게다가 안개가 많아서 멀리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고도가 해발 3,000m를 넘어가기 시작하였다. 해발 3,016m부터는 내가 처음으로 체험하게 되는 높이이다. 고산병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진통제를 준비하기는 하였지만 안 나타나면 최상이고 나타나면 미련 없이 포기해야 한다. 공기 중에 산소 농도가 낮은 건 내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수영을 할 때처럼 최대한 공기를 많이 받아들이고 내쉬었다. 약간 졸린 것 이외에는 특별한 증세는 없었고 날씨도 구름 위에 올라가서인지 맑아졌다.

 


   그래도 계속 올라가는 시간이 길어져서 지쳐서인지 해발 3,400m 이상에서는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3시간 30분 정도면 분화구 순환 등산로까지 올라갈 수 있을 듯 하였지만 실제로는 4시간이 걸려서 요시다구치등산로[吉田口登山道]의 끝인 쿠스시신사[久須志神社, http://www.fuji-hongu.or.jp/sengen/hongu/index.html#ke11 ]에 도착하였다.

 


   신사 내에서는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나무막대에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이미 구름보다도 훨씬 높이 올라왔다. 급경사 아래로 지그재그 등산로에서는 다른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걸로 후지산 등산이 끝난 건 아니다. 분화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오하치메구리(お鉢めぐり)가 남아있다. 후지산에서 가장 높은 해발 3,775.6m인 켄가미네[剣ヶ峯]도 여기에 있다. 한바퀴 도는 데에는 1.5시간 정도 소요된다. 원래 안내의 소요 시간으로는 이곳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으나 예정보다 빨리 올라오면서 가능해지게 되었다.

 


   다이나이인[大内院]이라고 부르는 안쪽 분화구는 아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어서 200m가 넘는다고 한다. 흙과 바위 사이로 길이 나 있고 밖으로는 땅은 끝도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이다. 떠 있는 구름 사이로 육지와 바다가 보였다. 7월 초에 방문한 사람들의 글이나 동영상을 보면 남아있는 눈이 보이는데 그 동안에 모두 녹았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햇빛이 비치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서 가볍게 걸어가기에 좋았다. 어느덧 후지산에서 가장 높은 켄가미네에 도착하였다. 켄가미네는 후지산의 분화구에서 남서쪽에 있다. 이곳에는 후지산특별지역기상관측소[富士山特別地域気象観測所] 건물이 있어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기념비에서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서 등산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줄을 서서 기다렸고 내 차례가 되자 단체 등반을 인솔하는 가이드가 사진을 찍어주었다. 사진을 찍고 안쪽에 들어가서 앉아서 쉬면서 가져온 빵을 먹고 음료수를 마셨다. 고산병 걱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후지산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이제부터는 내려가야 한다. 후지산은 경사가 급하다보니 내려가는 것도 쉽지는 않다. 켄가미네에서 내려갈 때부터 작은 바위와 흙으로 미끄러워서 조심해서 움직여야 한다. 후지산혼구센겐다이샤[富士山本宮淺間大社]에 도달하였다. 이곳에는 우체국까지 있는데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문을 열고 우편물을 보내는 업무만 한다. 고텐바등산로[御殿場登山道]와 후지노미야등산로[富士宮登山道]의 끝이기도 하다. 이들 등산로도 흙길을 지그재그로 급경사로 오르내리는 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 사이에 갑자기 바람이 강해져서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조금 춥다. 작년에 타테야마[立山]를 등산할 때에 이런 경험을 하였다. 이에 대비하고자 올라오는 과정에서는 조금 더웠지만 안의 긴팔을 벗지 않았다. 여기에 비가 내린다면 저체온증 걸릴 수도 있다. 오하치메구리를 끝내고 원점인 쿠스시신사에 도착하였다. 오후 3시 이전에는 출발해야 카와구치코역[河口湖駅]으로 나가는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있다. 다행히 아직 오후 3시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아쪽의 다이나이인을 보았는데 볼 때마다 신기하다. 워낙 깊어서 우리나라의 한라산의 백록담이나 백두산의 천지처럼 호수를 만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요시다등산로는 하산길은 별도도 만들어져 있다. 위에서 보니 언제 저기를 다 내려가나 하고 막막하기는 하지만 내려가야 한다. 아래에는 구름이 뭉게뭉게 있다. 올라오는 등산로는 달리 크게 지그재그로 해서 내려간다. 경사가 급한데 포장이 된게 아니고 흙과 작은 돌이 많아서 미끄럽다. 후지산에서 작업을 하는 불도저가 오르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 발 앞쪽으로 힘을 주어서 조심해서 내려갔다. 속도가 나지 않고 힘도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아예 반쯤 뛰어서 내려가고 발등을 눕혀서 미끄러져서 내려갔다.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가끔씩 등산화에 모래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속도가 나서 빨리 내려갔다.

 


   중간에 화산 폭발을 피할 수 있는 대피 공간이 있다. 여기에서는 경사로가 아닌 계단이 있다. 우리나라 등산로에서 익숙한 계단을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후지산은 온통 경사로뿐이어서 발목이 이상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올라가는 것보다는 훨씬 쉬우니 속도가 나고 머리도 맑아지고 차가운 바람도 불지 않아서 춥지도 않아서 힘이 났다.

 


   구름이 많아서 아래로 보이는 곳은 제한되어 있었다. 무슨 일인지 카와구치코[河口湖]에는 구름이 없어서 호수까지 잘 보였다. 그래도 여기는 날씨가 좋다는 뜻 아닐련지?


   로쿠고메에서 올라가는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오후이지만 중간에 숙박을 하고 올라가는 등산객들이 있었다. 가이드가 인솔하는 단체 등산객들의 비중이 높았다. 여기서는 아침에 통행료를 지불하고 받은 분홍색 띠를 확인하였다. 중간에 분실한다면 2,000엔 내고 다시 구입해야 한다.

 


   하산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출발한 후지스바루라인고고메[富士スバルライン五合目]에 도착하였다. 5분 후에 내려가는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등산화에 들어간 모래를 제거해야 하고 조금 쉬기 위해서 다음 버스를 타기로 하였다.

 


   후지산고고메통합관리센터[富士山五合目 総合管理センター]에 가서 후지산에 관한 전시를 관람하였다. 후지산 모형을 가져다놓고 일출 사진을 게시하여 놓았다. 일출을 보지 못한 건 아쉬울 수는 있지만 그래도 처음 가는 산인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후지산 등산 과정에서는 화장실이 유료이고 가고 싶지 않아서 가지 않았다. 여기서는 화장실이 유료는 아니어서 이용하였다. 다만 물을 멀리서 끌어와야 하는 관계로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버스정류장에 가서 앉아서 쉬었다. 여기서는 후지산역[富士山駅] 및 카와구치코역으로 가는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이외에도 신주쿠[新宿], 요코하마역[横浜駅], 히요시역[日吉駅]으로 가는 고속버스가 출발한다.

 


   날씨는 어느새 바뀌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하루 사이이지만 정말 날씨 변덕이 심하였다. 다행히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이 많아서 그런지 예정보다 10분 빨리 버스가 도착하였다. 승객을 태우고 바로 출발하였다. 이렇게 해서 올해의 목표 중의 하나이고 이번 일본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였던 후지산 등산을 무사히 끝냈다.

 


* 작성일: 2024년 8월 25일
 방문일: 2024년 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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