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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는 삿포로[札幌]를 제외한 지역의 인구가 계속 줄어들면서, 승객 감소로 인해 문을 닫는 폐역들이 늘어나고 있다. 폐역은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소중한 기념 시설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춘선 화랑대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번에 홋카이도 여행을 준비하며 구글지도(https://www.google.co.kr/maps/ )를 살피던 중, 2024년 3월 16일에 폐지된 세키호쿠본선[石北本線]의 아이잔역[愛山駅]이 아이잔뮤지엄[愛山ミュージアム, https://www.town.aibetsu.hokkaido.jp/03/01/03/2220 ]이라는 작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방문 일정에 추가하였다.

 

   아이잔역은 현재 폐역이라 열차가 서지 않는다. 그래서 인근의 안타로마역[安足間駅]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2면 2선의 승강장을 갖춘 아담한 무인역인데, 제설이 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눈 높이 차이가 엄청나 홋카이도의 겨울을 실감하였다.

 

[사진 1] 안타로마역[安足間駅]에 정차 중인 H100形 디젤동차.

 

   이미 폐역이 된 아이잔역은 이정표에서도 자취를 감추었다. 안타로마역의 다음 역은 이제 아이잔역이 아닌 '나카아이베츠[中愛別, なかあいべつ]'로 표시되어 있다.

 

[사진 2] 안타로마역 이정표.

 

   안타로마역은 보통 열차만 정차하는 역이라, 역 건물과 승강장이 육교로 연결되어 있다. 내가 타고 온 열차는 반대 방향에서 오는 특급 오호츠크(オホーツク)와의 교행을 위해 잠시 대기했다. 선로에 나타난 사슴 때문에 특급 열차가 10분 정도 지연되는 바람에, 뜻밖의 기차 구경을 더 오래 할 수 있었다.

 

[사진 3] 안타로마역 건물과 승강장을 연결하는 육교.
[사진 4] 안타로마역 육교에서 본 선로 및 승강장.
[사진 5] 안타로마역을 통과하고 있는 키하(キハ) 283系 디젤동차로 운행하는 특급 오호츠크(オホーツク).

 

   안타로마역 건물 일부는 직원용 공간으로 쓰이는지 연통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합실은 난방은 되지 않지만, 매서운 눈바람을 피하며 잠시 쉬어가기엔 충분했다.

 

[사진 6] 안타로마역 대합실에서 본 승강장.

 

   안타로마역 앞에는 눈을 치워놓아서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여기 주차하여 놓고 기차를 타고 나간 사람들인 것 같았다. 눈이 많이 쌓여서 기차 위만 보였다.

 

[사진 7] 안타로마역 입구에서 본 건물과 H100形 디젤동차.

 

   안타로마역에서 아이잔역까지는 약 2.2km(경로 보기). 선로와 나란히 이어지는 39번 국도를 따라 걷는 단순한 경로이다. 관건은 '제설'이었다. 이곳은 눈이 무릎 높이까지 쌓이기 때문에 제설이 안 되면 이동이 불가능한데, 다행히 인도까지 말끔히 치워져 있어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

 

[사진 8] 인도까지 말끔하게 제설이 된 국도 39호선.

 

   30분 정도 걸으니 작고 귀여운 아이잔박물관 건물이 나타났다. 과거 역으로 운영될 때 있었던 계단과 승강장은 이제 철거되거나 눈 아래 파묻혀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구글지도 거리보기). 박물관 앞을 지나치는 열차를 보며 이곳이 한때 역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사진 9] 철도 건널목 지나가면 있는 아이잔박물관.
[사진 10] 흔적도 없이 철거되어 버려서 알 수 없게 된 아이잔역 승강장이 있었던 곳.
[사진 11] 카미카와[上川] 방면으로 가는 H100形 디젤동차.
[사진 12] 아사히카와[旭川] 방면으로 가는 H100形 디젤동차.

 

   박물관은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보존회에서 주기적으로 제설과 관리를 하는 덕분에 깔끔했다. 내부로 들어서니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 덕분에 기분 좋은 온기가 느껴졌다.

 

[사진 13] 아이잔박물관 건물.

 

   벽과 천장은 아이잔역과 마을의 역사를 담은 자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창밖으로 달리는 기차를 바라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었다.

 

[사진 14] 아이잔역과 마을과 관련된 자료들이 붙어 있는 아이잔박물과 내부.
[사진 15] 현재 열차가 통과하는 철길을 볼 수 있는 창문.

 

   박물관 한쪽에는 방문을 기념할 수 있는 스탬프와 엽서, 방명록이 마련되어 있다. 스탬프는 아이잔역의 역명판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 정겨웠다. 방명록을 넘겨보니 일본 전역은 물론, 나처럼 멀리 해외에서 찾아온 이들의 기록도 간간이 보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사진 16] 아이잔박물관의 스탬프, 엽서, 방명록.
[그림 17] 아이잔역의 스탬프.
[그림 18] 아이잔박물관의 엽서.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노선버스를 이용했다. 박물관 바로 앞 아이잔소학교앞[愛山小学校前] 정류장에서 도호쿠버스[道北バス, https://www.dohokubus.com ]를 타고 카미카와역[上川駅]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루 7회 운행하기에 사전에 시각표 확인을 해야 한다.

 

[사진 19] 아이잔역 근처의 아이잔소학교앞[愛山小学校前] 버스정류장.

 

   사라질 뻔한 공간을 소중히 가꾸어 박물관으로 만들어낸 '(구)아이잔역 대합실보존회[旧愛山駅跡 待合所保存会]' 분들의 노력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홋카이도의 작은 간이역이 주는 고요하고도 따뜻한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작성일: 2026년 3월 19일

 방문일: 2026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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