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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최고의 간선인 경부선이지만 승객이 적어서 없어진 역이 있으며 직원이 없는 무인역도 있다. 물론 다른 노선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기는 하다. 여객 열차가 정차하지 않더라도 열차 대피 시설이나 화물 취급이 가능한 역에서는 직원이 계속하여 근무하고 있다. 요즈음은 컨테이너 화물 수송이 늘어나고 있어서 경부선에는 지선이 새로 만들어져서 화물 전용역이 생겨나고 있다. 여객은 빠른 고속철도로 많이 빠져나갔으므로 화물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 경부선에는 여객 열차가 정차하는 무인역이 3개 있다. 지탄역, 각계역, 그리고 사곡역(沙谷驛)이다. 지탄역과 각계역은 경부선에서도 여객 수요가 가장 적은 대전에서 김천 사이에 있고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열차가 계속 정차하고 있다. 반면 사곡역은 구미 시내에 있어서 상황이 다르다. 빠르게 달려야 하므로 정차역을 줄여야 하는 경부선의 특성 때문에 열차가 거의 정차하지 않아서 생긴 무인역이다.

 

   사곡역에는 아침과 저녁에만 열차가 정차하므로 낮에 가려면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 사곡새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정차하는 버스 중에서 11번과 111번은 왜관까지 운행한다.

 

 

   서쪽으로 약 300m 정도 걸어가면 사곡역이 나온다. 사곡역은 정말 특별하다. 역 건물은 없고 기둥에 지붕만이 있다. 원래 역 건물이었는데 철거되면서 이렇게 뼈대만 남겼다고 한다. 삼면으로는 계단이 있어서 마치 그리스 신전 같은 느낌을 준다.

 

 

   보통 무인역이 되면 화장실을 막아 놓아서 이용할 수 없지만 사곡역의 경우에는 역 광장이 있던 장소에 축구장, 농구장 등이 있는 근린 공원을 만들면서 간이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신전, 아니 사곡역으로 올라가면 의자만 몇 개 놓여 있는 빈 공간이다. 지대가 높아서 찬 바람이 마구 불어온다. 11월이라서 그렇지만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과 그늘이 있고 가끔씩 기차가 지나가서 지역 주민들의 좋은 휴식터라고 한다.

 

 

   기둥에는 열차시각표와 구미역 호출 장치가 붙어 있다. 열차는 하루에 4회 있는데 2회는 아침에 나머지 2회는 저녁에 정차한다. 출퇴근에 맞게 특화된 시각표인 셈이다.

 

   사곡역 승강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빠른 속도로 자주 열차가 운행되는 경부선이지만 지하도나 육교가 없이 철길을 건너게 되어 있다. 게다가 건널목에는 열차 통과를 알리는 아무런 안전 장치도 되어 있지 않다. 열차가 통과한다는 경보음이 울린다던지 전광판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전혀 없다. 눈으로 좌우를 확인한 후에 건너가야 한다. 사곡역은 정말 본인이 잘 판단하여 건너야 하고 안내판에도 '본인의 책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곡역은 이정표도 다른 역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양식을 하고 있다. 새로운 CI로 된 이정표가 있는가 하면 이전 방식의 이정표도 공존하고 있다. 이정표를 만든 시기가 달라서 로마자 표기에서는 차이가 있다. 역 건물에 붙은 역명판과 비교하면 한자가 다르다. 역 건물에는 '砂(한자사전 보기)'로 되어 있지만 이정표에는 '沙(한자사전 보기)'로 바뀌었다. 이정표의 표기가 맞다.

 

 

   건널목만 건넜다고 사곡역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승강장이 매우 좁다. 그나마 승강장 가운데에는 열차에 타고 내리기 쉽도록 높아졌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경부선 열차는 객차가 5~7량이 연결되므로 차량에 따라서는 타고 내리기 위하여 높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행 승강장 일부는 블럭이 뒤쪽으로 무너진 상태였다. 기차가 통과한다고 무심코 뒤걸음질하다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곳곳이 위험천만이다.

 

 

   오래되어서 낡은 승강장에 주변은 구미 시내여서 대조가 된다. 물론 부산에서는 동해남부선만 가도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기는 하다. 동해남부선은 복선 전철화 공사가 진행되면서 점점 없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상행 승강장 끝에는 정지 표시 아래에는 영어로 적어 놓았다.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코레일에는 외국인 운전사가 있지는 않은데. 정지만으로 너무 없어 보여서 영어 장식을 넣은 모양이다.

 

 

   승강장이 너무 좁아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담는 것도 매우 부담스럽다. 기차가 지나가면서 투명인간 취급하는 다른 역과는 달리 열차가 접근하면 나도 놀라고 기차도 경적을 여러 번 울린다. 달리 피할 장소가 없기에 승강장 끝에 가만히 서 있어도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물론 이렇게 좁은 승강장을 갖춘 역을 많이 보기는 하였지만 그런 경우는 보통 대부분의 열차가 정차하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열차가 통과하는 경우에는 이렇게 만들지 않는다.

 

 

   사곡역이 생겼을 당시에는 사곡역 동쪽으로만 주택가가 있었고 서쪽은 논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서쪽에도 아파트가 들어섰다. 동서 연결 통로가 생기고 광역 전철이 생긴다면 사곡역은 충분히 수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경부고속전철 개통으로 장거리 수송은 KTX가 담당하니 이제는 경부선에도 수도권처럼 각역 정차의 광역 전철을 빨리 만들고 사곡역도 개량해야 하겠다. 물론 이렇게 특이한 역 건물은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승객들이 열차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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