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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고문(南顧門)에서 나주시내버스 160번을 타고 나주역(羅州驛)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버스는 나주역 바로 앞으로 들어가지 않고 나주교육청 버스정류장에 정차하였다. 나주교육청 버스정류장에서는 나주역이 보이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건 아니다. 나주역 건물까지는 직선 거리로 겨우 270m 정도이다. 걸어서 가기에는 장애가 많다. 국도를 건너가야 하는데 버스정류장 부근에는 횡단보도가 없어서 북쪽으로 170m를 걸어가야 한다. 이후로는 길을 따라 가기보다는 나주역 건물을 보고 직진하면 된다. 나주역 부근에는 도로만 있고 아직 건물은 들어서지 않은 빈 땅이다. 벌써 나주역이 이전한지 11년이 되어가지만 나주역 역세권은 조성만 되고 무슨 이유인지 건물이 들어서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현실이 전라남도에서는 호남고속철도 광주송정~목포 구간을 무안국제공항 경유로 건설하자고 주장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나주시에서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게 하는 등의 나주역에 무관심으로 승객이 감소하니 신규 노선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다. 2001년에 나주역과 영산포역이 통합하여 이곳으로 이전한 이후에는 승객이 20%나 줄어들었다. 2004년에는 KTX가 개통되어서 일부 열차가 정차하고 있으나 나주역을 이용하는 승객 수는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비록 호남선의 경우에는 고속선 구간이 짧지만 승객 수가 많이 늘어난 인근 역과는 대조가 되고 있다.

 


   시골의 작은 역 같은 이전 나주역과는 달리 현재의 나주역 건물은 크게 지어졌다. 요즈음 유행하는 유리 궁전은 아닌 2층 건물이지만 가운데는 약간 특이하게 디자인되었다.

 


   나주역 앞에도 버스정류장이 있다. 그러나 모든 시내버스가 경유하는 게 아니다. 자주 운행하는 나주시내버스 160번의 경우에도 1~2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즉, 나주시내버스 160번이라도 시간 대에 따라서 나주에서의 경유지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 셈인데 어떻게 그런 것까지 확인하여 가면서 버스를 탈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시내버스가 뜸하게 운행하니 나주역 앞에는 택시들이 줄지어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나주역 건물 가운데에 대합실이 있다. 대합실 중앙에서는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앉아서 기다리는 공간이 있고 안쪽으로는 나주 역사문화 스토리텔링관이 설치되어 있다. 나주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소이다.

 


   대합실에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매표소가 있다. 창구 2개가 있으며 자동발매기 2대 설치되어 있다. 매표소에서는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데 같은 그림이 배경인 나주역과 영산포역 스탬프가 각각 있다. 원래 영산포역 스탬프가 먼저 만들어졌지만 영산포역이 나주역과 통합되면서 동일한 그림의 나주역 스탬프가 만들어졌다.

 


   나주역 대합실과 승강장은 지하도로 연결되어 있다.

 


   나주역이 옮겨지면서 선로는 복선으로 바뀌어서 승강장은 2면 4선이다. 이외에도 화물 열차가 대기하는 선로가 더 있어서 나주역의 규모는 훨씬 커졌다.

 


   나주역에는 승강장 지붕에 붙어있는 이정표도 있지만 기둥으로 된 이정표도 있다.

 


   개량된 호남선 철길은 직선으로 쭉 뻗어 있다. 나주역은 일부 KTX 열차가 정차하므로 승강장이 길다.

 


   잠시 후 내가 탈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왔다. 과거에는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기기관차지만 이제는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에서도 전기기관차가 견인하는 열차가 더 많다. 오랜만에 호남선을 짧게 달려보았다.

 


   방문하였을 때에는 전혀 몰랐는데 돌아오고 나서 이틀 후인 5월 7일에 전라남도에서 제안한 호남고속선을 나주역이 아닌 무안공항 경유로 하는 신선 건설로 가닥을 잡으면서 나주시와의 갈등이 시작되었다(관련 기사 보기). 나주시청(http://www.naju.go.kr )에서는 범시민 운동을 펼쳐서 KTX 나주역 경유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호남고속선은 기존선을 활용하든 신선을 만들든 광주과 목포 사이의 유일한 도시인 나주를 당연히 경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를 정당화하기에는 나주시민들의 철도 이용이 더 늘어나야 한다. 나주시에서는 나주역이 전라남도 남서부 내륙교통망의 중심이라고 하는데 나주시내버스조차도 일부 노선의 일부 버스만이 경유하는데 누가 불편해서 KTX를 타고 나주역에 오겠는가? 나주시에서는 나주역이 진정한 나주를 비롯한 남서부 교통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시내버스 대부분의 노선이 경유하도록 하고 나주버스터미널을 나주역 앞의 비어있는 땅으로 이전하는 게 어떨까? 울산역이나 신경주역에서 KTX 개통에 맞추어서 연계교통망을 어떻게 조정하였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하겠다. 전라남도에서는 무안국제공항을 어떻게든 살려야 호남고속철도 노선 주장이 의미가 있다. 이름만 국제공항이고 탈 수 있는 비행기가 없어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대량수송하는 철도가 왜 필요한가? 전라남도청에서 담당하는 직원들도 해외여행을 갈 때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하는지 궁금하다. 현재 무안국제공항의 국제선 정기편의 행선지는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 불과하고 국내선은 제주만 있는데 이들 항공편도 매일 운행이 아니다.

 

* 방문일 : 2012년 5월 5일

  작성일 : 2012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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