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벽돌로 지은 아담한 건물이지만 정차하는 열차는 없는 호남선 노안역(老安驛)

   광주시내버스 송정196번을 타고 노안으로 향하였다. 송정리에서 노안으로 가는 경우에는 광주시내버스 송정196번 이외에도 나주시내버스 160번을 탈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버스의 경로가 약간 차이가 있어서 광주시내버스 송정196번은 국도로만 운행하여서 노안삼거리 앞의 노안남초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한다. 어느 버스를 타든 광주광역시와 나주시의 경계를 지나기 때문에 내릴 때에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노안남초교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이정표에 노안역(老安驛)이 어디인지 친절하게 나와 있다. 안내에 따라서 걸어가면 삼거리가 나오게 되고 여기서 우회전을 하면 노안역까지는 400m만 더 가면 된다. 이 삼거리에는 신동산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나주시내버스 160번을 타고 온다면 여기서 내리면 된다.

 

   걸어가면 멀리 호남선 철길이 보인다. 호남선이 복선전철화가 되면서 주변보다 높은 곳으로 철길이 지나가게 만들어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

 

   높고 직선으로 뻗은 철길 사이에는 노안역이 자리잡고 있다. 선로가 높은 장소에 있으니 승강장 역시 높게 있어서 승강장을 덮은 지붕이 다 보이고 그 아래에 노안역 건물이 있다. 노안역 앞의 도로는 짧은 터널로 되어 있다. 요즈음에 만들어지는 철길은 이렇게 터널과 교량으로 철도 건널목이 없도록 만든다.

 

   노안역은 2001년 7월 10일에 호남선이 복선전철화가 되면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갈색 벽돌로 만든 산뜻하게 지어진 예쁜 건물이지만 곳곳에 녹색의 철조망으로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현재는 정차하는 열차가 없는 무인역이기 때문이다.

 

   굳게 닫힌 창문으로 대합실을 보면 의자가 구석에 있을 뿐 과거 열차가 정차하던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사실 노안역이 이렇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2011년 10월 4일까지는 광주와 목포를 연결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정차했었다. 하루에 2왕복뿐인 열차로는 배차 간격이 10분 정도에 불과한 나주시내버스 160번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마을에서 떨어진 노안역과는 달리 시내버스는 마을 중심에서 탈 수 있다.

 

   복선전철화가 되어 있는 다른 역들과 마찬가지로 노안역의 승강장은 2면 4선으로 되어 있고 빠른 열차는 느린 열차를 앞질러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곳으로 이설된 이후에도 화물을 취급하였기 때문에 화물 승강장도 갖추고 있다. 화물은 여객보다 훨씬 빠른 2009년 10월 31일에 중지되었다. 그렇지만 화물도 없고 정차하는 열차도 없는 상황이 되면서 대피선과 화물 승강장 앞의 선로는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녹이 슬어 있는 상태였다. 선로는 있지만 대부분의 열차가 가운데의 선로로 빠르게 통과하기에 역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노안역 승강장 가운데에는 지붕이 설치되어 있고 지하도로 건물과 연결되어 있다. 승객이 적은 시골의 역이다 보니 지하도의 폭은 좁지만 안내는 잘 되어 있다.

 

   노안역 승강장은 주변보다 높기에 건물은 지붕만 보인다. 지붕에는 커다란 역명판이 설치되어 있다.

 

   노안역의 이정표는 지붕에 걸려 있는 형식과 기둥으로 된 형식 둘 다 갖추고 있다. 걸린 이정표와는 달리 기둥으로 된 이정표에는 '노안'이라는 글자가 유난히 크게 적혀있다. 나이가 들어서 잘 보이지 않는 노안(老眼)을 위한 배려일까? 하지만 한자는 이와 달라서 노안(老安)으로 '늙어서 편안히 있다'는 의미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노안역이라는 이름은 근처의 이노면과 금안면이 통합될 때에 한 글자씩 따서 만들어진 노안면에서 왔다. 이금면이나 금이면이 될 수도 있었는데 기발하게 이름을 지은 셈이다.

 

   지금은 열차가 정차하지 않지만 2011년까지는 정차하였기에 노안역 승강장은 아직은 상태가 좋다. 하지만 더 이상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하기에 만든지 얼마되지 않은 승강장과 선로는 앞으로 빠르게 상태가 나빠지는 노화가 가속화되지 않을까?

 

* 방문일 : 2012년 5월 5일
  작성일 : 2012년 6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