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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문에서 조금 걸어가면 직선으로 뻗은 복선전철화가 된 호남선 철길이 보인다. 자세히 보면 복선 옆에 선로가 더 있는데 이것은 LG화학(http://www.lgchem.co.kr ) 나주공장으로 향하는 인입선이다. 과거에는 나주역에서 분기되었으나 나주역이 옮겨지면서 선로만 남았다. 지금은 옮겨진 나주역에서 분기하여 과거 나주역에서 방향을 바꾸어서 공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과거 나주역이 있던 장소는 어린이날 휴일이었지만 뛰어노는 어린이들만 보일 뿐 한산하였다. 이곳은 나주역이 옮겨지면서 새로 정비가 되었는데 나주시청소년수련관 일송정이 있고 그 옆에는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http://www.najusim.or.kr )이 있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개관하며 관람료는 무료이고 방명록만 적으면 된다. 팸플릿은 물론 스탬프가 다양하게 비치되어 있는데 아무리 독립운동기념관이라고는 하지만 '일본인은 돌아가라'는 스탬프는 지나친 표현으로 여겨진다. 일본제국주의가 문제이지 일본인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 않는가? 요즈음은 해외 관광객 유치도 중요한데 지나친 국수주의나 국가 비판이 아닌 국민 비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전시실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2층으로 올라가서 짧은 동영상을 감상한 후에 나주학생독립운동에 관한 전시물을 보면서 내려온다. 나주에서 광주로 통학하던 학생들이 일으킨 독립운동이므로 당시 호남선 철도와 열차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다. 통학열차의 모습을 재현하여 놓았는데 지금과는 달리 차량도 의자도 모두 나무로 되어 있다. 물론 나오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증기기관차가 견인하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을 고려하지 않았는지 제목만 영어로 병기되어 있고 설명은 모두 한글로만 되어 있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옆에는 복원된 이전 나주역(羅州驛) 건물이 있다. 건물 앞에는 주요 도시와의 방향과 거리를 표시하여 놓았다. 나주역 건물은 단층으로 되어 있으며 입구에 처마가 있다. 조선 시대에는 전라도의 행정 중심이고 나주성이 있던 나주지만 나주역은 시골의 작은 역 규모이다. 역 건물로는 유일하게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철도 문화재인 전라남도 기념물 18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전 나주역 건물이 복원되면서 창문을 통하여 사무실까지 볼 수 있다. 직원이 일하는 모습으로 있는 인형이 있어서 사무실은 과거의 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철길이 보이는 사무실 한쪽에서는 직원이 통표폐색기를 조작하고 있다. 통표폐색기는 통표라는 운전허가증을 이용하여 역과 역 사이의 선로에 하나의 열차만이 지나가도록 하여서 열차의 안전을 지키는 보안 방식이다.

 


   사무실과 연결되어 있는 작은 매표소에서는 직원이 승차권을 판매하고 있다. 요즈음에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모니터를 보고 승차권을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하여 옆에 있는 나무로 된 승차권 보관함에서 두꺼운 마분지로 만들어진 승차권을 행선지에 맞게 꺼내어서 날짜를 각인한 후에 승객에게 전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기념승차권이나 일부 단말기가 없는 역에서는 아직도 볼 수 있다.

 


   대합실 역시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여 놓았다. 벽에는 오래된 포스터를 붙어 놓았고 시멘트 바닥에 긴 나무의자가 죽 늘어서 있다. 물론 지금도 대합실에 이렇게 의자가 배열되어 있는 역들이 남아 있다.

 


   대합실에는 매표소도 있다. 작은 창문을 통하여 승차권과 현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어 있고 양쪽에는 철도에 관련된 물품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건 매표소 위에 있는 시각표이다. 다른 건 1960~1970년대가 연상이 되도록 하였지만 시각표만은 열차가 마지막으로 운행하였던 2001년의 것을 가져다 놓았다. KTX가 운행하기 전이어서 볼 수 없고 새마을호, 무궁화호, 특정통일호로 나누어진다. 지금을 볼 수 없는 목포와 부전을 연결하는 야간 무궁화호도 있으며 침대차가 연결된 무궁화호나 특실만 있는 무궁화호도 있다.

 


   개찰구에는 직원 복장을 한 인형이 승차권을 확인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열차가 도착할 시각이 되면 직원이 개찰구 문을 열고 승객들의 승차권을 하나씩 확인하고 구석에 표시를 해 주었다. 지금은 문을 열고 나갈 수 있기는 하지만 바로 앞에 철조망이 있어서 철길에 접근할 수 없게 막아놓았다. 지금은 승강장이 없고 역도 아니니 열차는 고속으로 통과할 뿐이다. 승강장이 없기는 하지만 열차가 통과하는 장면이라도 볼 수 있는 전망대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오래된 역 건물 옆을 빠르게 통과하는 KTX는 무언가 어울리지는 않아 보이지만.

 


   좁은 공간이지만 사무실의 창문으로 직원이 통표폐색기에서 전화로 이웃한 역과 연락을 주고 받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는 보기 힘든 모습이지만 무엇인가 정겨운 느낌이 든다. 기술이 발달한 요즈음에는 역에서는 모니터를 보고 조작하고 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열차의 운행을 지시하고 분기기를 움직이고 있다.

 

 

   이전 나주역 앞에 도로가 있고 버스정류장도 있지만 이곳을 지나는 건 나주시내버스 순환버스로 1시간 배차로 운행하고 있어서 이용하기는 좀 불편하다. 500m 정도 걸어가면 남고문(南顧門)이 나오며 부근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자주 운행하는 나주시내버스 160번을 탈 수 있다. 남고문은 남문이며 나주읍성을 이루던 문의 하나로 1993년 12월에 복원되었다. 오거리 가운데에 부근에서 볼 수만 있고 들어갈 수는 없게 해 놓았다.

 


* 방문일 : 2012년 5월 5일
  작성일 : 2012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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