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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완의 최남단 역인 팡산역[枋山車站]에서 우리나라의 비둘기호에 해당되는 등급인 푸콰이처[普快車] 열차에 탔다. 의자는 뒤로 넘어가지 않지만 방향 전환이 가능하여서 우리나라의 과거 비둘기호와는 차이가 있다. 냉방은 되지 않아서 선풍기가 돌아가며 창문을 열 수 있다. 난훼이선[南迴線]은 터널이 많아서 소음이 좀 크기는 하지만 창문을 열고 여행을 즐겼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이렇게 할 수 없다. 타이완에서도 객차로 운행하는 푸콰이처는 2012년 현재 난훼이선에서만 1왕복이 남은 귀한 열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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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팡산역부터는 난훼이선 철길이 산이 많은 내륙으로 들어간다. 구불구불한 하천과는 달리 철길은 직선 구간이 많아서 터널을 가끔씩 통과하였다.

 


   열차는 팡예신호장[枋野號誌站]에 잠시 정차하였다. 신호장이라서 승하차는 할 수 없지만 직원들의 출퇴근을 위하여 실제로는 하루에 4회 열차가 정차하고 있으며 이 역까지 오는 승차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타이완의 심포리역인 셈이다. 신호장이라서 열차 교행이나 선행이 가능하며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팡예신호장을 출발하면 터널이 2개 이어지고 나서는 중양신호장[中央號誌站]이다. 팡예신호장에서 분기기를 조작하므로 직원이 없는 무인신호장이고 구내에는 공사 자재들이 널려있다. 주변으로는 산과 하천이 있을 뿐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장소로 접근할 수 있는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포장도 되어 있지 않다. 중양신호장부터는 8.07km의 길이인 중양터널[中央隧道]로 진입하는데 장기적으로 선로 용량 확대에 대비하여 난훼이선에서는 유일하게 복선으로 되어 있다. 타이완의 기존선은 많은 구간이 일제 시대에 만들어져서 좌측 통행을 하는 게 기본인데 이 터널에서는 우측 통행을 한다. 터널은 직선이라서 빠른 속도로 달렸다.

 


   중양터널을 나와서도 짧은 터널이 여러 개 이어지고 나서 구좡역[古莊車站]에 정차하였다. 구좡역 역시 하루에 4회만 열차가 정차하지만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단선이 된다.

 


   얼마 가지 않아서 태평양 바다가 보이고 바다를 따라서 달렸다. 가끔씩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이 보이는데 길이가 짧아서인지 유역만 넓고 수량은 많지 않다. 산과 바다 사이의 좁은 땅이지만 곳곳에 마을이 있어서 정차역이 있다. 다만 개통 초기와는 달리 자가용이 보급되고 연선 인구가 감소하면서 통과하는 폐역도 간간히 있다.

 


   타이마리역[太麻里車站]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푸콰이처와 교행하였다. 여행하였을 당시에는 난훼이선에서 푸콰이처가 2왕복 운행하였지만 지금은 1왕복으로 줄어들어서 볼 수 없는 장면이 되어 버렸다. 타이완 사람들도 푸콰이처는 보기 드문 열차이기에 정차하는 동안에 기념 사진을 찍었다. 타이마리역은 우리나라 한자 발음으로 하면 어감이 좋지 않으나 이곳에 사는 원주민의 언어로는 '해가 뜨는 곳'이라는 뜻이다.

 


   철길은 바다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는 반복하지만 태평양을 따라서 계속하여 이어졌다. 다행히도 날씨는 맑고 바다에는 파도가 거의 없어서 잔잔하였다.

 

 

   열차는 즈번역[知本車站]에 도착하였다. 즈번역에서 차를 타고 7km 정도 가면 타이완에서도 유명한 즈번온천[知本溫泉]이 있다. 난훼이선의 모든 열차가 정차하며 이 역에서 시발하거나 종착하는 열차도 1왕복이 설정되어 있다. 즈번역에서는 쥐광하오[莒光號] 열차와 교행하기 위하여 잠시 더 정차하였다.

 


   다음 정차역인 캉러역[康樂車站]에는 더운 지역답게 승강장에 선인장을 심어 놓었다. 이 역 부근에는 국립타이완선사문화박물관[國立臺灣史前文化博物館, National Museum of Prehistory, http://www.nmp.gov.tw ]이 있다.

 


   오른쪽 창가에 앉으면 태평양 바다를 계속하여 볼 수 있지만 반대쪽에 앉으면 타이완 내륙의 높은 산들만 계속 보인다. 3,000m가 넘는 산들이 이어지는 타이완의 내륙의 산들이 있어서 과거에는 타이동[臺東]을 비롯한 동부 지역은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오지였다고 한다.

 


   팡산역을 출발한지 1시간 43분을 달려서 종착역인 타이동역[臺東車站]에 도착하였다. 타이동역은 난훼이선과 타이동선[臺東線]이 만나고 차량기지가 있어서 매우 크다. 방문하였을 당시에는 전철화가 되지 않아서 사진이 시원하지만 소요 시간 단축을 위하여 전철화와 일부 구간을 개량하는 공사를 하고 있으며 2015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현재 타이베이[臺北]에서 타이동까지는 가장 빠른 열차로 4시간 30분이 걸리고 5시간 넘게 걸리는 열차도 많아서 타이완고속철도[台灣高速鐵路,  http://www.thsrc.com.tw ]를 타고 쭤잉역[左營車站](기존선은 신쭤잉[新左營車站])에서 갈아타는 게 비용은 많이 들지만 시간은 조금 덜 걸리는 방법이지만 전철화가 되면 틸팅 열차가 투입되면서 3시간 30분 정도로 소요 시간이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타이동역은 지하도를 통하여 승강장과 연결되는데 지하도 입구에는 타이동에서 열리는 행사에 대한 안내를 해 놓았다. 타이동은 오랜 기간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어서 중국에서 넘어온 게 아닌 타이완원주민[臺灣原住民]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들 타이완원주민들의 언어는 중국어와는 별개인 오스트로네시아어족(Austronesian languages)에 속하며 이들의 외모는 피부가 조금 검은 편이라서 쉽게 구별이 된다. 물론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타이완원주민들은 동화가 되어서 현재는 이들의 문화와 언어는 얼마 남아있지않다. 타이동역에서는 타이완원주민들의 언어 중의 하나인 아미어[阿美語, Amis]로도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타이동역 건물은 크고 그 앞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다. 타이동역은 타이동 시내 외곽에 있어서 시내로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한다. 과거에는 타이동역이 시내에 있었고 일부 열차가 운행하였지만 난훼이선의 종착역으로 현재의 타이동역으로 결정되면서 시내에 있던 타이동역은 지선처럼 되어서 운영하다가 2001년에 폐지되었다. 다행히도 이전의 타이동역은 타이동철도예술촌[台東鐵道藝術村]이 생기고 예전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관련 글 보기).

 

 

* 방문일 : 2011년 9월 15일
  작성일 : 2012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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