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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한 산악 지형에서는 도로든 철도든 부설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교통에서는 오지가 되기 쉽다. 하지만 대량 수송이 필요한 자원이 있다면 험한 지형을 극복하더라도 철도가 놓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동선과 태백선이 그러한 대표적인 예에 해당되고 노르웨이의 나르비크(Narvik)에서 스웨덴과의 국경이 있는 릭스그랜센(Riksgränsen)까지의 철길인 오포트바넨(Ofotbanen, Ofot Line)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원 수송 철도이다(관련 글 보기).


   일본의 토치기현[栃木県] 아시오[足尾]에는 1610년부터 채굴하기 시작한 구리광산이 있다. 이곳에서 얻은 구리를 활용하여 에도시대에는 막부에서 칸에이츠호[寛永通宝]라는 화폐를 발행하였다. 막부 말기나 메이지시대 초기에는 폐광 상태까지 갔으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서 광맥을 발견하여서 한때는 일본 구리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1914년에 국철 노선으로 아시오선[足尾線]이 개통되어서 여객과 화물 수송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1973년에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360년 정도의 채광 역사가 끝나게 되었고 화물 수송은 급감하면서 아시오선은 폐지 대상 노선이 되었고 1989년에는 지자체에서 투자한 회사에서 운행하는 제3섹터인 와타라세계곡철도(わたらせ渓谷鐵道, 와타라세케이코쿠테츠도, http://www.watetsu.com )에서 운영을 맡게 되었다.


   구리광산은 비록 문을 닫았지만 박물관인 아시오도잔관광[足尾銅山観光, 아시오도잔칸코, http://www.nikko-jp.org/ashio/sansaku_ashiodozan.shtml ]으로 남아있다. 와타라세계곡철도를 타고 오는 경우에는 아시오역[足尾駅]이 아니라 이전인 츠도역[通洞駅]에서 내려서 걸어서 방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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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에는 기관차에 타고 있는 광부가 있는 그림이 있고 갱도에 들어간다고 입장권(入場券, 뉴죠켄)이 아니라 입갱권(入坑券, 뉴코켄)이라고 한다. 입갱권은 성인의 경우 박물관으로는 조금 비싼 820엔이다. 들어가면 스테이션이라고 이름이 지어진 나무로 된 건물 입구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팸플릿을 받을 수 있으며 과거에 외부와 고립되어 있던 아시오 마을의 생활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건물 한쪽에는 단선 선로가 있는 승강장이 설치되어 있다. 여기서 갱도로 들어가는 토롯코열차(トロッコ列車)를 탈 수 있다. 일반 철도에서는 차량이 위쪽이 개방되어 있는 관광열차를 통칭하지만 원래 토롯코(トロッコ)라는 명칭은 토사나 광석을 운반하기 위한 간이 화차를 말한다. 이곳의 토롯코는 갱도로 들어가기 위한 용도이기 때문에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덕분에 좌석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승강장 앞쪽을 자세히 보면 선로 사이에 톱니바퀴가 있다. 2001년에 아시오도잔관광을 재단장하면서 위쪽에 새로운 스테이션 건물과 승강장이 만들어졌고 경사가 급해서 토롯코 차량으로는 올라갈 수 없어서 톱니바퀴로 맞물려서 운행하는 기관차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다.

 


   출발한 토롯코열차는 주변의 계곡을 보면서 내려갔다. 예전의 승강장에서는 선로가 분기되고 여기서 기관차를 분리하였다. 기관차는 분기기를 건너가서 옆의 선로로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는 토롯코 차량에 연결되었다. 여기서부터는 토롯코 차량 자체의 동력으로 움직여서 갱도로 들어갔다.

 


   밖은 더운 날씨이지만 갱도로 들어가면 습도가 높아서 축축하고 시원하다. 게다가 천장에서는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물방울이 떨어진다. 그런 관계로 바닥은 물이 고여 있어서 밖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토롯코 차량은 갱도 안의 승강장에 정차하고 운전하고 온 직원이 이곳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내렸다. 이곳은 해발 1,272m의 비젠타테야마[備前楯山] 안에 있는 구리광산으로 들어가는 갱도 입구에 해당된다. 갱도는 산 안에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총연장이 1,200km나 된다. 이 길이면 경부선의 3배 가까이 될 정도로 길다.

 


   토롯코 차량에서 내려서 견학 코스를 따라서 가면 된다. 견학 코스는 과거부터 시작하여서 현대에 와서 폐광이 되기까지의 채굴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채굴 초기엔 에도시대에는 망치로 바위를 때려서 광석을 채취하여서 바구니에 넣어서 운반하였지만 메이지시대에는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하고 궤도를 깔아서 갱차를 이용하여서 효율성을 높였다. 갱도 안에는 물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구리 결정이 생기기도 하였고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하여 주기적으로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한쪽에는 쉬고 있는 광부들의 모습을 인형으로 보여주는데 지상에서 한참을 들어와서 일해야 하는 환경이라서 열악한 건 어쩔 수 없다.

 


   항상 위험이 상존하는 갱도이기에 무언가 절대자를 통한 믿음이 필요하다. 이곳은 일본이기에 갱도 안에도 토리이[鳥居]가 있는 작은 신사[神社]가 있다. 토리이 뒤로는 구리 이온의 농도가 높은지 짙은 녹색을 띠는 물이 고여 있다.

 


   갱도 안의 관람실 끝에는 채굴에서부터 밖으로 광석을 운반하여서 이를 화학 반응으로 구리 금속으로 정제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정제되어서 운반하기 쉽도록 덩어리로 만들어놓은 구리바가 전시되어 있는데 꽤 무겁다. 구리광산이므로 구리의 생체에서의 역할도 설명되어 있는데 과거 일본 교과서에서 구리 화합물이 매우 독성이 강하다고 나와 있었지만 여러 실험 결과 무해하다고 결론지어져서 현재는 교과서에서 해당 내용이 삭제되었다고 한다. 나도 중고등학교 때에 구리 화합물이 매우 유독하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 교과서도 일본의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모양이다.


   다시 뜨거운 밖으로 나오면 채취한 광석을 선별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고 채굴과 운반에 사용되는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채굴에 사용하는 드릴은 직접 체험하여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채굴된 구리는 정제하여서 화폐의 원료로 사용되었다. 그런 관계로 주전좌(鋳銭座, 쥬센자)라고 하는 전시실에서는 화폐로 사용하였던 동전을 만드는 과정과 일본에서 사용하였던 동전들을 전시하여 놓았다. 해외에서 사용하는 동전도 전시되어 있어서 우리나라 동전도 있는데 구하기가 힘든지 몇 개 없다.

 


   계단을 올라가서 출구로 나가면 식당과 기념품 판매점이 있는 건물을 통과하게 되어 있다. 나가서도 규모가 작은 츠도도잔신사[通洞銅山神社]가 있다.

 


   연휴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장소이니만큼 도후레아이칸[銅ふれあい館]이라고 하는 무료로 쉴 수 있는 휴게소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주차장에는 닛코시영버스[日光市営バス, http://www.city.nikko.lg.jp/seikatsuanzen/guide/seikatsu/bus/index.html ]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다. 아시오 지역은 행정 구역 상으로 닛코시[日光市]에 속하고 닛코를 오갈 수 있는 노선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아시오에서 닛코까지는 닛소쿠터널[日足トンネル]이 1978년에 개통되어서 1시간이 걸린다.

 


   박물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20세기 초에는 인근 계곡은 오염이 심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였다. 구리 자체는 독성이 없으나 금속 구리로 만들기 위하여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이산화황이나 황산 같은 유해 물질이 발생하고 원석에는 구리 이외의 다른 중금속이 배출되면서 환경오염을 일으켰다. 인근은 높은 산 사이로 계곡이 있고 철길이 연결되어 있으며 토롯코열차가 운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영동선과 무척 흡사하다. 영동선에서는 석포역 인근에 제련소가 있고 일본의 토롯코열차와 거의 동일한 V-트레인이 운행하고 있다. 다만 이곳의 구리광산은 이미 폐광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제련소는 지금도 가동되고 있다.


* 방문일 : 2014년 8월 14일
  작성일 : 2014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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