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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러시아 - 항상 조심하자는 경각심을 가지고 세계 최북단역이 있는 무르만스크(Мурманск, Murmansk)로 이동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숙소에서는 무선인터넷이 잡혔다. 6일 만에 숙소에서 자게 되었지만 인터넷을 하고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늦게 자게 되었고 수면 시간은 좀 부족하였다. 서유럽이나 북유럽에 비하여 인터넷망이 잘 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모뎀으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곳은 제법 빨랐다.

 

   아침을 먹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엘렉트로실라(Электросила, Elektrosila)역으로 향하였다. 어제처럼 승차권을 사서 개표구를 지나서 지하 깊숙이 있는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수첩을 꺼내기 위하여 허리 가방을 열려고 하였을 때 열차가 도착하였다. 한 사람이 억지로 열차 안으로 떠밀어서 중심을 잃으면서 탔다. 이 사이에 다른 한 사람이 출입문이 닫히지 않도록 막고 있었다. 안으로 민 사람과 같이 열차에 타지 않고 승강장으로 나갔고 열차는 출발하였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허리 가방을 살펴보니 디지털카메라가 없었다. 떠미는 사이에 가방 안에 있던 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하였다. 다행히도 여권은 지퍼를 더 열어야 꺼낼 수 있어서 무사하였다. 그렇지만 생각하지도 않은 소매치기에 암담하기만 하였다. 어떻게 다녀야할까? 너무 방심하고 있었던 나에 대하 화가 나기도 하고 카메라를 훔쳐간 2인조에게 화가 났다.

 

   어제처럼 시내 중심가에 있는 네브스키프로스페크스(Невский проспект, Nevsky Prospekt)역에 내렸다. 카메라가 없으면 여행에 지장이 많고 다음에 방문하는 국가는 러시아보다는 잘 살기 때문에 이윤이 많이 붙어서 가격이 더 비쌀 가능성이 높아서 일정을 포기하고 카메라를 사기 위하여 시내를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찾기 힘들었지만 자꾸 둘러보니 전자제품을 많이 취급하는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소매치기 당한 카메라는 니콘(Nikon, http://www.nikon-image.co.kr ) 쿨픽스(Coolpix) 5200이었다. 남아있는 충전지와 SD카드가 호환되는 니콘 제품을 사려고 하였다. 그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판매하는 니콘 제품은 종류도 적고 1년 이상 되는 기종이 대부분이고 가격도 비싼 편이었다.

 

   고심하다가 이전부터 사고 싶었던 파나소닉(Panasonic, http://www.panasonic.co.kr ) 제품 중에서 골랐다. 파나소닉 디지털카메라는 16X9의 크기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길이가 긴 기차를 찍기에 적당하다. 전용리튬충전지를 사용하지 않고 범용건전지를 사용하는 카메라가 많아서 고민하니 직원이 하나에 2300mAh이나 되는 니켈수소충전지(Nickel-Metal Hydride rechargeable battery)를 보여준다. 이전 카메라의 전용충전지는 겨우 1100mAh여서 하루도 가지 못하기도 하였다. 남아있는 SD카드가 있어서 카메라와 충전지와 충전기를 구입하였다. 구입한 기종도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은 파나소닉 루믹스 DMC LS75이다.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카메라여서 한글은 지원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만들었고 일본 상표이지만 중국어도 일본어도 없다. 유럽의 주요 언어만 지원되어서 영어로 맞추어 놓고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본의 아닌 카메라 쇼핑을 하였다. 카메라를 산 가게에는 텔레비전, DVD플레이어, 세탁기, 에어컨 등의 전자제품도 취급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삼성과 LG에서 만든 제품도 많았고 카메라를 고르는 사이에도 현지인들이 사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 299 : 현재는 러시아박물관(Русский музей, Russia Museum으로 쓰이고 있는 미할롭스키성(Михайловский замок, St. Michael's Castle).]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시간이 짧으니 입장료가 비싼 겨울 궁전(Зимний Дворец, Winter Palace)은 포기하고 여름 정원(Летний сад, Summer Garden)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에는 현재는 러시아박물관(Русский музей, Russia Museum, http://www.rusmuseum.ru )으로 쓰이고 있는 미할롭스키성(Михайловский замок, St. Michael's Castle)이 보였다.

 

[사진 300 : 철문 사이로 본 여름 정원(Летний сад, Summer Garden).]

 

   네바강 옆에 있는 여름 정원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입구가 철문으로 닫혀 있었다. 가이드북에는 휴관일이 없다고 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철문에는 보수 공사 중이라고 영어와 러시아어로 적혀 있었다. 철문 사이로 정원이 보이는데 일본처럼 작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지는 않았다. 보통 공원처럼 되어 있고 곳곳에 예술작품이 있다.

 

[사진 301 : 네바강의 유람선.]

 

   강변을 따라서 걸어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전에 당한 일이 있어서 지하철만 타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래도 다른 적당한 교통수단이 없으니. 숙소에 가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직원이 아주 미안해하면서 다른 사람은 지하철에서 배낭을 통째로 도둑맞아서 대사관으로 간 경우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어두운 지하철역은 정말 무서운 장소였다. 그렇지만 무르만스크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또 타야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열차는 라도지스키역(Ладожский вокзал, Ladozhsky vokzal)에서 출발한다. 지하철역과 통로가 연결되어 있어서 무척 편리하였다. 라도지스키역은 다른 러시아의 터미널역과는 차이가 있다.

 

[사진 302 : 러시아의 다른 역과는 분위기가 틀린 라도지스키역(Ладожский вокзал, Ladozhsky vokzal).]

 

[사진 303 : 라도지스키역의 열차시각표.]

 

[사진 304 : 라도지스키역의 열차 출발 및 도착 안내판.]

 

   라도지스키역은 2003년에 문을 연 러시아에서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터미널역이다. 다른 터미널역과는 달리 승강장의 선로 끝이 막혀 있지 않아서 열차가 정차한 후 방향을 바꾸지 않고 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형태이지만 유럽에서는 드물다. 역 건설에는 약 3억미국달러가 들었고 당시 러시아대통령이었던 푸틴(Путин, Putin)이 고향의 새로운 역 탄생을 축하하였다. 최근의 경향에 맞추어서 역 건물에는 유리를 많이 사용하였지만 디자인은 깔끔하였다. 역에는 곳곳에 영어로도 안내가 있어서 지금의 러시아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305 : 라도지스키역 유치선에 있는 전동차와 전기기관차.]

 

[사진 306 : 승강장에 대기하고 있는 무르만스크로 가는 열차.]

 

   대합실에서 기다리다가 열차 출발 시각에 맞추어서 승강장으로 나갔다. 선로가 막혀있지는 않지만 승강장으로 가는 통로는 경사로로 되어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어서 장애우나 짐이 많은 승객도 불편함이 없도록 해 놓았다.

 

[사진 307 : 열차 창문에 있는 이정표. 무르만스크~상트페테르부르크 간을 운행한다.]

 

[그림 308 :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무르만스크까지 이용한 열차의 승차권.] 


   예상은 하였지만 차량은 오래되어서 좀 낡았다. 창틀은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그래도 화장실은 전에 탔던 열차보다는 좀 넓다. 열차는 비가 내리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정시에 출발하였다. 6월 중순이 되어서 어두워지지는 않지만 구름이 많아서 밝지도 않았다.

 

   철길 주변은 숲이다. 위도가 높지만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고 일부는 벌목하였다. 하루 종일 긴장을 하여 무척 피곤하였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사진 309 : 기차를 타고 다니는 고양이.]

 

   다음 날도 여전히 흐린 날씨가 계속된다. 아래 침대에 탄 아줌마는 고양이를 데리고 있다. 나의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집에서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고양이는 기차 안에서도 긴장하지도 않고 주인이 밥이나 물을 주면 잘 받아먹는다. 나중에 집에 돌아가면 우리 고양이들도 좀 더 길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진 310 : 콈(Кемь, Kem)역 승강장.]

 

   오전에는 콈(Кемь, Kem)에 정차하였다. 백해(Белое море, White Sea) 연안에 있는 마을이다. 승강장은 좁고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열차는 계속 숲을 달린다. 이 노선도 복선 전철화가 되어 있다.

 

[사진 311 : 칸달라크샤(Кандалакша, Kandalaksha)역에 보존되어 있는 증기기관차.]

 

   오후에는 칸달라크샤(Кандалакша, Kandalaksha)에 정차하였다. 북위 67도 13분에 위치하고 있다. 드디어 북극권(Artic Circle)으로 들어왔다. 승강장 옆에는 증기기관차가 보존되어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서 승강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출입문에서 사진을 찍었다.

 

   내 침대로 돌아오니 그 사이에 경찰이 들어와서 검문을 하고 있었다. 객차에서 유일한 황인종이어서 바로 여권을 보여 달라고 한다. 여권을 보여주었지만 한국 여권은 처음인지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모른다. 이들이 필요한 비자가 있는 면을 펼쳐서 보여주고 무르만스크로 가는 관광객임을 확인하자 여권번호를 적고 지나간다.

 

[사진 312 :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사진 313 : 가까이는 습지가 있고 멀리 눈이 남아있는 산이 있다.]

 

[사진 314 : 핀란드와 가까운 지역이라 호수가 많다.]

 

   북극권을 달리니 사람이 많이 살지 않으리라 생각하였지만 정차하는 곳에는 공단이 있고 아파트도 있어서 제법 그럴 듯한 모습을 갖추었다. 핀란드(Finland)와 가까운 지역이라서 호수가 많다. 멀리 보이는 산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어서 이곳이 추운 지역임을 보여준다.

 

[사진 315 : 올레네고르스크(Оленегорск, Olenegorsk)역 앞에 대기 중인 마중나온 승용차.]

 

   열차는 올레네고르스크(Оленегорск, Olenegorsk)에 정차하였다. 승객들이 많이 내리고 타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차내 곳곳에는 빈 침대가 보인다. 승강장 옆에는 가족을 마중나온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다.

 

   밖은 여전히 밝지만 오후 8시가 넘어서면서 차내에서는 무르만스크(Мурманск, Murmansk) 도착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진다. 이제는 익숙하게 침대 정리를 끝내고 침대를 의자로 바꾸어서 무르만스크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사진 316 : 러시아인의 별장인 다차(Дача, Dacha)가 많이 있다.]

 

[사진 317 : 아파트를 비롯한 여러 층이 있는 건물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318 :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갯벌이 되었다.]

 

   무르만스크와 연결되는 콜라만(Кольский залив, Kola Bay)이 보인다. 콜라만에는 휴가를 보내기 위한 다차(Дача, Dacha)도 많이 있다. 백야를 즐길 수 있는 6~7월은 최고 성수기이다. 북극권에서 가장 큰 도시답게 곳곳에 아파트가 있기도 하고 바닷물이 빠져서 만들어진 갯벌도 있다.

 

 

 

 


   적으면서도 화가 나고 속상하지만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여행을 다니실 때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자세히 적었습니다. 다음으로는 ' 러시아 - 북극권에서 가장 큰 도시 무르만스크(Мурманск, Murmansk)'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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