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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러시아 - 북극권에서 가장 큰 도시 무르만스크(Мурманск, Murmansk)

 

   현재 여객 열차가 다니는 세계 최북단의 역인 무르만스크(Мурманск, Murmansk)에 도착하였다. 북위 68도 58분. 철길은 더 북쪽으로 계속되지만 여객 열차는 여기까지 운행된다. 무르만스크는 부동항(不凍港)으로 북극해의 일부인 바렌츠해(Баренцево море, Barents Sea)로 나갈 수 있는 콜라만(Кольский залив, Kola Bay)에 있는 항구도시이다. 도시 인구는 약 34만명으로 북극권 내에서는 가장 인구가 많다. 무르만스크는 러시아 군사상으로도 중요하다. 무르만스크에서 북쪽으로 외곽에 있는 세베로모르스크(Североморск, Severomorsk)에는 러시아 북해 함대 기지가 있다. 물론 세베로모르크스는 닫힌 도시(closed city)로 러시아인은 물론 외국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외국인이 들어가려면 비자 이외에도 특별허가(special permit)가 필요하다.

 

   무르만스크에는 우리나라와도 연관이 있는 사건이 있다. 1978년 4월 20일 파리(Paris)를 출발하여 앵커리지(Anchorage)를 거쳐서 서울로 올 예정이었던 대한항공 902편이 내부 항법장비 이상으로 소련 영공을 침범하였고 소련 전투기가 출격하였다. 여객기는 전투기의 사격에 날개 부분이 맞아서 운행이 불가능해지면서 무르만스크 부근의 얼어있는 호수에 동체착륙하였다. 사고기에 탑승했던 탑승객 109명 중에서 2명이 사망하였다.

 

   그렇지만 문제는 사고 이후였다. 당시에 우리나라와 소련과는 외교 관계가 없어서 항공기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아낼 수도 없었고 소련에 착륙했다는 걸 알고 나서도 탑승객의 송환을 요구할 통로가 없었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의 도움으로 승객, 승무원, 화물, 시신 등은 돌아왔지만 사고기의 동체는 끝까지 돌려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시에 우리나라 약한 국력으로 다른 나라에 의지하여야 하는 상황이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민들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사진 319 : 무르만스크(Мурманск, Murmansk)역 승강장.]

 

[사진 320 : 무르만스크역 건물.]

 

[사진 321 : 무르만스크역 입구.] 

 

   무르만스크에 도착하고 나서 열차에서 내리니 공기가 차가웠다. 나가기 위하여 승강장을 걸어가는데 2인조가 나에게 접근한다. 신분증을 보여주더니 영어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 말로만 듣던 사복경찰이다. 가능하다고 하니 나의 신분증을 보여 달란다. 여권에 있는 비자를 보고 관광객임을 확인하더니 매우 친절하게 숙소가 어디냐고 물어보고 길 안내까지 해 준다. 30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사진 322 : 철길 뒤로는 항구가 있다.]

 

[사진 323 : 무르만스크는 인도가 잘 되어 있다. 아래로는 철길이 보인다.]

 

   그렇지만 무르만스크는 숙소 예약을 하지 않고 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연휴 기간이어서 시내의 호텔은 대부분 만실이었다. 시내에 있는 호텔을 모두 찾아서 알아보았지만 숙박료가 착한 방은 없었다. 그래도 호텔 직원들은 친절하게 전화로 빈 방이 있는 호텔을 찾아서 알려주었다.

 

[사진 324 : 무르만스크의 대표적인 고급 숙소인 폴랴르늬예조리호텔(Отель Полярные Зори, Hotel Poliarnie Zori).]

 

[사진 325 : 호텔의 로비.]

 

[사진 326 : 호텔의 넓은 방. 백야에도 잘 수 있도록 두꺼운 커튼이 있다.]

 

   할 수 없이 조금 비싼 폴랴르늬예조리호텔(Отель Полярные Зори, Hotel Poliarnie Zori, http://www.russlandia.ru )에 투숙하였다. 숙박료가 하루에 1인당 1,800R이나 되었다. 비싼만큼 방은 크고 시설은 잘 되어 있었다. 추운 지방이라서 화장실 바닥에도 난방이 들어왔고 수건을 거는 막대에도 스위치를 넣으면 가열되게 만들어져 있었다. 6월 중순이므로 백야가 계속되므로 잠을 잘 수 있도록 두꺼운 커튼이 있었다. 6월이지만 무르만스크의 기온은 하루 종일 섭씨 5~10도였다.

 

[사진 327 : 호텔의 식당.]

 

[사진 328 : 호텔에서 먹은 아침식사.]

 

[사진 329 : 휴게실에 붙은 사진에는 쇄빙선이 나온다.]

 

   다음 날 아침을 먹기 위하여 식당에 갔다. 고급호텔이므로 뷔페식으로 다양한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북극권인데 열대 과일인 바나나는 물론 다양한 야채도 준비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다.

 

[사진 330 : 인도가 넓지만 가로수는 이제야 싹이 나고 있어서 황량하다.]

 

[사진 331 : 우리나라에서 만든 장난감이 여기까지 수출되었다.]

 

[사진 332 : 건물에 레닌 얼굴 조각이 붙어 있다.]

 

[사진 333 : 무르만스크 근처에 러시아 북해 함대 기지가 있어서 해군 장병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334 : 무르만스크에서는 소련 시절의 상징물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점심이 지나서 거주 등록을 마친 여권을 들고 밖에 나갔다. 구름이 많은 날씨지만 백야 기간이라서 어제와 별반 차이는 없었다. 다만 낮 시간대라서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루 종일 밝아서 시계를 보고 움직여야 한다. 시내에는 곳곳에 소련 시절에 있던 마크와 동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소련 시절에는 자연 환경이 좋지 못한 이곳에 살면 월급을 더 많이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개방이 되고 러시아로 바뀌면서 그런 우대 정책은 없어졌고 인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사진 335 : 시내 광장에서는 축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336 : 아시아 지역 러시아와는 달리 무르만스크에는 서유럽과 북유럽에서 수입한 버스가 대부분이다.]

 

[사진 337 : 건물 1층만을 사용하고 있는 버스터미널(Автовокзал) 대합실과 매표소.]

 

[사진 338 : 문이 닫힌 여행사 스푸트니크(Спутник, Sputnik).]

 

   시내 광장에는 축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일 러시아를 출국하므로 버스를 알아보기 위하여 무르만스크역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Автовокзал)로 향하였다. 매표소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아가씨가 러시아어를 영어로 통역하여 주어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동행은 버스터미널에서는 핀란드(Finland) 이발로(Ivalo)로 가는 버스(http://www.goldline.fi/aikataulut/kaukoliikenne/aikataulut/12780-rovaniemi-ivalo-murmansk )가 출발하여서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동행은 이걸 타고 핀란드를 거쳐서 귀국할 예정이었다. 내가 갈 노르웨이(Norway) 키르케네스(Kirkenes)로 가는 버스는 여행사에 문의하여 보라고 한다. 버스를 운영하는 여행사인 스푸트니크(Спутник, Sputnik, http://www.pasvikturist.no )에 가니 문이 닫혀있다. 내일 버스에서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사진 339 : 무르만스크 시내에서는 드물게 현대적으로 지은 통신사 건물.]

 

[사진 340 : 무르만스크를 비롯한 북극권에 대해 전시한 지역학박물관(Краеведческий музей, Museum of Regional Studies).]

 

[사진 341 : 무르만스크를 상징하는 그림.]

 

   시내로 나가서 짧은 시간이지만 둘러보기로 하였다. 지역학박물관(Краеведческий музей, Museum of Regional Studies)에 들어갔다. 입장료가 50R인데 공휴일이라서 무료라고 한다. 3층으로 된 작은 박물관이지만 무르만스크를 포함한 북극 지역의 생태와 역사에 관하여 자세히 전시하여 놓았다.

 

[사진 342 : 언덕으로 올라가는 급경사길. 길 옆에는 아파트가 있다.]

 

[사진 343 : 언덕 정상에는 러시아정교회가 있다.]

 

[사진 344 : 언덕에서 내려다본 무르만스크 시내. 천연의 항구를 가진 도시이다.]

 

[사진 345 : 무명 용사 알료샤 기념비(Памятник Алёша, Alyosha Monument)의 뒷모습이 보인다.]

 

   북쪽으로 가서 언덕으로 올라갔다. 경사가 급하지만 전력을 이용하는 트롤리버스는 쉽게 올라간다. 닫힌 도시(closed city)인 세베로모르스크(Североморск, Severomorsk) 이정표도 보인다. 언덕 정상에는 러시아정교회가 있다. 항구가 있는 시내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 북쪽으로는 2차 대전때의 무명 용사 알료샤 기념비(Памятник Алёша, Alyosha Monument)와 호수가 보인다.

 

[사진 346 : 무르만스크는 항구 도시이므로 수족관이 있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므로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으로 먹을 걸 구입하기 위하여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북극권이지만 과일은 우리나라보다 저렴하고 생필품 가격도 러시아 다른 도시와 비슷하다. 노르웨이(Norway)는 당시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가가 비싼 나라이고 남은 러시아루블을 다 써야하므로 넉넉하게 샀다. '당시에'라는 표현이 들어간 건 최근에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아이슬란드(Iceland)가 경제 위기로 화폐 가치가 폭락하여 1위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보름 동안 있었던 러시아를 이제는 떠나야 한다. 계속하여 북극권을 여행하는데 노르웨이(Norway)는 어떨지 궁금하기만 하다.

 

 

 

 

 

   다음으로는 '러시아, 노르웨이 - 우리나라 정부 덕분에 한 북극권 노르웨이(Norway) 트레킹'이 연재됩니다. 이제 러시아 글자인 키릴문자를 마지막으로 보시게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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