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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R칸사이패스의 마지막은 코베입니다. 해안가에서 야경을 본 후에 간단히 쇼핑을 하고 0시가 넘은 0:12에 출발하는 선라이즈세토를 타고 도쿄로 향합니다. 이번 편은 대부분 사진이 야경입니다. 코베항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여 보세요.

 

 

 

 

 

20. 2월 6일 - 아픈 상처를 간직한 코베항의 아름다운 밤

 

   이 날의 마지막은 코베항을 걸으면서 야경을 구경하는 일이다. 밤 12시부터는 JR패스를 사용할 수 있고 야간열차를 타므로 그 때까지는 시간을 보내야한다.

 

   키타신치역은 인파로 혼잡한 우메다 지하상가와는 달리 여전히 한가하였다. 패스를 보여주고 다시 승강장으로 내려왔다. 노선명은 지하철은 아니지만 지하로 다니고 역 구조로 완전 우리나라 지하철과 같다. 단지 7.5분 간격이라서 띄엄띄엄 다니는 느낌이 든다. 207系 열차가 들어왔다.

 


No. 23 철도편 : 키타신치[北新地] 20:52→아마가사키[尼崎] 21:04
열차번호 및 종별 : 4583B 普通, 거리 : 8.9km 편성 : 207系 4兩+3兩(4号車 クハ206-1062)

 


   역시 승객이 적고 한산하였다.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계속 지하로 갔다. 역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모두 가운데 승강장이 있었다. 다른 형태로 된 역은 없었다. 아마가사키역이 접근하자 열차는 천천히 지상으로 올라왔다.

 

 

   우리는 이 역에서 신쾌속으로 갈아타기로 되어 있다. 이 열차도 코베역도 가지만 각역 정차이기 때문에 신쾌속의 2배의 시간이 걸린다. 물론 요즈음 같이 더운 여름이라면 많은 사람에 시달리는 신쾌속보다는 한산한 보통 열차에서 시원하게 오랜 시간 즐기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환승 시간은 겨우 1분이다. 신쾌속은 15분 간격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놓치면 좀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뛰어서 신쾌속이 들어오는 1번 승강장으로 갔다. 육교를 건너서 1번 승강장으로 내려가니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예상대로 사람이 매우 많았다. 겨우 밀고 들어갔다.

 


No. 24 철도편 : 아마가사키[尼崎] 21:05→코베[神戸] 21:23
열차번호 및 종별 : 3307M 新快速, 거리 : 25.4km 편성 : 223系 8兩(1号車 クハ222-1008)

 


   승객이 많아서 창밖을 보기도 힘들었지만 열차는 바깥에서 불빛이 움직이는 걸로 보아서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다. 친구에게는 조금만 참으면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말해 두었다. 서서 가서 조금은 힘들지만 걸리는 시간은 짧은 열차이다. 코베역에서는 내리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승객들 틈 사이를 비집고 나와 겨우 내렸다.

 

 

   코베역은 일본의 대동맥인 토카이도본선[東海道本線]과 산요본선[山陽本線]이 만나는 역이다. 역에는 그런 표시가 있다고는 하나 밤이라서 잘 보이지는 않고 그냥 역을 빠져 나왔다. 목표는 코베하버랜드[神戸ハーバーランド, http://www.harborland.co.jp]가 있는 바닷가. 멋지다는 고베의 해변을 보는 것이다. 역을 빠져나가서 지하도에서 나오니 깨끗하게 단정된 고베 시가지가 나왔다. 지도에 나오는 길을 따라서 바다 쪽을 향하여 걸었다.

 

   도로 왼쪽으로는 대형 할인점인 다이에(ダイエー)를 비롯하여 백화점들이 있지만 시간이 늦어서인지 불은 꺼져 있고 인적은 드물다. 조금 더 가서 고베신문사가 있는 건물을 통과하니 오른쪽으로 공원으로 가는 길이 있다. 이곳은 차도는 없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넷코바시[はねっこ橋]였다. 배가 지나가면 올라가는 개폐교이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고 관광용으로 쓰기 위하여 등을 달아놓았다. 왼쪽으로는 오래된 창고를 개조하여 음식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렝가소코레스토랑가이[煉瓦倉庫レストラン街]이다. 붉은 벽돌로 된 창고인데 조명을 잘해 놓았고 안에도 넓게 공간을 잘 살려놓았다. 일찍 왔다면 안에서 좋은 식사를 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대에는 안은 정리 중이었다. 영업이 끝날 시간이 다 되었다.

 

   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하넷코바시 뒤로 조명은 없고 색도 좀 칙칙한 느낌이 드는 어두운 건물이 있었다. 그런데 건물 옆에 JR서일본이라고 적혀 있었다. 철길도 없는 이곳에 웬 JR? JR서일본 코베지사 건물이었다. 원래 이곳 코베하버랜드는 항구였고 배에 옮겨실을 화물을 연결한 열차가 있던 장소였고 수많은 철길과 창고가 있었다. 재개발되면서 철길은 없어졌고 공원으로 바뀌었고 창고는 레스토랑이 되었지만  코베지사는 아직도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철길에서 떨어져 있어서 어색하기는 하다. 하기야 우리나라 철도공사도 철길과는 좀 떨어진 대전정부종합청사에 있지 아니한가?

 

 

   창고 옆을 걸어서 바다를 따라 나오면 정말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간 만 너머로 메리켄파크[メリケンパーク, http://www.kobe-meriken.or.jp]가 보인다. 메리켄파크에서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오리엔탈호텔이 보이고 바로 앞에 있는 구코베항신호소[旧神戸港信号所]가 겹쳐서 보인다. 한쪽으로는 놀이 동산인 모자이크가든[モザイクガーデン, http://www.kobe-mosaic.co.jp]의 안에 있는 커다란 전망차가 관람차가 시간에 따라 색이 바뀌면서 돌고 있다. 이 세 시설은 사실 다른 곳에 있지만 사진 상으로는 같이 있는 듯 하다. 구코베항신호소는 코베항에서 가장 오래된 신호소이다. 높이가 46.3m이다. 만들어진 초기에는 신호기를 사용하였으나 그 후에는 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1990년 신항제5방파제가 생기면서 신호소의 역할을 마치게 되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지고 영구 보존되고 있다.

 

 

   아직 바다 위를 걸어갈 수 있는 신공을 가지지 못한지라 해안을 따라서 돌아가야 한다. 놀이공원인 모자이크가든이 가까워졌다. 안에는 전망차 이외에도 여러 놀이기구들이 있었다. 여름이나 연휴에 왔으면 이 시간에도 사람도 많고 기구들도 정신없이 돌겠지만 비수기라서 한산하고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바다에는 유람선인 코베콘체루토[神戸コンチェルト, http://www.kobeconcerto.com]호가 떠 있다. 조명으로 보아서는 운행하는 배는 아니고 분위기 있는 식당으로만 쓰이는 듯 알았는데 실제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간단히 항구 주위를 운행한다.

 


   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메리켄파크 가장 안쪽에 위치한 코베포트타워[神戸ポートタワー, http://www.kobe-meriken.or.jp/port-tower ]가 보인다. 이곳에 올라가서 보는 야경도 좋겠지만 사실 코베포트타워를 보는게 더 야경이 좋아 보인다. 특히 안으로 바다가 있기 때문에 타워의 조명이 바다에 반사되어 보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타워 오른쪽으로는 망으로 되어 있는 구조물이 보이는데 이건 코베해양박물관[神戸海洋博物館, http://www.kobe-meriken.or.jp/maritime-museum ]이다. 코베포트타워와 더불어서 코베항의 상징이다. 역시 시간이 늦어서 안을 둘러볼 수는 없지만 옥외전시물은 볼 수 있다. 초전도전자추진선인 야마토(ヤマト) 1호를 비롯하여 4대의 배가 있다. 일부는 조명이 있어서 모양을 볼 수 있지만 어두워서 찾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이 배들은 한 곳에 있는게 아니라 공원 내에 흩어져 있다.

 

 

   튀어나온 바닷가로 가면 호텔과 조금 규모가 있는 배를 타는 선착장이 있지만 특별히 갈 필요가 없다고 느껴져서 공원을 가로질러 갔다. 다시 바다가 있다. 이쪽은 메리켄 방파제이다. 바다 너머서는 어두운데 현재 항구로 쓰이고 있는 지역이다. 창고들이 많다. 메리켄 방파제 한쪽으로는 툭 튀어나와 있고 따로 통로가 있었다. 왜 이곳은 이렇게 만들었지?

 

 

   통로를 따라 안쪽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무너진 방파제의 돌들이 그냥 있었다. 오히려 세월이 지나서일까 바위는 짙은 녹색이었다. 돌 위에 있는 난간이 기울어진 걸로 보아서는 보통 구조물은 아닌데? 이것은 1995년 1월 17일 통칭하여 코베 지진이라고 부르는 한와·아와지대진재[阪神·淡路大震災] 때 무너진 해안을 그대로 보존한 장소이다. 이미 메리켄파크는 1987년에 만들어졌다.

 

 

   한쪽에는 코베항진재 메오리얼파크[神戸港震災メモリアルパーク]가 있는데 당시 피해 상황 및 복구 과정에 관해서 모형과 사진으로 설명하여 놓았다. 이 지역은 여러 사철 노선이 JR과 경쟁을 하는 구도인데 지진이 일어난 초기에는 모두 운행이 중지되었고 도로도 피해가 커서 이곳 코베항에서 배로 히메지[姫路]까지 이동하였다고 한다. 당시 히메지로 가는 배를 줄서서 타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도 있었다. 자연 재해 앞에서는 참 인간은 무력하다. 그래도 이때의 아픔을 교훈으로 삼아서 작년 니가타 츄에츠지진[中越地震] 때에는 큰 피해가 나지 않았으니 일본인의 대비가 더 존경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자연 재해가 없어도 몇몇 건물과 교량이 무너지는 판국에, 서울에 지진이 일어난다면? 그 뒤의 일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것으로 코베항 구경은 다 끝났다. 비수기라서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적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메리켄파크에는 쌍쌍으로 많이 온다던데. 광안리보다 더 조용하였다. 다시 역을 향하여 이동하였다. 큰 길을 따라 북쪽으로 간다. 표지판에는 모토마치[本町]역이 있다고 나온다. 모토마치역 앞에는 잘 알려진 것처럼 중화가가 있다. 낮이라면 맛있는 만두를 비롯한 음식 냄새가 진동하겠지만 지금은 이를 상징하는 장안문만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었다.

 

 

   모토마치역에서는 스탬프만 찍고 다음 일정이 있는 산노미야[三ノ宮]역으로 이동하였다.

 


No. 25 철도편 : 모토마치[元町] 22:44→산노미야[三ノ宮] 22:46
열차번호 및 종별 : 848K 快速, 거리 : 0.8km 편성 : 223系 8兩+4兩

 


   겨우 0.8km이지만 패스라는 건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계속 타야 한다. 모토마치역은 신쾌속은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먼저 오는 차를 탔는데 쾌속이 걸렸다. 쾌속이지만 223系를 사용하고 있었다. 승객은 신쾌속과는 달리 적어서 텅텅 비어 있었다. 그렇지만 금방 내려야 하였다.

 

 

   산노미야역에서는 날짜가 바뀌는 밤 12시부터는 JR패스를 써서 선라이즈 특급을 타고 도쿄로 이동한다. 그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먼저 11시까지는 한산한 미도리노마도구치를 가서 지정석권을 확보하고 남은 시간은 역 앞에 있는 할인점인 다이에(ダイエー)에서 먹을 걸 산다.

 

   산노미야역 미도리노마구치는 역시 예상대로 한산하였다. 직원 혼자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목록과 JR패스를 보여주었다. 아직 야간열차와 신간선 하야테(はやて)를 제외하고는 지정석권을 발매받지 않았으므로 내일 탈 열차부터 하나씩 발권하였다. 발권기는 전국 주요역을 제외하고는 해당되는 발음의 히라카나를 누르면 해당되는 역이 표시되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 철도역에 있는 자동발매기와 비슷하다. 그런데, 시레토코샤리[知床斜里]역을 찾지 못하였다. ‘ち’(치)를 눌러서 열심히 찾았지만 나오지 않자 다시 시도하였다. 답답한 우리는 ‘し’(시)로 시작된다고 알려주었다. 홋카이도 지명 읽기는 역시 일본인들도 어려운 모양이다. 그런데 겨우 시레토코샤리역에서 출발하는 유효노롯코[流氷ノロッコ]호를 발권한 후 단말기가 이상하였다. 직원은 단말기가 멈추었다고 하고 지금까지 발권한 지정석권을 확인하였다. 시각이 밤 11시가 되어서 미도리노마도구치 영업시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멈추도록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한산하고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밤을 틈타서 지정석권 모두 예약하려고 했는데 실패로 끝났다.

 

   역을 나와서 할인점 다이에(ダイエー, http://www.daiei.co.jp)로 향하였다. 미리 인터넷으로 위치와 영업 시간을 파악하여 놓았다. 역 동쪽 입구로 나가서 건널목만 건너면 된다. 우리나라 할인점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밤 12시까지 하고 점포에 따라서는 24시간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보통 밤 8시나 9시가 되면 문을 닫고 더 늦게까지 하는 점포는 드물다. 다행히도 산노미야역점[三宮駅前店]은 밤 12시까지 영업한다.

 

   이전에 시코쿠 여행기에서도 간단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일본의 할인점은 물건을 싸게 판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몇 가지 다른 특성이 있다. 첫째는 코인라커가 대부분 없다. 짐을 들고 다녀야 하고 매장 내부와 외부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철저하게 구분되고 방범 시설이 확실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좀 허술해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같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는 입장에서는 있었으면 좋겠다. 쇼핑할 때라도 가볍게 있고 싶다. 둘째로는 우리나라는 점점 취급하는 물건이 많아지는 추세지만 일본은 아직은 동네 슈퍼마켓 수준이고 옷이나 잡화는 따로 매장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따라가는 상황이지만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이 팔고 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건 할인해준다. 우리나라는 이런 걸 사도 데워주는 경우는 드물지만 일본은 전자렌지가 있어서 가볍게 돌려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특징이 되겠다.

 

 

   밤에 열차 내에서 먹을 간식과 내일 아침으로 쓸 빵, 치즈, 소세지를 구입하였다. 소세지는 우리나라에서는 당시에 없었고 내가 일본 갈 때마다 즐겨 먹었던 48시간 숙성하여 만든 제품이었다. 놀란 점은 올해 3월 마트에 가니 우리나라 L사에서 포장까지 같게 하여서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일본 제품 모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선라이즈 특급을 타고 도쿄[東京]로 입성'이 연재됩니다. 계속해서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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