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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에서 횡천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도 있지만 하루에 5회 정도로 회수가 적기도 하지만 기본 운임 구간이라서 비싸다. 하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는 게 훨씬 낫다. 버스를 하루에 13회나 있고 요금은 1,200원이다. 기차는 2,500원이니 절반도 되지 않는다. 수도권에는 수도권전철과 통근 열차가 운행하고 있어서 저렴하게 기차를 탈 수 있지만 지방은 가까운 거리를 다녀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자주 다니지도 않고.

 

 

   버스를 타고 횡천까지 가니 12분이 걸린다. 기차에 비하여는 조금 빠르기는 하지만 내리는 장소가 역 앞이 아니다. 마을의 중심지에 해당하는 횡천사거리에서 내린다. 횡천역이 무인역이어서 마을이 작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크고 마트는 물론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까지 있다. 역시 여기도 시외버스 정류장 표시가 없다. 읍이나 도시에서 터미널에서 탈 때 이외에는 정말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교통 수단이다. 그래도 유지되는 걸 보면 현지인들의 정기적인 이동이 그만큼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마을에 역이 있는 게 아닌데 어디 있는지 이정표 같은 건 없다. 감각적으로 골목을 걸어서 남쪽으로 향하였다. 마을에서 벗어나니 산을 따라서 올라가고 있는 경전선 철길이 보인다. 도로 중간에는 놀랍게도 경전선 복선 전철화 공사를 하고 있다. 동해남부선은 아직도 공사를 하지 않는 구간이 많은데 경전선은 이렇게 한산한 구간까지 벌써?

 

 

   버스에서 내린 마을부터 횡천역까지의 거리는 1.1km이다. 역이 이렇게 마을에서 떨어져 있으니 접근성이 떨어져서 승객이 적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횡천역부터는 철길은 급경사를 올라가기 때문에 경사에 역을 만들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마을에서 떨어진 위치에 역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횡천역 앞에는 하동골프리조트(http://www.hgresort.com )가 있다. 골프장과 숙소까지 갖추고 있는데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횡천역 앞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역 앞의 가운데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소나무는 횡천역이 생길 때부터 보았을 것이다. 횡천역은 전형적인 시골의 작은 역으로 단층 건물에 삼각형으로 지붕을 만들었다.

 

   발음은 다르지만 일본에는 한자가 동일한 요코카와역[横川駅]이 있다(관련 글 보기). 이 글 뒤에 나오지만 횡천역에는 진주 방향으로 급경사가 있어서 피난선이 있는데 요코카와역에는 이전에 최고 66.7‰(1km를 갈 때에 66.7m 올라감)이라는 급경사가 있는 우스이고개[碓氷峠]가 있었다. 현재 우스이고개 구간은 폐지되었고 우스이고개철도문화마을[碓氷峠鉄道文化むら, http://www.usuitouge.com/bunkamura ]라는 철도박물관이 들어서 있다(관련 글 보기).

 

 

   횡천역은 2009년 6월 15일에 무인역이 되었다. 현재는 내일의역장(http://blog.naver.com/kge999k )이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철도동호인이 명예역장으로 임명되어 있다. 무인역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매표소는 나무판으로 가려 놓았지만 의자는 그대로 놓여 있고 대합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보통 무인역이 되면 화장실이 폐쇄되는데 횡천역은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다. 아무래도 직원이 있는 역보다는 화장실의 상태는 좋지 못하였지만 개방되어 있다는 자체로도 좋다.

 

 

   횡천역은 무인역이어서 개찰이 없다. 그러나 승강장으로 가는 문 옆에는 현재 시각과 함께 상행과 하행 열차의 번호와 출발 시각이 나온다. 얼핏 보면 철도공사에서 설치한 것 같지만 아니다. 명예역장을 비롯한 철도동호인들이 힘을 합쳐서 설치하였다(관련 글 보기). 아래 컨트롤러에 만드는 데 수고를 한 동호인들의 이름이 나온다. 사실 수고를 한 동호인은 나보다도 더 먼 수도권에서 대부분 살고 있는데 이런 경상남도의 오지까지 와서 이렇게 승객들을 위하여 역의 유지를 위하여 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조금의 아쉬움이라면 철도동호인들이지만 기차가 아닌 자동차를 이용하여 오갔다는 점 정도. 간이역은 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고 승객이 많아야 계속 유지될 수 있다. 나야 부산에서 오니 조금 느리기는 하지만 하루에 4회의 직통 열차가 있지만 수도권에서 기차를 오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횡천역의 승강장으로 나갔다. 할머니가 기차가 언제 오냐고 물어보신다. 시각을 알려드리니 소나무 밑에서 앉아계신다. 시골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콘크리트로 된 대합실보다는 자연에서 쉬는 걸 좋아하시는 모양이다.

 

 

   횡천역은 1면 2선의 승강장으로 절반 정도만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이미 오래 전에 화물 취급이 중지되어서 화물 승강장은 찾아볼 수 없다. 역 건물 반대쪽으로는 나무를 나란히 심어 놓았지만 중간에는 틈이 있어서 빠져나갈 수 있게 해 놓았다. 시골의 작은 역에서는 이렇게 해서 역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횡천역은 선로가 길어서 30량 편성인 열차도 교행할 수 있다.

 

 

   횡천역에서 진주 방면으로는 25퍼밀(‰)(1km를 가는 동안 25m 올라감)의 오르막이 2,700m나 이어진다. 요즈음에야 그보다 더 급한 경사도 기차가 잘 올라갈 수 있지만 경전선이 놓였던 당시에만 하여도 이 정도는 매우 급한 경사였다. 그런 관계로 진주에서 오는 열차가 제동이 고장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피난선이 설치되어 있다. 즉 제동이 고장나면 피난선으로 열차가 들어가게 되고 피난선은 오르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들어서 멈추게 된다. 물론 현재에는 차량 성능의 향상으로 이 정도 경사로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으므로 피난선으로 들어가는 분기기는 철거되었다.

 

 

   횡천역을 오가니 외지인의 방문을 싫어하는지 강아지들이 맹렬하게 짖는다. 강아지들이 살고 있는 우리 안을 보니 이전의 횡천역 시각표와 운임표가 있다.

 

 

   이렇게 횡천역을 둘러보고 있으니 할머니가 무슨 사진을 찍냐고 역 안을 뛰어다니냐고 물어본다. 대합실에 철도동호인들이 만든 안내판이 있어서 보러 왔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잠시 후 귀가를 위한 열차가 들어왔다.

 

   횡천역 답사는 2010년 4월 20일에 하였다. 이후에 도로 공사 때문에 피난선은 철거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2010년 5월 21일에는 철도동호인들이 멀티미디어 정보시스템을 설치(관련 글 보기)하고 기차 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벽에 전시하여 놓았다(관련 글 보기). 간이역이지만 역의 안내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봉사를 하고 있는 철도동호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횡천역에도 스탬프가 있다. 하지만 무인역이라서 평상시에는 스탬프를 찍을 수 없고 명예역장이 방문했을 때에만 찍을 수 있다. 명예역장이 횡천 주민도 아니고 현재 수도권에 살고 있는 외지인이다 보니 사실 보기는 매우 힘들다. 다행히도 근처의 북천역에 스탬프가 비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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