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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는 국토가 어느 정도 큰 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작은 나라라고 해서 철도가 없는 건 아니다. 유럽의 작은 나라나 섬에는 과거 자동차가 발달하기 전에는 철도가 있었고 일부 나라나 섬에는 지금도 남아 있다. 하지만 작은 나라의 특성상 장거리 이동에는 활용할 수 없기에 철길과 역만 있을뿐 실제 운영은 주변의 큰 나라에서 하고 있다. 철길을 이렇게 남에게 맡기면 괜찮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작은 나라는 국방까지도 주변의 큰 나라에 위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주변의 큰 나라의 도움 덕분에 작은 나라가 생존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2번째로 작은 나라인 모나코공국(Principauté de Monaco, Principality of Monaco, http://www.visitmonaco.com )은 면적이 2.02㎢이고 인구는 약 31,000명이다. 가로 1km, 세로 2km라고 대충 가정하면 나라를 가로지르는데 걸어서 20분 정도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실제로는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언덕이 많아서 그 정도의 시간으로는 불가능하다. 주변 국가는 프랑스인데 도로 하나로 국경이 구분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프랑스와 모나코 사이는 출입국 수속이 전혀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모나코의 철도는 겨우 1.7km로 프랑스의 니스(Nice)와 이탈리아의 벤티밀리아(Ventimiglia)로 연결되는 노선이 지나가고 있다. 모나코 철도의 역사는 대만민국의 그것보다 오래되어서 1867년에 처음으로 개통되었고 원래 모나코 내에는 2개역이 있었으나 1999년에 선로가 지하로 이설되면서 역이 하나로 줄어들었다. 결국 모나코를 지나는 노선은 하나이고 역은 하나만 있는데 그 하나의 역도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니 모나코에서 따로 철도회사를 만들고 차량을 보유할 이유가 없어서 열차 운행은 물론 선로 관리까지 프랑스국철 SNCF(Société Nationale des Chemins de fer français, French National Railway Corporation, http://www.sncf.com )에서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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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스에서 기차를 타서 모나코역에 내렸다. 정확한 역명은 모나코 몽트카를로역(Gare de Monaco-Monte-Carlo, Monaco Monte-Carlo Station, http://www.monaco-gare.com )이다. 지하에 있는 역이지만 벽에는 나무를 사용하였고 역으로는 조명이 특이하며 터널을 꽤 크게 뚫었다. 지하 터널 구간에 있지만 길이가 466m이고 폭이 22m, 높이가 13m이다. 승강장은 2면 3선으로 되어 있다.

 

 

   벤티미글리아 방향 끝에는 터널 일부가 밖으로 노출되어 있어서 외부의 빛이 들어온다. 여기서는 육교를 통하여 승강장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반대쪽인 니스 방향 끝에는 지하도로 승강장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모나코 몽트카를로역의 출구는 4군데가 있다. 모나코가 바닷가에 급경사의 언덕에 있어서 각각의 출구에는 이동을 편하게 해 놓았다. 먼저 아래 그림에서 4로 표시된 니스 방향에 있는 출구로 나가 보았다. 여기는 통로가 길어서 수평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수평 에스컬레이터를 몇 개 거치면 출구가 나오는데 건물의 1층에 있다. 역에서 나왔는데 마치 건물에서 나온 것처럼 되어 버렸다. 좁고 급경사인 땅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야 하니 건물이 밀집되어 있다. 달 동네를 연상시키지만 부자 나라인 모나코는 이런 지형에도 다니게에 불편함이 없도록 골목길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레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물론 모두 무료이다.

 

 

   이번에는 승강장에서 바로 계단 없이 나갈 수 있는 3번으로 나갔다. 나가는 출구 앞에는 1999년 12월 7일에 역과 터널이 완성된 걸 기념하는 비석이 있다. 터널 일부는 프랑스에 속하고 철도 유지 및 열차 운행은 프랑스국철에서 하므로 이 사업은 모나코와 프랑스가 같이 하였다.

 

 

   이쪽 출구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서 밖의 빛이 역 안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 나가 보면 역이 있는 장소는 커다란 바위 안이고 바위가 3면을 가리고 있어서 다른 장소로 가려면 계단을 오르던지 터널을 걸어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승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1번 출구로 향하였다. 이곳 출구 방향으로는 대합실과 함께 매점이 있어서 승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갖추어져 있고 매표소와 열차 출발 안내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자가용을 타고 온 승객들을 위하여 주차장과 연결되어 있다.

 

 

   지상과는 높이 차이가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승객이 많을 때를 대비하려는지 5대가 넘게 설치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고 끝이 아니다.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밖으로 나온다. 이곳 출구와 승강장 사이는 건물 13층 높이 차이가 난다. 출구 앞에도 열차 출발 안내를 하는 전광판이 있고 모나코 내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다. 놀랍게도 이 출구 뒤쪽으로 국경선이 있어서 바로 뒤는 프랑스이다. 국경선 바로 옆에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프랑스와 모나코 사이에는 어떠한 출입국 절차도 없다.

 

 

   높이 올라온만큼 여기서 내려다보는 지중해는 멋지다. 항구에는 하얀 요트가 가득 채우고 있다.

 

 

   모나코 몽트카를로역에서는 지역급행 TER(Transport express régional) 열차가 약 30분 간격으로 니스를 오가며 25분이 소요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와의 국경역인 벤티미글리아와도 약 45분 간격으로 TER 열차가 다니며 역시 25분이 소요된다. 프랑스는 TGV조차도 영어 안내 방송을 하지 않지만 이 지역의 TER에는 이탈리아인들이 많이 타고 다니다 보니 프랑스어에 이어서 이탈리아어 방송까지 해 주고 있다. TER 이외에는 프랑스의 수도 파리(Paris)를 잇는 TGV(Train à grande vitesse)는 주말에만 1왕복, 야간열차인 코라이유 뤼네아(Corail Lunéa, http://www.coraillunea.fr )가 하루에 1왕복 운행하고 있다.

 

 

   작은 나라 모나코에서는 철도는 나라 안을 연결하는 목적이 아닌 다른 나라로 오가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모나코 몽트카를로역의 2008년 이용 승객은 484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니스와 함께 모나코에 방문할 때 기차를 많이 타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우리나라와 모나코는 2007년에 정식으로 수교하였다. 그 이전에 갔다면 미수교국가를 방문한 셈이 된다. 물론 그런 것까지 알고 간 대한민국 국민은 얼마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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