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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일 - 이즈모사카네[出雲坂根]의 삼단 스위치백을 넘어서 비경역인 빙고오치아이역[備後落合駅]으로


   이즈모요코타역[出雲横田駅]에서 회송된 차량이 분리되어서 키하 120系 1량이 되었지만 운전사 이외에도 직원이 2명 그대로 타고 있다. 뒤의 운전실에 앉아있던 직원은 신지로 돌아가는 열차의 운전사가 되어서 이제는 없다. 승객은 많이 줄어들어서 10명만이 남아 있다. 여기서부터는 하루에 열차가 3왕복만 운행되는 구간이다.


   열차는 산 사이로 이어지는 철길을 따라서 계속하여 올라가고 30km/h 속도 제한 구간이 길게 이어진다. 근처에 도로가 있으나 왕복 2차선으로 좁고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기도 힘들다.

 

[사진 267 : 야카와역[八川駅]의 승강장과 건물.]

 

[사진 268 : 아래로는 하천과 도로가 보이고 철길은 산으로 올라간다.]


   왼쪽 위에서 철길이 보이더니 내려와서 높이가 같아지고 삼단 스위치백이 있는 이즈모사카네역[出雲坂根駅]에 도착하였다. 평소에는 한산하지만 오늘은 토롯코열차(トロッコ列車)인 오쿠이즈모오로치호[奥出雲おろち号]가 운행하여서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고 직원까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하여 지키고 있다.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차서 오쿠이즈모오로치호를 타지 않고 스위치백을 지나는 모습을 구경하고 연명수(延命水, 엔메이노미즈)라고 하는 약수를 마시기 위한 사람들도 많다.

 

[사진 269 : 스위치백이 있는 이즈모사카네역[出雲坂根駅]에는 토롯코열차(トロッコ列車)인 오쿠이즈모오로치호[奥出雲おろち号]가 교행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270 : 이즈모사카네역의 선로는 끝이 막혀 있고 선로 보수 공사에 사용하는 디젤기관차가 유치되어 있다.]


   키스키선에 맞지 않게 이즈모사카네역은 커다란 건물이고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한눈에도 알 수 있다. 현재 건물은 2010년 4월에 완공되었으며 우리나라의 휴게소에 해당되는 미치노에키[道の駅]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전에도 연명수를 마시고 기차를 보기 위하여 쉬다가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미치노에키를 본격적으로 겸하게 된 셈이다.

 

[사진 271 : 미치노에키[道の駅]로도 사용되는 이즈모사카네역 건물.]


   내가 탄 열차의 정차 시간은 겨우 3분이다. 연명수를 마셔 보려고 하였으나 줄이 길다. 직원이 열차가 곧 출발한다고 호루라기를 불었다. 할 수 없이 다시 열차로 돌아왔다.

 

[사진 272 : 원래 이즈모사카네역은 무인역이지만 사람이 많아서 직원이 배치되어서 확성기를 들고 승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삼단 스위치백(Switch Back, スイッチバック)은 우리나라의 영동선에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급경사를 오르기 위하여 2번 진행 방향을 바꾼다. 우리나라는 기관차가 객차를 견인하는 형태로 운행하므로 가장 뒤에 차장이 무전기로 기관사에서 신호를 알려주어서 스위치백에서 운행을 하였지만 일본은 1량으로 된 디젤동차이므로 운전사는 반대쪽에 있는 운전실로 이동하여 이즈모사카네역을 출발하였다.

 

[동영상 273 : 이즈모사카네역을 출발하여 오르막이 있는 철길을 따라서 죽 올라간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열차는 분기기를 통과하여 죽 올라간다. 오른쪽 위에서 철길이 내려와서 만난다. 분기기가 있는 위치에는 눈 때문에 작동이 되지 않는 걸 막기 위하여 스노우셸터(snow shelter)라는 지붕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274 : 신호기가 있는 스노우셸터에서 선로가 합쳐지고 다시 방향 전환을 위하여 정차한다.] 


   열차는 다시 멈추고 운전사는 원래의 운전실로 되돌아온다. 운전사만 있지 않고 직원 2명이 따라 다니므로 나는 뒤로 가서 선로를 어떤지 확인하여 보았다. 선로 끝에는 신호기가 하나 있고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차량 수에 맞게 정차하는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 275 : 선로 왼쪽에는 차량 숫자가 적힌 정차 표시가 있고 끝은 막혀 있다.]


   다시 열차는 출발하였다. 이번에는 올라가는 철길로 들어간다. 6년 전에 이 노선을 타 본 적이 있기에 진행 방향 오른쪽이 전망이 좋다는 걸 알고 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았다. 아래로는 이미 지나간 철길과 함께 이즈모사카네역이 보였다. 이전에 왔을 때에는 그냥 가기만 했는데 공휴일이라 그런지 경치가 좋은 주요 장소에서는 서행을 하고 승객들에게 간단히 설명을 하였다.

 

[사진 276 : 방향을 바꾸어서 계속하여 올라간다.]

 

[사진 277 : 지금까지 지나간 철길이 모두 아래에 보인다.]

 

[사진 278 : 삼나무 기둥 아래로 이즈모사카네역이 보인다.]


   철길은 삼단 스위치백으로 높이 차이를 해결하지만 국도 314호선은 2바퀴를 도는 오쿠이즈모오로치루프[奥出雲おろちループ]가 있다. 길이는 2,360m이고 높이 차이는 105m에 이르며 7개의 다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의 미이노오하시[三井野大橋]는 루프가 아니라 계곡 위를 지나는 직선으로 된 다리이다.

 

[사진 279 : 아래로 오쿠이즈모오로치루프[奥出雲おろちループ]에서 2바퀴 도는 구간의 일부가 보이고 가장 높게 있는 다리이고 아래에 붉은 교각이 있는 미이노오하시[三井野大橋]가 멀리 있다.]

 

[사진 280 : 높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2바퀴를 돌면서 올라가는 국도인 오쿠이즈모오로치루프.]

 

[사진 281 : 협곡 위를 지나는 다리인 미이노오하시는 교각은 붉고 도로 옆으로는 녹색으로 해 놓았다.]


   열차는 JR서일본에서 가장 높은 해발 726m에 있는 미이노하라역[三井野原駅]에 정차하였다. 주변에는 미이노하라스키장[三井野原スキー場]이 있어서 과거에는 겨울에 임시 열차가 운행하였다. JR에서 가장 높은 역인 노베야마역[野辺山駅](관련 글 보기)은 해발 1,346m라서 높다는 느낌이 들지만 미이노하라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태백선 추전역보다도 낮아서인지 높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사진 282 : 미이노하라역[三井野原駅]은 JR서일본에서 가장 높은 해발 726m에 있다.]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계속하여 천천히 내려가는 철길이 이어진다. 미이노하라역 부근은 산 속의 분지이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계곡으로 달리고 터널을 지난다. 게이비선[芸備線]과 높이를 맞추고 종착역인 빙고오치아이역[備後落合駅]에 도착하였다.

 

[사진 283 : 유키역[油木駅]의 이정표와 대합실.]

 

[사진 284 : 철길이 계속 내려가기는 하지만 도로와 집이 아래에 있다.]


   과거에 철도가 가장 중요한 육상 교통수단이었던 시절에는 산골짜기에 있는 빙고오치아이역은 게이비선에서 키스키선[木次線]이 분기하는 이유로 많은 직원이 근무하고 차고, 전차대, 급수탑, 저탄장까지 있는 큰 역이었다. 그렇지만 게이비선과 키스키선이 모두 승객이 적은 한산한 노선이 되었고 게다가 역 주변은 인구가 적은 한적한 산골이어서 결국 무인역이 되었다. 세 방면으로 철길이 있지만 직통 운행을 하지 않아서 2면 3선의 승강장은 방향별로 각각 사용하고 있다. 차량은 모두 키하 120系 1량 편성으로 동일하지만 소속이 다르니 도색이 다르다.

 

[사진 285 : 빙고오치아이역[備後落合駅]에서 세 방향의 열차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키하 120系 디젤동차 1량 편성이고 왼쪽부터 요나고지사[米子支社], 히로시마지사[広島支社], 오카야마지사[岡山支社] 소속이다. 소속에 따라서 도색이 다르다.]

 

[사진 286 : 왼쪽 선로가 히로시마[広島]로 향하는 게이비선[芸備線]이고 오른쪽 선로가 신지[宍道]로 향하는 키스키선[木次線]이다.]

 

[사진 287 : 빙고오치아이역은 건물은 작지만 지붕은 높아서 과거에 큰 규모가 엿보인다.]

 

[사진 288 : 빙고오치아이역의 이정표.]

 

[사진 289 : 빙고오치아이역의 시각표. 분기역이지만 열차는 많이 운행하지 않는다.]


   분기역이기는 하지만 이 역으로 오는 열차가 적어서 비경역(秘境駅, 히쿄에키)에 속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합실에는 방문한 느낌을 적는 노트가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공휴일이라서 그런지 비경역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승강장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고 열차에는 앉을 좌석이 없어서 서 있는 승객들도 있었다. 하루에 한 번만 있는 세 방면의 열차가 동시에 접속되는 시간이어서 그럴까?

 

[사진 290 : 현재는 무인역인 빙고오치아이역 건물.]

 

[사진 291 : 빙고오치아이에는 야간에 운전사가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이 남아 있다.]

 

[사진 292 : 빙고오치아이역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게이비선 열차.]


   원래 계획은 미요시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로 하였지만 오쿠이즈모오로치호[奥出雲おろち号]를 타지 못하는 바람에 2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였다. 그런 관계로 만회를 위하여 하루에 열차가 3회만 있는 니이미[新見]로 향하는 열차에 탔다.

 

 

 

 

 

   다음으로는 '11일 - 나무가 우거진 숲 속의 낡은 철길을 달리는 게이비선[芸備線]'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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