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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경전선 경상남도에 있는 모든 역의 답사를 앞두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양보역(良甫驛)으로 향하였다. 양보역은 기차를 타고 답사한 후에 다음 기차를 타는 방법으로 갈 수 밖에 없어서 지금까지는 직접 땅을 밟지 못하였다. 주변역인 횡천역에서 걸어가기에는 멀고 북천역에서는 산으로 막혀 있어서 걸어갈 수 없다. 하동에서만 양보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5회 운행하고 있다. 경전선에서 오지에 있는 역 중의 하나이다. 덕분에 아직 열차가 정차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미 양보역은 경전선의 다솔사역이나 유수역과 동일하게 단선 승강장에 버스정류장과 동일한 대합실만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들 역과는 달리 양보역은 현재도 열차가 정차하고 있다.


   양보역에 내리는데 승강장이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다. 승강장이 오래되어서 열차와의 높이 차이가 많이 나서 시멘트로 새로 포장을 하여 놓았다. 차량과의 높이 차이는 없어졌지만 전날 약간 내린 눈이 얼어붙어서 미끄러웠다. 그래도 비가 많이 올 때에는 물이 곳곳에 고인 웅덩이를 피해서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폭우가 내리는 날에 원북역에 방문하여서 고생한 적이 있으니.

 


   양보역은 과거에는 1면 2선의 승강장을 갖추고 있었고 교행선은 없어졌지만 노반은 그대로 남아 있다. 양보역 건물은 없지만 시설관리반이 있다. 하동 방면으로는 곡선과 함께 내리막이 이어지기에 기차의 모습을 잡기에 좋다.

 


   승객이 많은 역이면 승강장을 완전히 시멘트로 포장을 하는데 양보역은 승강장 일부를 좁게 덧씌웠고 길이도 4량 편성에 딱 맞게 만들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가 나도록 한 셈이다. 승강장을 포장하기 보다는 시멘트로 계단을 추가로 설치하였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승강장 끝에는 턱은 아쉬움이 남는다. 턱이 없으면 트렁크 가방이나 카트를 끌고 가기에 휠씬 편하다. 이런 이용객이 적은 간이역이 이렇게라도 승객의 편의를 위하여 개량이 되었다는 데 감사해야 하나?

 


   양보역의 이정표는 다솔사역이나 유수역과 완전히 동일한 형식으로 되어 있다. 뒷면도 있는데 선로를 걷으면서 더 이상 필요가 없어져서 글자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대합실에는 열차시각표가 붙어있고 다음 철도동호회(http://cafe.daum.net/kicha )의 몇몇 회원들이 만든 경전선 노선도와 양보역 주변안내도가 붙어 있다. 횡천역에는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양보역에는 언제 설치했지? 정작 경전선 복선전철화로 이 노선도는 현재와 약간 맞지 않게 되었고 차량도 RDC라는 무궁화호 동차가 경전선에 많았지만 현재는 양보역에 정차하는 열차 중에서는 1왕복만 남아 있다. 다솔사역에서는 두꺼비집이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었지만 양보역에서는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누군가가 기증한 시계가 올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서 열차 운행에 문제가 있는 경우 관리하는 북천역에서 방송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승강장은 길지만 일부만 시멘트로 덧씌워놓았기에 나머지는 그래도 방치되어 있다. 흙으로 되어 있는 승강장은 물론 턱도 원래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화물 승강장은 이제 풀들의 차지가 되어 버렸는데 겨울이어서 그 모습이 쉽게 보인다.

 

 

   요즈음 만드는 역들은 관리를 하기 쉽도록 통로가 하나만 있지만 예전에는 곳곳에 속칭 개구멍이라고 부르는 통로가 여러 곳 있는 경우가 많다. 양보역도 마찬가지여서 여러 출구가 있고 곳곳에 살벌한 경고문이 붙어 있지만 주민들은 계속 이용하고 있다. 가까운 길을 두고 멀리 빙 둘러가려는 사람은 없으니깐. 물론 지나가기 전에는 항상 기차가 지나가는지 확인하는 건 필수이다.

 

 

   양보역에는 시설관리반 건물은 직원이 있어서 잘 관리되고 있지만 입구에 있는 역전상회는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폐허가 되어 버렸다. 역전상회이니 역의 운명과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물류회사 건물은 역 건물과 함께 철거하였는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언덕을 넘어가는 장소에 양보역이 설치되었기에 주변보다 높다. 철길을 만들면서 오가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하여 아래로는 터널이 있다. 양보역이 문을 연 1968년에는 자가용이 매우 드물었기에 터널은 좁다. 양보역에서 내려가면 있는 서촌 마을에는 철길을 높게 만들기 위하여 돌로 쌓아서 올렸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건축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니의 고가로 놓겠지만 당시에는 가난한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저렴하게 철도를 건설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돌로 쌓아올린 데에도 양보역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가 있다. 이 경사로를 올라가면 서촌 마을은 물론 주변이 다 보인다. 주변은 모두 산인 전형적인 산촌이다.

 

 

   돌아올 때에 탄 열차도 양보역에 정차하였다. 오후 6시도 되지 않았지만 겨울이라서 낮이 짧아서 이미 어두워졌다. 승강장은 물론 대합실에도 조명이 불을 밝히고 있었고 타는 승객도 있었다.

 


   양보역은 경전선 직선화에 따라서 없어질 예정으로 있다. 적은 수이지만 양보역을 이용한 승객들은 더 이상 기차를 탈 수 없게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양보역은 주민들의 중요한 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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