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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3월 30일 부산도시철도 4호선이 드디어 개통되었다. 지방 도시의 도시철도 노선 중의 하나라고 보기에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운전사 없이 운행할 수 있는 경전철(輕電鐵, Light Rail Transit)로 기존의 철도와는 달리 철로 된 레일 위가 아니라 콘크리트 도상 위에서 고무타이어로 달린다. 그렇지만 버스와는 달리 양 옆에 있는 안내 선로를 통하여 전기를 공급받아서 모터를 돌려서 달리고 있어서 기차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이므로 아직 낯선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천국제공항(http://www.airport.kr )의 여객터미널1~탑승동A를 연결하는 셔틀인 스타라인(Starline)이 비슷하지만 인천국제공항으로 해외 항공사로 입출국하는 경우에만 탈 수 있고 거리가 짧다보니 사실 특수한 운송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관련 글 보기).


   해외에서는 이렇게 무인으로 운행하는 도시철도가 오래 전부터 운영되고 있다. 세계 최초는 1981년 2월 5일에 개통된 일본 코베신교통포트아일랜드선[神戸新交通ポートアイランド線, http://www.knt-liner.co.jp ]이다. 요즈음 언론에서는 수시로 부산도시철도 4호선의 무인 운전이 문제가 많다고 보도를 하고 있지만 당시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개통 초기에는 시스템 문제가 많아서 중간에 정차하는 사고가 많았으나 점차 안정화되어서 다른 곳에서도 무인운전 시스템을 채용하기에 이르렀다. 본 블로그에서도 이미 무인운전을 10년 넘게 한 오사카교통국[大阪市交通局, http://www.kotsu.city.osaka.jp ] 난코포트타운선[南港ポートタウン線](관련 글 보기), 도쿄의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 http://www.yurikamome.co.jp )(관련 글 보기), 런던의 도클랜드경전철(Docklands Light Railway, http://www.tfl.gov.uk )(관련 글 보기)을 소개한 적이 있다. 세계에서 4번째로 기술 개발을 하였다고 하는데 1~3번째 국가는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나 일본, 독일, 프랑스가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 운영하는 나라는 휠씬 많아서 캐나다, 덴마크,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말레이시아, 포르투갈, 싱가포르, 중국, 타이완, 미국으로 13개국이나 되고 30개 정도의 공항에서 탑승동과 터미널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실제 운행을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나라에서의 도입은 늦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래는 도쿄의 유리카모메에서 찍은 전망 동영상인데 선로와 전기 장치 등 여러 가지에서 부산도시철도 4호선과 거의 비슷하다. 한국형 경전철(K-AGT)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직접 연구 개발한 게 아니라 일본 것을 그대로 모방한 게 아니었으면 한다.

 


   해외에서만 보던 이런 철도가 우리나라,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부산에서 다니고 있다는 게 신기하였다. 4호선을 타기 위하여 환승역인 동래역으로 향하였다. 동래역은 1호선과 4호선의 환승역으로 1호선 승강장은 지상에 있고 4호선 승강장은 지하에 있다. 4호선 개통에 따라서 환승 통로가 신설되었는데 지상 2층에서 경사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여 지하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지하로 들어가면 4호선 대합실이 있고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승강장이 있다.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환승역이지만 수도권전철의 환승역에 비하면 거리가 크게 멀지 않다. 또한 중간에 모니터가 있어서 열차가 운행하는 상황을 볼 수 있다. 갈아탈 열차가 이전 역을 출발하고 있다고 나온다면 좀 서두르면 된다.

 


   지하에 있는 동래역 4호선 승강장에는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다. 1호선과 4호선 사이를 갈아타는 승객이 많기에 안평 방면의 승강장에는 사람들이 많다.

 


   부산도시철도 4호선의 차량은 경전철이라는 이름처럼 다른 지하철 차량에 비하여 작다. 6량 편성이기는 하지만 차량 길이는 짧고 폭도 좁아서 1량에 출입문은 한쪽 방향으로 2개만 있다. 무인 운전이 가능하므로 운전실 자체가 처음부터 없고 비상시에는 수납된 운전대를 꺼내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철도에서는 금기시되었던 전망을 부담없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번 4호선을 타 보았지만 열차마다 운전대 옆으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차량은 작지만 요즈음에 생산되는 도시철도 차량과 같이 출입문 위에는 노선도가 붙어있고 LCD가 있어서 다음 정차역을 한글과 영어로 보여주고 있다. 차량이 작다보니 출입문은 우리나라 도시철도에서는 최초로 양미닫이(양쪽으로 문이 있어서 열리는 방식)가 아니라 편미닫이(한쪽에만 문이 있어서 열리는 방식)로 되어 있다.

 


   운전실이 없고 뻥 뚫려있어서 부담없이 전망을 볼 수 있다. 터널 구간이라 크게 볼 건 없지만 다른 도시철도와는 달리 열차가 중간에 멈추는 상황에 대비하여 선로 옆에는 비상으로 탈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선로 옆으로 전기가 공급되는 제3궤조 방식이라서 선로에 내려가면 감전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정상적으로 차량의 출입문이 열리면 선로의 전원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 장치도 있다.

 

 

   종착역인 미남역에서는 바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회차선이 있어서 열차는 회차선에 먼저 들어간 후에 방향을 전환하여 나오게 된다. 당연 들어갈 수는 없지만 승강장에 있는 창문을 통하여 선로를 볼 수 있는 장소가 많다.

 


   미남역은 부산도시철도 3, 4호선의 환승역이다. 수영역과 수도권전철 복정역처럼 계단만 오르내리면 환승을 할 수 있어서 무척 편리하게 되어 있다. 그래도 승객들이 헛갈리지 않도록 벽에는 띠가 붙어 있다. 아쉬운 점은 부산도시철도 3호선은 갈색인데 얼핏 보아도 주황색으로 띠를 만들었다. 서울 사람이 띠를 붙였나? 4호선은 서울이든 부산이든 파란색이다. 자세히 보면 서울과는 달리 약간 밝은 파란색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안평역으로 가는 열차에 탔다. 가장 앞에 섰지만 역시 보이는 건 터널이다. 부산도시철도 4호선 노선의 절반 가량은 이렇게 터널 구간이다. 그래도 앞에서 전망을 보면 터널 안에도 곡선이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조명이 밝아서 동영상도 찍을 수 있다. 동해남부선 동래역에서 가까운 낙민역의 경우에는 동해남부선, 중앙선, 영동선 열차를 이용하려면 여기서 내리라는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부산도시철도에서는 일반 철도와 연계되는 역들을 노선도에서 표시하여 주고 있다.

 


   반여농산물시장역에 정차하면 앞에는 빛이 보인다. 출발하면 오르막이 이어지면서 지상으로 나오게 된다. 계속 올라가서 고가에 진입하고 아치형 사장교를 지나간다. 이 지역은 산 사이에 있어서 화물터미널만 있을 뿐 주택가는 발달하지 않았다. 산에는 봄을 맞이하면서 새싹이 나고 꽃이 피었다.

 


   계속하여 산 사이로 철길이 이어진다. 반송동에 들어서면서 산 사이의 분지가 넓어지고 주택가와 아파트가 있다. 철길은 곡선이 많지만 차량이 타이어로 되어 있어서 진동이나 소음이 없이 부드럽게 달린다. 전차선이 위에 없고 차량 아래의 제3궤조로 전기를 공급받으므로 방해물이 없는 깨끗한 전망을 볼 수 있다. 정차역에도 대부분이 승강장 반대 방향으로는 기둥만 있을 뿐 벽이 없어서 반송 양쪽에 있는 산과 마을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반송에는 아랫반송인 영산대역과 윗반송인 동부산대학역이 있다. 반송이라는 지명이 엄연히 있지만 다른 지역과는 달리 대학 이름을 역 이름으로 채택하였다. 부산도시철도 4호선 건설을 할 때에는 반송선이라는 가칭이 있었는데 정작 반송역은 없다. 여기에는 해운대구에 속하기는 하지만 낙후된 반송 지역의 아픈 현실이 있다.

 


   어느덧 반송의 주택가와 아파트는 지나가고 다시 산 사이로 철길이 고가로 이어지고 드문드문 집이 있는 시골 풍경이 다시 나타난다. 아래에 있는 도로의 이정표에는 기장군이라고 적혀있고 고촌역에 도착하였다. 정차하는 역마다 승객들이 내려서 이 정도 오면 차내에는 빈 자리가 많다. 물론 아직 개통한지 얼마되지 않기에 그냥 타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주말에는 어린이들을 데리고 타는 부모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열차는 종착역인 안평역을 향하여 달린다. 높은 산이 양쪽으로 병풍처럼 있고 그 사이에는 밭이 있다. 일본에서 탄 난코포트타운선과 유리카모메와 운행 방식은 비슷하지만 경치는 전혀 다르다. 일본에서 탄 노선은 바다를 건너면서 신도시로 개발된 섬 사이를 달리는 반면 부산도시철도 4호선은 산 사이로 달리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연결하고 있다.

 


   종착역인 안평역에는 바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연결된 선로가 있지만 보통은 도착한 후에 회차선으로 들어가거나 차량기지로 회송된 후에 다시 출발하게 된다.

 


   부산도시철도 4호선의 역들은 승객들의 이용 편의와 직원들의 관리가 편하도록 동선이 맞추어져 있다. 집표를 거쳐서 나가는 곳에는 정산기가 설치되어 있고 부산도시철도에서 오랜 동안 볼 수 있었던 삼발이형 자동개집표기가 이제는 볼 수 없다. 물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승객들이 있기는 하지만. 직원이 머무는 고객서비스센터는 자동개집표기 근처에 있어서 직원들이 승객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상황을 센터 안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무임 승차를 방지할 수 있으며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직 4호선에는 스탬프가 있다는 포스터가 붙어있지 않지만 다른 노선과 마찬가지로 모든 역에 스탬프가 비치되어 있다.

 


   대합실에는 벽에 붙어있는 자동발매기가 설치되어 있고 이전과는 달리 승차권 발매는 물론 교통카드 보충까지 겸하고 있다. 또한 대합실에 들어서면 위에 열차 운행 상황을 보여주는 LCD모니터가 있어서 어느 정도 기다리면 열차를 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안평역에서 나오면 바로 14번 국도이다. 주변은 밭이고 멀리 산이 있다. 북쪽으로는 고촌 지구가 있어서 아파트를 지을 예정으로 있지만 현재로는 수요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기장까지는 약 6km 떨어져 있어서 시내버스로 10분 정도면 갈 수 있어서 기장에서 동래 방향으로 오가는 경우 환승역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이번 부산도시철도 4호선은 국내 최초의 무인 운전이라서 개통 초반에 안전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부산교통공사(http://www.humetro.busan.kr )에서도 4호선 안내 팸플릿은 물론 사보(http://www.humetro.busan.kr/korea/prhall/ebook.php )에서도 기술적인 측면에 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무인운전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열차에서 직원이 타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승객들에게 설명을 해주기도 하였다. 언론 보도와는 달리 운전사가 수동 운전을 하고 있지는 않다.

 

 

   대한민국 최초의 무인 운전 도시철도라는 타이틀에 맞게 안전하게 운영되어서 국내 경전철의 역사에 한 획을 긋고 다른 도시는 물론 해외로도 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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