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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순천역에서 여천역(麗川驛)까지의 거리는 25.3km이지만 무궁화호는 14~15분만에 운행한다. KTX는 더 빨라서 12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제 전라선은 표정속도가 100km/h를 넘어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기존선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여수세계박람회(Expo 2012 Yeosu Korea, http://www.expo2012.or.kr ) 덕분에 개량이 빨라졌지만 이전에 경전선 못지 않게 구불구불하던 전라선의 모습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속도가 빠르지만 선형이 워낙 좋기에 속도감은 나지 않는다.
여천역은 이전에 마무리 공사를 할 때에 방문한 적이 있다(관련 글 보기). 이설된 여천역에서 기차를 이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되었다. 복선 구간과 단선 구간의 경계역이라는 게 여천역의 가장 큰 특징이다. 즉 여천역에서 여수역까지는 전라선에서 유일한 단선 구간이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철도는 단선이라도 복선 노반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 단선은 노반까지도 단선이고 터널이 많아서 개량이 어렵게 되어 있다. 만성역을 답사하면서 공사하고 있는 구간을 본 적 있다. 여수의 인구가 갑자기 백만명을 넘어서 철도가 포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바람직하다. 해외에서는 이렇게 한산한 노선을 고속화를 하되 단선으로 짓는 경우가 흔하다. 여천역 승강장 끝에서는 단선 터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광주선과 함께 KTX가 운행하는 단선 구간이다.
과거에는 여천역 이정표에 미평역이 있었지만 이제는 바로 여수역(여수엑스포역)으로 이어진다.
여천역에도 KTX 일부 열차가 정차하게 되면서 상행 승강장에는 냉난방이 되는 대합실을 만들었다. 여수역까지 KTX를 타는 승객은 거의 없으니 하행 승강장에는 없다.
이전의 여천역은 단선 승강장이었으나 이전하게 되면서 2면 4선으로 넓어졌다. 승강장에는 지붕이 길게 있어서 눈이나 비는 피할 수 있으나 승강장이 주변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 바람이 많이 분다. 하지만 주변 지역을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조망은 좋다.
여천역의 순천 방면의 선로는 도로 위를 가로질러서 가는데 아치교로 만들어 놓았다. 승강장에서 보면 크게 실감이 나지 않지만 도로에서 보면 멋지다.
여천역 승강장은 지하도로 건물과 연결되어 있다. 지하도라고는 하지만 고가에 승강장이 있어서 실제 높이는 지상 1층에 해당된다.
여천역은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조금 공간이 넓어지기는 하였지만 KTX가 정차하는 역이라는 걸 감안하면 크지 않다. 건물 가운데에는 입구와 승강장을 연결하는 공간이 있고 여기서 대합실과도 들어갈 수 있다. 구석에는 매점과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여천역에서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여천역 대합실은 천장이 낮고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의자가 있으며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는 매표소와 자동발매기가 있다. 이전에는 2대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KTX가 운행하게 되면서 1대가 더 도입되었다. 이전에는 여천역의 승강장이 단선이라서 운전 관련 업무가 필요없어서 창구를 위탁하였지만 이전하면서 직영으로 바뀌었고 매표소 창구가 2개로 늘어났다. 그렇지만 열차가 없는 시간대에는 이렇게 직원이 자리를 비우고 비어있는 경우도 있다. 이전하면서 예전에 없던 스탬프가 생겼다.
요즈음 새로 짓는 역 건물은 유리 궁전이 많지만 여천역은 그렇지 않다. 입구가 튀어나와 있으며 옆이 유리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건물 위를 독특하게 디자인하였다. 여천역 건물 앞에는 4개의 문이 있는 기둥을 만들어 놓았는데 어떤 의미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
여천역은 이렇게 멋지게 지어놓기는 하였지만 위치는 좋지 못하다. 여천역의 선로는 여천과 석창을 연결하는 도로 위를 지나서 아치가 있지만 건물은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주차장이 있다. 여천역 버스정류장도 있기는 하지만 들어와서 정차를 해야하고 여천 방면으로 가는 경우에는 신호를 받아서 좌회전을 해서 들어온 후에 정차한 후 다시 좌회전을 해서 나가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어서인지 도로에 있는 반월마을 버스정류장에만 정차하는 여수시내버스도 있다. 처음부터 도로 바로 옆에 여천역 건물을 만들어서 반월마을 버스정류장을 여천역 버스정류장으로 바꾸고 주차장은 안쪽에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동차는 조금 더 들어간다고 해서 힘들지 않으므로 굳이 도로와 건물 사이에 있을 이유가 없다.
방문하였을 당시에는 여천역 버스정류장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고 버스 도착을 안내하는 모니터는 꺼져 있었다.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여수 시내 곳곳이 공사판이고 준비에 바쁜 상황이었다. 정작 나 같은 외지인은 이곳에 버스가 정차하는지 아니면 아예 들어오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여수세계박람회 이전이라고는 하지만 정차하는 버스 노선 안내라도 종이에 좀 붙여놓으면 안되나? 여천역의 승객들은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하기에 물어볼 사람도 주변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도로로 나와야 했다. 넓은 도로 위에는 전라선 철길이 아치로 지나가고 있다. 여천역 승강장 위에서 볼 때와는 전혀 느낌이 다르다. 아치 바로 옆에 건물을 지었다면 시내버스로 갈아타기에 편리하지 않았을까?
결국 건널목을 건너서 반월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여수시내버스를 탔다.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지금은 얼마나 상황이 개선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다.
전라선이 개량되면서 여천역은 이전하면서 시내에서는 멀어졌지만 KTX가 운행하고 소요 시간이 단축되면서 변함없이 많은 승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그보다는 훨씬 빨라졌고 앞으로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수도권과의 소요 시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어서 여천역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천역에서 여수시내버스로 갈아타기에는 좀 불편하게 만든 점은 아쉬웠다. 지방에서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교통 체증이 적어서 자가용의 이용이 많다고는 하지만 역을 설계할 때에는 다른 교통 수단과의 연계도 매우 중요하다.
* 방문일 : 2012년 3월 4일
작성일 : 2012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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