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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20년 전만 해도 환승은 개집표로 안과 밖이 구별되는 도시철도에서만 가능하였고 버스에서는 낯선 개념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환승 할인이 되거나 무료 환승이 되는 지역이 많다. 이러한 대중교통의 환승 할인 정책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해외에서도 많이 있으며 대중교통 이용의 활성화를 위해서 많은 선진국들에서 오래 전부터 도입하였다.


   이웃 일본은 의외로 대중교통은 민간 회사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 회사 노선끼리는 환승과 관계 없이 거리에 따라서 운임이 올라가지만 다른 회사와의 환승 할인은 없거나 있어서 할인되는 금액이 크지 않다. 물론 지역마다 운영하는 회사가 다르니 환승 정책 역시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워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후쿠오카[福岡]에는 지하철이 3개 노선이 있으나 항구는 버스로만 갈 수 있고 지하철도 후쿠오카공항 국내선터미널에 바로 연결되어서 역시 버스 이용도 꽤 있다. 후쿠오카의 시내버스는 서일본철도(西日本鉄道, http://www.nishitetsu.co.jp )라는 철도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고 철도와의 구분을 위하여 간단히 니시테츠버스[西鉄バス]라고 부른다.


   서일본철도에서는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정액권과 유사한 선불카드인 버스카드(バスカード)를 발행하였으나 IC카드인 니모카(nimoca, http://www.nimoca.jp )가 발행되면서 사용이 중단되었다. 그렇지만 버스카드 시절의 환승 할인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니모카를 비롯한 교통 IC카드는 일본 전국 호환이 되면서 스이카(SUICA, http://www.jreast.co.jp/suica/ )나 이코카(ICOCA, http://www.jr-odekake.net/icoca/ )처럼 다른 지역의 교통 IC카드로도 니시테츠버스를 탈 수 있지만 환승 할인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차별화 때문인지 후쿠오카 지역에서는 JR큐슈의 스고카(SUGOCA, http://www.jrkyushu.co.jp/sugoca/)나 후쿠오카교통국의 에서 발행하는 하야카켄(はやかけん, http://subway.city.fukuoka.lg.jp/hayakaken/ )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니시테츠버스의 환승 규정은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니모카를 사용하여서 운임을 지불하였을 때에만 적용되며 환승을 할 때에는 앞에서 탄 니시테츠버스에서 내린 후에 90분 이내에 같은 정류장에서 니시테츠버스를 승차해야 한다. 할인되는 금액은 뒤에 탄 버스의 운임에서 최대 80엔이 할인되는데 100엔 이상인 금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그런 관계로 100엔 구간을 승차한 경우에는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글로만 설명하기에는 좀 복잡하므로 서일본철도 홈페이지에 나온 예시를 살펴보자(원글 보기).


・ 1회 환승시에 최대 90엔이 할인됩니다. (뒤에 탄 버스에서 하차 시에 할인액 정산)

 

 ・ 100엔 구간이 들어있으면 할인 대상이 아닙니다.

 

・ 160엔이나 170엔 구간이 있는 경우에는 각각 60엔 또는 70엔이 할인됩니다.

 

・ 여러 번 환승한 경우에도 할인은 계속하여 이어집니다. 환승 회수 제한은 없습니다.

 

   이러한 특성이 있어서 한 번에 가는 것보다는 환승을 하게 되면 최소한 같은 버스 운임이 필요하거나 더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출발지에서 목적지에 갔다가 60분 안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경우에도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폭이 꽤 넓다. 60분 이내에 환승한다고 해도 최소 100엔씩 계속 운임이 붙기 때문에 하루 동안에 후쿠오카 시내에서 버스를 많이 탄다면 620엔에 판매하고 있는 후쿠오카 도심 1일 승차권[福岡都心1日フリー乗車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할리데이패스(ホリデーパス)라는 동일한 역할을 하는 승차권을 판매하는 데 가격은 510엔으로 좀 더 저렴하다.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도 구입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2015년 2월에 후쿠오카에서 니시테츠버스를 3회 승차하였다. 이를 위해서 니모카를 먼저 구입하였다. 하카타버스터미널(博多バスターミナル)에서 이름이 새겨지는 기명식인 스타니모카(スターnimoca)를 구입하였다. 일본인이 아니라서 로마자 이름과 한자가 다르지만 외국인들이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지 익숙하게 만들어주었다.

 

 

 

   니모카를 가지고 하카타역[博多駅]에서 후쿠오카돔[福岡ドーム]으로 니시테츠버스에 승차하였다. 이 구간의 운임은 230엔으로 첫 승차이므로 운임 그대로 하차할 때에 빠져나갔다. 시각표 상으로 17분 밖에 걸리지 않지만 교통 체증이 심해서 1시간 가까이 걸렸다.

 

 

   후쿠오카돔에 붙어있는 호크스타운몰(ホークスタウンモール, http://www.hawkstown.com/mall/ )에서 쇼핑을 한 후에 니시테츠버스를 타고 텐진키타[天神北]으로 향하였다. 원래 운임은 230엔이지만 80엔이 할인되어서 150엔이 니모카에서 빠져나갔다. 텐진키타에서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하카타항국제터미널[博多港国際ターミナル]로 가는 니시테츠버스로 갈아탔다. 이 구간의 운임은 190엔이지만 할인되어서 110엔이 니모카에서 빠져나갔다.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안에 들어가 있는 금액이 니모카 사용으로 할인된 후의 금액이다.

 

 

   이렇게 후쿠오카에서는 60분(과거 90분)이라는 꽤 긴 시간의 환승을 허용하고 있는 서일본철도의 니모카 정책 덕분에 목적지에 바로 가지 않고 중간에 다른 곳에 가서 일을 보고 움직일 수 있다.


   이후에 니모카는 오사카에서 쇼핑에 활용하게 되었다. 후쿠오카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통카드인지라 직원은 무슨 IC카드인지 잘 몰라서 한참 찾아보다가 교통 IC카드냐고 물어보고 이코카로 넣고 결제하였다. 만일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스이카라면 그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방문일: 2015년 2월 22일
 작성일: 2015년 5월 17일

 수정일: 2024년 5월 3일

* 2023년에 후쿠오카 시내버스 요금이 인상되면서 본 글에 있는 운임은 현재와 차이가 있으며 환승 할인 시간이 60분으로 단축되고 대상 금액은 90엔으로 인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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